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스무 살이 된 남자입니다.
우리 가족은 엄마를 뺀 모두가 게임을 합니다.
그래서 집에 각자의 컴퓨터가 총 네 대가 있고,
제 컴퓨터에는 모바일 카카오톡이 깔려 있죠.
어느 날 형은 친구들과 2박 3일로 여행을 갔고,
저는 저녁 8시쯤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휴대폰으로 자동 로그인 메시지가 오더군요.
제 컴퓨터의 비밀번호는 저와 형 단둘만 아는지라
대체 누가 컴퓨터에 접속을 한 건가 싶었습니다.
엄마와 아빠께 전화를 드렸더니 엄마는 모임 중이셨고,
아빠는 일을 하시고 계신다고 했습니다.
순간 저는 집에 도둑이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소름이 돋았습니다.
제 말에 아빠께서 당장 집으로 가신다는 걸
제가 만류했습니다. 혹시 누군가 집에 있다면
아빠께 해코지를 할 것 같아 무서웠습니다.
일단 경찰에게 신고를 하고
저는 바로 조퇴해서 아빠를 만났습니다.
경찰분들과 함께 집으로 들어가니 아무도 없더군요.
집에서 기르고 있는 강아지 두 마리도 모두 무사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있는 모든 창문이 방충망을 포함해
모두 열려 있는 겁니다.
가족들 모두 며칠 동안 없어진 물건이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없어진 물건은 엄마가 아끼시던 접시
세 개뿐이었습니다. 값비싼 것도 아니었고,
저와 형이 신중하게 골라서 선물로 드린 접시였죠.
그 외에는 딱히 없어진 물건이 없으니
오히려 더 소름이 돋았습니다.
집에 들어와서 창문을 모두 열고, 컴퓨터를 하고,
그 접시를 가져간 것뿐이었습니다.
경찰분들의 말에 의하면, CCTV에도 딱히
단서가 될 만한 것은 없지만 배수관을 타고
3층의 우리 집으로 들어온 것 같다고 합니다.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은 것이 없으니
경찰에서는 더 이상 조사도 안 해 주더군요.
저는 대체 내 컴퓨터로 무엇을 했는지 궁금해서
열어 본 페이지로 들어가 봤습니다.
네이버로 검색만 죽어라 했더군요.
그런데 저는 순간 소름이 확 돋아서
몸이 그대로 굳어 버렸습니다.
그날 집에 들어온 그 누군가가 검색을 한 것은
[카톡 비밀번호 푸는 법], [PC 카톡 비밀번호 뚫는 법]
이 두 가지가 전부였던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밤길을 걷기가 무서워졌고,
혹시나 집 안 어딘가에 숨어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한동안 집 안에서도 경계를 해야 했습니다.
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것일까요.
제 컴퓨터의 비밀번호는 제 이름과 학교 등록번호입니다.
범인이 만약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저를 위로하고 걱정하겠죠.
속으로는 저를 실컷 비웃으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