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북한군이 어떻게 담력 훈련하는지 알아?"
멍하니 앞을 주시하고 있던 나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대답했다.
"이병 김정훈. 잘 모르겠습니다, 최 상병님."
"그놈들이 참 독한 게, 저기 보이는 저놈들 철책에서 땡 하고 출발해갖고
지뢰 지대를 통과해서 여기 앞에 있는 우리 철책을 찍고 돌아간다는 거지."
최 상병은 손수 손가락을 들어 예상 경로를 그리듯 북한 철책에서부터
바로 앞에 있는 아군 철책까지 죽 가리켜 보였다.
"그, 그게 진짜입니까?"
"진짜지, 그럼. 몇 년 전에 그렇게 넘어온 북한군을 운 좋게 잡아서
포상금에 훈장 받고 그대로 전역했다는 병사 얘기 못 들었냐?"
확실히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군대 얘기란 게 거의 다 믿거나 말거나여서
그냥 그러려니 할 뿐이었다.
전방을 두리번거리며 최 상병이 말을 이었다.
"하이고─ 나도 그런 눈먼 놈들 못 잡으려나.
포상금이나 훈장 같은 건 둘째 치고 전역이나 했으면 좋겠네."
그 점은 동감이다.
군 생활이란 게 다 그렇겠지만 여기 GOP는 특히나 거지 같은 곳이다.
앞으로 남은 수를 세다 보면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었다.
"맞습니다. 꼭 잡고 싶네요."
나의 말의 최 상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는 임마, 아직 전역 날도 안 보이는 놈이 벌써 그런 생각 하냐?"
"아, 아닙니다."
"너는 그냥 이 형님이 빨리 전역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야 되는 거야."
"예, 알겠습니다."
"아 참, 담력 훈련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번에는 또 뭔 이상한 얘기를 하려고···.
"우리도 비슷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 안 드냐?"
"담력 훈련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저놈들은 하는데 우리라고 안 하면 쓰나."
"하지만·····."
"에이, 아무리 그래도 내가 설마 너한테 저기까지 다녀오라 하겠냐?"
그렇게 말한 최 상병은 한쪽에 페인트가 칠해진 돌 하나를 집어
철책 너머로 던졌다.
"저걸 주워 오는 거지. 저 밑쪽에 내려가면 철책 하단부
드러난 곳 있으니까 빨리 다녀와."
"아··· 알겠습니다."
더 버벅댔다가는 진짜로 북한까지 다녀오라고 할까 봐 재빨리 뛰어나갔다.
역시 조금 내려가니 철책 아래쪽으로 물이 흘러 사람 하나 정도는
간신히 통과할 만한 구멍이 있었다.
조심히 철책을 통과하여 돌이 떨어진 곳 근처로 이동했다.
건너편에서는 최 상병이 내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철책 불빛에 의지해서 돌을 찾을 때였다.
"탕"
끔찍한 고통에 무릎을 꿇고 옆구리를 바라보았다.
왼쪽 옆구리에서 검붉은 피가 울컥울컥 배어나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최 상병이 나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포상을 받는 방법은 적군을 잡는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탈영범을 잡는 방법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