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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드→망드" 엔딩…'2521' 흑역사 생성기

돌쇠와마님
| 조회 : 4309 | 댓글 : 0 | 추천 : 1 | 등록일 : 2022-04-05 오후 12:51:55
그야말로 '용두사미'다.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개연성 부족한 '이별엔딩'까지 잡음 속에 여정을 마쳤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첫 방송부터 1998년 IMF 시대상을 반영한 청춘 성장 로맨스 드라마로 눈도장을 찍었다. 주인공 나희도(김태리 분)의 남편을 역추적해 나가는 전개는 '응답하라' 시리즈와 유사한 지점도 엿보였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합격점을 줬다.

그 시절 청춘들의 뜨겁고 싱그러운 우정과 사랑 그리고 성장 서사가 잘 녹아들어 시너지 효과를 냈다. 배우 김태리, 남주혁, 보나, 최현욱 등 4인 4색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한 몫 했다.

기대에 부응한 결과는 시청률로 나타났다. 5%를 훌쩍 넘는 시청률 6.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로 시작해 꾸준히 상승하다가 10% 고지를 넘겨 8회 반환점을 돌았다. 그러나 후반에 접어들면서 시청률은 정체기를 맞았다.

'백도커플'로 사랑 받았던 나희도와 백이진(남주혁 분)의 서사가 좀처럼 제목인 '스물다섯 스물하나'로 넘어가 풀리지 않았다. 서로 마음이 통하고도 두 사람은 12회까지 '스물셋 열아홉'의 지지부진한 로맨스와 성장을 이어가야 했다.

방송사 기자인 성인 백이진과 고등학생 펜싱 국가대표 선수 나희도의 로맨스는 점점 시청자들의 공감에서 멀어져 갔다. 타오르던 불씨는 12회 말미에 공론화 됐다. 나희도는 성인이 되기 바로 직전 보신각 종소리와 함께만이 남은 백이진의 자취방에서 그와 첫키스했다. "열아홉에 시작한 키스가 스물에 끝났다"는 나희도의 독백은 '성인과 미성년자 간 연애'에 '스킨십'까지 더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미성년자 성착취, 그루밍 성범죄 등 사회 문제가 만연한 현실에서 성인과 미성년자 간 연애를 적극적으로 미화하고 드라마 전면에 내세웠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미디어가 이를 장기간 전시한 것 자체가 유해할뿐 아니라 성인과 미성년자 간 연애를 정당화 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됐다.

여기에 불편함을 느낀 일부 시청자들은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소비하지 않겠다며 중도 하차를 선언했다. 그 결과는 13회 시청률에 반영됐다. 8회부터 꾸준히 10%대를 유지하던 시청률은 13회에서 9.9%로 떨어졌다. 중반이 훌쩍 넘어가도록 성인과 미성년자 러브라인을 고집한 결과였다말미까지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 2일 방송한 15회에서는 미국 '911 테러'를 장거리 연애 소재로 이용해 비판에 직면했다.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나희도가 백이진을 보기 위해 뉴스를 시청하는 장면이 문제였다. 힘들게 훈련을 마친 나희도는 남자친구 백이진의 '911 테러' 보도를 보면서 해맑게 웃는다.

이와 관련해 비극적 참사인 '911 테러'를 단순히 그리움을 표현하는 매개체로 이용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바로 직전 백이진이 911 테러의 참상을 목격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재난 상황을 보며 웃는 나희도의 모습이 이를 반감 시키고 보편적 감수성에서 어긋난 장면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백도커플의 '이별엔딩' 역시 '시청자 우롱'이라는 반발이 뒤따랐다. 나희도 '남편 찾기' 궁금증에 자체 최고 시청률 11.5%를 기록했지만 상처 뿐인 영광이었다.

지난 3일 최종회에서 나희도와 백이진은 서로에게 엇갈린 시간들이 계속되며 이별을 맞이했다. 14회에서 백이진이 나희도의 결혼을 축하하며 이별을 암시했던 2009년 뉴스 장면이 들어맞은 셈이다.

두 사람은 이미 한 차례 날카로운 말다툼을 한 상황. 뉴욕지국 특파원으로 떠나기 전 나희도의 다이어리를 읽은 백이진은 나희도가 혼자 힘들어 했던 순간들을 알게 됐고, 나희도는 백이진이 떠난다는 소식에 만나러 달려갔다. 두 사람은 눈물 속에 포옹을 나누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시간이 흘러 2009년, 나희도는 결혼을 한 뒤 샌프란시스코 대회를 끝으로 은퇴했고, 백이진은 UBS 뉴스 앵커로 발탁돼 한국으로 돌아왔다

장거리 커플의 현실적인 결말로 볼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 시청자들은 서로에게 유일한 구원이었던 백도커플 유대감과 서사를 부정하는 결말이라고 혹평했다. 순간의 엇갈림 때문에 '실패한 첫사랑'으로 남거나 '사랑해서 헤어지는'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제작진이 두 사람의 결혼 가능성을 보여주고 각종 '떡밥'은 회수도 하지 않은 채 '이별'을 무리하게 밀어 붙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끝까지 낚시성 '남편 찾기'에만 치중해 백도커플의 애절한 첫사랑과 성장은 물론이고 캐릭터까지 퇴색시켰다는 이야기다.

연속된 논란과 지적에도 '스물다섯 스물하나' 제작진 측은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결말은 제작진 재량이라 할지라도 성인과 미성년자 간 연애 및 스킨십, 911 테러 등은 충분히 소명할 기회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작품의 결과로만 승부를 걸었다면 딱히 계산이 통하지 않은 모양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많은 이들에게 '인생드'(인생 드라마)로 남을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찬란하게 빛났어야 할 청춘들의 이야기가 '지뢰' 설정들에 빛이 바랬다. "인생드인 줄 알았는데 망드(망한 드라마)"라는 시청자들의 자조 섞인 평가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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