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지난달 1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대적으로 언론의 관심을 덜 받는 금요일 오후 공시가 하나 게시됐다. 류 대표 등이 시간외매매를 통해 보유주식 23만주를 매각했다는 내용이었다. 469억원이 현금화 됐다. 카카오페이를 이끌어 갈 신 대표 내정자도 3만주를 팔았다. 8명이 모두 약 900억원을 챙겼다. 그 날은 카카오페이가 코스피200에 편입된 날이기도 했다.

금융업은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전자금융업체라고 예외는 아니다. 최근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보여준 것은 금융당국이 왜 금융업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하는지 잘 드러내 준다. 한 사회가 금융업 최고경영자(CEO)에 높은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도 잘 설명한다.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와 신원근 대표 내정자를 비롯한 8명의 경영진이 상장 40여일 만에 스톡옵션을 팔아 치운 것은 증시 역사상 일대 사건이다.
코스피 상장사 중 다수의 경영진이 한꺼번에 보유 주식을, 그것도 한 달여 만에 대거 현금화 한 건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른바 '잡주'를 거래하는 작전세력이나 할 법한 개미 튀통수치기여서 후폭퐁이 그만큼 거세다.
'먹튀'의 결과는 주가와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카카오페이 뿐만 아니라 모회사인 카카오의 주가도 우하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회복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2대 주주인 알리페이의 지분 처분은 없다고 안심시켰던 이들이 정작 주식을 팔면서 소액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혔다. 카카오 노동조합은 비판 성명서를 내고,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직원 대상 간담회를 여는 등 강력한 내부 반발에 직면했다. 그 결과 류영준 전 대표는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에서 커리어가 끝났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임원들의 남아있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새로 카카오페이를 이끌 신원근 대표 내정자도 물러나라고 했다. 책임경영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그 반대의 행동을 정식 취임도 하기 전에 했다는 이유에서다.
카카오는 지난 13일 뒤늦게 전 계열사 대표에게 상장 후 2년 간 주식을 팔 수 없도록 했지만 소급은 되지 않는다. 그의 후임자에게나 해당하는 내용이다. 곧 그가 취임하겠지만 안팎에서 신뢰를 잃은 그가 리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카카오페이와 그 직원, 고객, 주주를 위해 적절할지 의문이다. 카카오페이는 리더를 잃더라도 신뢰를 되찾는 작업을 해야 한다. 금융업을 계속 하겠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