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 판돈은 사람을 부른다
오천만 원이 든 봉투는 무거웠다.
돈의 무게가 아니라, 가능성의 무게였다.
빅앙드레는 허름한 고시원 방으로 돌아왔다.
천장엔 누수 자국이 있었고, 벽지는 들떠 있었다.
창문 밖으로는 새벽 시장 트럭 소리만 들렸다.
어제까지는 익숙했던 방.
하지만 오늘은 달라 보였다.
그는 봉투를 바닥에 내려놓고 말했다.
“여긴 끝났다.”
다음 날.
빅앙드레는 가장 먼저 양복점으로 갔다.
비싼 옷은 사지 않았다.
몸집이 작아 보이지 않는 재단,
어깨선을 살려 주는 짙은 회색 수트 한 벌만 골랐다.
그 다음은 시계였다.
명품은 아니었다.
시간이 정확한 것 하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간 곳은
도심 한복판 작은 사무실 임대 건물.
보증금 일천만 원. 월세 백만 원.
빅앙드레는 계약서에 사인했다.
간판 없는 사무실.
책상 하나, 의자 둘.
그는 빈 방 중앙에 서서 웃었다.
“판은 크지 않아도 된다.”
“사람만 오면 되지.”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밑바닥 골목에서 올라온 작은 남자.
카지노 VIP룸에서 돈을 따고 나왔다는 남자.
오천만 원을 종잣돈 삼아 독립했다는 남자.
첫 번째로 찾아온 건 사채업자였다.
덩치 큰 사내가 의자에 털썩 앉았다.
“네가 빅앙드레냐?”
“맞는데.”
“돈 굴릴 줄 안다며.”
“누가 그러던가.”
“세상이.”
빅앙드레는 미소 지었다.
“세상 말은 믿지 마. 계산서를 믿어.”
사채업자는 봉투를 꺼냈다.
현금 일억 원.
“두 배 만들어 봐.”
빅앙드레는 봉투를 밀어 돌려보냈다.
“안 받아.”
사내 얼굴이 일그러졌다.
“겁나냐?”
“아니.”
빅앙드레는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난 조급한 돈은 안 만져.”
두 번째로 찾아온 건
카지노 브로커 출신 여자, 마담 리나였다.
붉은 립스틱과 차가운 눈매.
사람을 값으로 보는 여자였다.
“재밌네, 너.”
그녀는 담배를 길게 내뿜었다.
“돈도 거절하고.”
“돈은 안 거절해.”
“그럼?”
“사람을 고르지.”
리나는 웃었다.
“네가 사람을 고를 위치야?”
빅앙드레는 탁자 위에 카드 한 장을 올렸다.
하룻밤 VIP 초대권.
“오늘 밤 열두 시. 카지노 별관.”
“거기서 네 손님 셋 잃을 거야.”
리나의 표정이 굳었다.
“뭐?”
“둘은 술에 취해 무너지고, 하나는 욕심에 무너져.”
“허세네.”
“가서 봐.”
그날 밤.
리나는 별관에서 세 명의 큰손이 무너지는 걸 직접 봤다.
한 명은 만취 상태로 올인.
한 명은 복수 베팅하다 파산.
마지막 한 명은 이긴 돈을 지키지 못했다.
새벽 두 시.
리나는 빅앙드레 사무실 문을 다시 열었다.
“어떻게 알았지?”
빅앙드레는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돈 많은 사람은 패턴이 단순해.”
“잃으면 화내고, 따면 취하지.”
“둘 다 계산이 멈춘 상태야.”
리나는 조용히 앉았다.
“같이 하자.”
며칠 후.
사무실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정보를 가져오는 자.
돈을 맡기려는 자.
붙어 먹으려는 자.
무너뜨리려는 자.
빅앙드레는 모두를 기억했다.
이름, 손버릇, 시선 처리, 거짓말할 때의 호흡까지.
작은 체구의 남자는
점점 더 큰 그림의 중심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를 노리는 눈도 늘어났다.
그날 밤.
사무실 유리창에 벽돌 하나가 날아들었다.
쨍그랑.
깨진 창문 틈으로 쪽지 한 장이 들어왔다.
짧은 문장.
“판돈이 커지면, 시체도 커진다.”
빅앙드레는 쪽지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미소 지었다.
“이제 진짜 시작이네.”
4편 예고편 고래와 하이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