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중학생 때 겪었던 일입니다.
저는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서 여기저기 낚시를 다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큰 물고기들이 많이 나오는 곳을 봐 두었다며
가서 밤낚시도 하고, 1박을 하고 오자고 하셨죠.
아버지가 말씀하신 그곳은 충남 예산에 있는 쌍둥이 저수지로
아래쪽에 있는 곳은 보강지, 위쪽은 살목지라고 불렀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살목지라는 곳에서 [전설의 고향]이라는
드라마를 촬영했었다고 하더군요.
아버지와 저는 늦은 오후에 도착해서 살목지로 들어갔는데
가는 길에는 웬 무덤 하나가 있었고,
주차를 한 뒤 안쪽으로 들어가자 주변에 낚시하는 아저씨들이
몇 명 더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도 자리를 잡은 후 낚싯대를 드리웠고,
그 후로 시간이 더 지나서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곳을 빠져나갔습니다.
그곳은 입질이 꽤 있어서 밤낚시까지 할 줄 알았는데 조금 의아했죠.
저는 아버지와 함께 고기를 구워 먹은 후 밤낚시를 이어 갔는데
아버지가 어디선가 자꾸만 한기가 느껴진다며 오싹하다는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평소에 깊은 산골짜기로 밤낚시를 자주 다녔지만
아버지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아무 느낌도 없었고,
그저 낚시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죠.
얼마나 지났을까. 뒤쪽에서 누군가가 풀숲을 헤치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고, 고개를 돌려 보니 사방이 어두웠습니다.
그때가 새벽 1시가 다 됐을 때였는데 처음에는
산짐승 같은 것인 줄 알고 그냥 무시했습니다.
그러다가 느낌이 너무 이상해서 다시 뒤를 돌아봤는데
그 순간 저는 너무 놀라서 비명을 지를 뻔했습니다.
제가 돌아본 뒤쪽에는 20대 정도로 보이는 키가 큰 남자가
서서 저와 아버지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겁니다.
그러더니 남자는 우리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물고기는 좀 잡혀요?"
그 물음에 아버지는 잘 잡힌다고 하셨고,
아버지가 그에게 낚시를 하러 왔냐고 되묻자
남자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양옆으로 마구 흔들더니
그대로 뒤를 돌아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놀라운 것은 남자가 사방이 그렇게 어두운데도
손전등 하나 없이 왔다는 것이었죠.
그렇게 남자가 사라진 후 아버지의 표정이 좀 심각해지더니
그만 들어가서 자자며 갑자기 자리를 정리하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저는 아버지의 표정이 왜 그렇게 심각한지 몰랐습니다.
그렇게 잠시 눈을 붙이고 몇 시간 후, 날이 밝아서
그만 집으로 가려는데 자동차 바퀴에 펑크가 나 있는 겁니다.
마침 이른 시간에 낚시를 하러 온 몇몇 사람들의 도움으로
겨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요.
그날 아버지는 그동안 살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심각한 얼굴을 하고 계셨습니다.
일단 여기까지가 제가 기억하는 내용이고,
글을 쓰기 위해 아버지께 그때의 일을 자세하게 여쭤봤는데요.
아버지께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그날 밤에 의문의 남자가 나타났다 사라진 후
텐트에 들어가서 자는데 어디선가 ‘찰박찰박’ 하는
물소리가 났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히히힛···. 있구나··· 있어···!"
"있어··· 있다고 했지···. 하하하하···."
그런 의문의 목소리는 밤새도록 끊이지 않았고,
아침이 되어서 그곳을 빨리 나가려고 보니 차 오른쪽 뒷바퀴에
구멍이 수십 개가 나 있었다고 합니다.
귀신을 봤을 때 그것을 아는 척하고 두려워하면서
도망치려고 하면 오히려 귀신이 들러붙는다는 말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때 아버지가 애써 태연한 척을 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살목지라는 저수지가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와 제가 그곳에 다시 갈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