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 이건 글 안 쓰고는 못 참겠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버스에서 생긴 일임.
버스에 딱 탔는데 자리가 하나 비어있더라.
근데 거기 어떤 아주머니가 손에 휴대폰을 들고 뭔가 계속 보고 계셨음.
그래서 ‘아 저 자리 비었나보다~’ 하고 자연스럽게 앉았거든?
…그 순간 아주머니가 나를 슬~쩍 보더니
“거기 제 아들이 앉아있어요.”
이러는 거임.
나는 순간 얼탔지.
“네? 아드님이요??” 하고 봤더니...
자리에 아무도 없음.
진짜 그냥 내가 앉아있음.
그래서 멍하니 쳐다봤더니 아주머니가 휴대폰으로 영상통화 중이셨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앉은 자리에 아주머니 아들 얼굴 나와 있었음
(영상통화로 자리 지키는 신박한 방법 무엇)
나는 그냥 무릎에 앉은 꼴이 돼버렸고
그 아들은 화면 너머에서
“...저기요;” 이러고 있고
아주머니는 “일어나세요 거기 제 아들이 앉아있다니까요” 하고 있고
나는 그 자리에 앉아있는 귀신이 된 줄… 진심..
그 와중에 버스기사님이
“앉을 자리가 없으면 서 계세요~” 이러시는데
저는 앉은 것도 아니고
앉지 않은 것도 아니고
그냥 존재가 죄였어요.
결론:
오늘 나는 영상통화 자리 예약 시스템에 패배했고
존엄성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