아키는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와~ 자동차 샀네?"
이츠키는 운전석에서 올려다보며 아키에게 대답했다.
"그래. 뭐, 물론 중고차지만."
"아냐, 완전 괜찮은데? 진짜 멋지다."
"그치? 이걸로 미유키네 집 가서 세 명이서 같이 드라이브하자!"
아키는 대단히 기뻐하며 차 주위를 빙빙 돌며 뛰다가
조수석에 뛰어 올라탔다.
"우와, 네비게이터도 달려 있네! 쏴라 있네, 이 차~."
"요즘에는 중고차라도 다들 네비게이터는 달려 있어."
"굉장하다, 굉장해!"
"그것보다 어서 미유키네 집 주소를 네비게이터에 쳐야지."
"그래, 그래. 지금 전화해 볼게."
아키는 휴대폰을 꺼내서 미유키에게 전화했다.
아키가 주소를 큰 소리로 말했고,
이츠키가 그것을 네비게이터에 입력했다.
전자음이 울리고 딱딱한 여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음성 안내를 시작합니다."
"대단한데! 사실 우리가 미유키네 집은
가본 적이 없었잖아. 이거 진짜 편리하네."
"그래. 그럼 가 볼까."
두 사람을 태운 차는 국도의 남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700m 앞에서 좌회전입니다. 새 길로 가는 루트입니다.
전방에서 좌회전입니다."
네비게이터를 따라서 가는 차는 어느새
거리를 떠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좀 이상하네···. 미유키네 집이 이런 산속이었나?
"괜찮아. 주소는 확실하니까. 근데 이거 점점 어두워지네.
밤에 하는 드라이브가 멋진 거니까 잠들지 마."
"어··· 미유키한테 다시 전화해 볼게"
아키는 다시 휴대폰을 꺼내 미유키에게 전화해 봤지만
역시나 같은 대답만이 돌아왔다.
"역시 주소는 맞는 것 같은데."
"그래? 그럼 곧 도착하겠지, 뭐."
"새 길로 가는 루트입니다."
딱딱한 여자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차내에 퍼진다.
감정이 없는 목소리는 이만큼 무서운 것인가,
아니면 어두운 산길을 지나가는 것 때문에
무서움이 더해지는 것인가.
아키는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저, 저기··· 이츠키. 차 좀 잠깐 세워 봐."
"응? 왜 그러는데? 멀미 나?"
"아니, 뭐랄까··· 숨 쉬는 게 힘들어···."
"창문 열까?"
"아니, 그것보다 차 좀 세워 봐···!"
"하지만 이제 곧인데."
"네비게이터가 다른 길로 가고 있어. 절대로 이 길은 아니야···!"
"목적지까지 700m 남았습니다."
마치 대답하는 것 같이 네비게이터가 소리를 낸다.
"거 봐. 이제 다 왔다잖아."
"제발, 진짜 기분 나빠···. 부탁이니까 좀 세워 줘···!"
"아니, 미유키네 집에서 쉬면 되잖아. 이제 다 왔는걸."
"목적지까지 300m 남았습니다."
"야, 이 새*야···! 진짜 제발 좀 세우라고···!"
"아, 좀만 참아."
"목적지까지 100m 남았습니다."
"슬슬 보이는데?"
"웃기지 마. 이런 산속에 집이 있을 리가 없어···.
이 네비게이터 완전 이상해! 어서 세워!"
"아, 괜찮다니까~."
"세우라고!!!"
절규하듯이 아키가 외치고 이츠키는 브레이크를 밟았다.
곧 도망치듯 차로부터 뛰어나온 아키는 괴로운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으며 주위를 바라보았다.
산길이 앞으로 계속되었다.
그리고··· 도중에 길은 끊어져 있었다.
아키는 놀라서 차가 갈 뻔한 길로 가 보았다.
거기에는 깊은 산골짜기가 파여 있고 아득히 아래에서
강이 흐르는 듯 굉음이 들려왔다.
그대로 나아갔다면 두 사람은 차에 탄 채
떨어져 버렸을 것이다.
아키는 공포에 휩싸여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이츠키가 운전하는 차가 돌진해 왔다.
아키의 몸은 인형처럼 골짜기의 밑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운전석의 이츠키가 휴대폰을 귀에 댔다.
"아, 미유키? 그래, 끝났어. 이제 그쪽으로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