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학의 한 동아리에서 정말 오랜 기간에 걸쳐 MT를 준비했다.
거의 놀러 가자는 분위기로 아주 한적한 지방 안에
그 지방 사람들이 아니면 모를 만한 산속 깊은 곳으로 잡았다.
떠나는 날, 일행들은 모두 들떠 있었다.
도착해서 산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국립공원도 아닌 곳에 관리실이 있는 것이었다.
한 아저씨가 나오셔서 물으셨다.
"학생들, 지금 이 산에 들어가려고 하는 거야?"
"예, 그런데요?"
"그럼 돌아가게. 여긴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네."
"···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힘들게 준비해온 여행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저씨, 왜 안 되는데요?"
"하··· 어쨌든 안 되네. 저기 여관에서 자고 가도록 하게나."
"아저씨, 저희 텐트 치러 왔어요. 차비밖에 없어서
여관에서 못 잡니다. 제발 들어가게 해 주세요, 네?"
이렇게 사정사정하니까 아저씨는 할 수 없다는 듯이 허락을 했다.
"단, 이 산속에 있는 호수 근처에는 절대 가지 말도록 하게.
물론 호수에 들어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곧 이들은 호숫가 근처에 텐트를 치고는
다짜고짜 웃옷을 벗고 놀기 시작했다.
한창 물놀이를 신나게 하고 있는데 수영을 잘하는
한 여학생이 호수 가운데 쪽으로 헤엄쳐 가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수영을 잘하는 학생이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여학생이 갑자기 발에 쥐가 난 듯이
허우적거리며 비명을 지르는 것이었다.
살려달라고, 자기 좀 도와달라고 하면서
점점 가라앉는 것이었다.
모두들 수영을 못하고 얕은 곳에서 놀던 중이라
서로 얼굴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남학생이 그 여학생을 구하러 가는 것이었다.
그 남학생은 수영을 그 여학생보다 더 잘하는지라
학생들은 모두 이제 둘 다 무사하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학생을 들쳐 업고 밖으로 나오려고 하던 남학생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여학생을 팽개쳐 두고
급하게 나오는 것이었다.
결국 여학생은 그대로 물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덜덜 떨면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남학생을
학생들은 다그쳤다.
왜 그랬냐고, 충분히 걔를 구할 수 있었다고.
그러자 남학생은 공포에 심하게 질린 얼굴로 입술을 떨며 말했다.
"나도 구하려고 했었어···. 근데··· 그 죽음에 문턱에서
공포에 질려 덜덜 떨고 있던 얼굴이 내가 가까이 가니까
날 보고는 씨익 하고 웃는 거야···!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그 얼굴이··· 나를 쳐다보고 웃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