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과 항문?
?
제가 고3 때였네요.
지금이나 그때나 내신 중요한
것은 다 아시죠?
더군다나 고3때는 말이죠
마지막 시험이었는데, 생물 선생님께서
무슨 마음으로 그러셨는지
'항문'이 답인
문제를 내어 주셨답니다.
그런데 그럴때 있자나요.
흔하게 쓰는 단어인데 갑자기 생각이
안 나는 상황말이죠.
머리를 쥐어짜고 짜고 그건 데
그건 데 맞춰보겠다는 욕심에
'똥구멍'이라고 썼습니다.
그것밖에는 생각이 안났어요
항문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어요
시험이 끝나고 나서야 친구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정답이 항문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때는 늦고야 말았죠.
"야~ 너는 썼어? 주관식 10번말이야."
"못 썼어."
"나도 생각이 안 나서 못 썼어."
그런데 저 같은 친구들이 몇 명 되더군요
생물 선생님께서는 '항문'이외에는
다 틀린 답으로 채점한다고 발표했지요.
저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점수가 왔다 갔다 하는데, 이 한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데, 그래서 우는 척하면서
생물 선생님께 달려가서 졸랐어요.
"선생님! 똥구멍 맞게 해주세요. '항문'은
한자어지만 '똥구멍'은 순수 우리나라
말이잖아요. 제발 맞게 해주세요."
제 울음 공세, 그리고 우리나라 말을
사랑해야 한다고 박박 우기는 저한테 반쯤
넘어가셨고, 옆에서 국어 선생님께서도
거들어 주신 덕분에 '똥구멍'까지는 맞게
해주시겠다고 드디어 말씀하셨죠.
개선장군마냥 의기양양하게 돌아온
저에게 친구들이 몰려들어 물었습니다.
"맞게 해줬어?"
"당연하지!!"
갑자기 친구 얼굴이 붉어지더니 내 손을
잡고 생물 선생님께 달려갔습니다.
"선생님! 똥구멍도 맞다면서요?"
"그런데?"
"저도 맞게 해주세요."
그 친구의 답안지를 봤더니 글쎄 '똥구녕'
이라고 쓰여 있는 거였습니다.
"선생님, 저희 집에선 똥구멍을 똥구녕이라
해요. 저희 부모님이 경상도 분이라서
똥구멍이라고 하시질 않는데 의미는
정확하게 통하잖아요."
선생님께서는 그건 사투리라서
안 된다고 하시고, 국어 선생님께서도
곤란하다고 하셨지요.
그러자 흥분한 제 친구는 이건 생물
시험이지, 국어 시험은 아니지 않냐고
박박 우기면서 닭똥 같은 눈물까지
흘리는 것이 아나겠어요?
선생님께서 생각해 보겠다고 하셨는데,
제 친구는 마치 승리나 한 양 두 팔을
흔들면서 교실로 의기양양하게 돌아왔지요.
그러자 갑자기 몇 명 친구들이 우르르
교무실로 가는 거였습니다.
그 친구들이 쓴 답은 이런 거였습니다.
똥구녘, 똥꾸녘, 똥꾸멍, 똥꾸녕, 똥구녕 등
생물 선생님께서는 근 1주일 가량을 똥구멍에
시달려야 했지요. 결국은 다 클리게 하고
'항문'과 '똥구멍'만 맞게 해줬답니다.
그런데 틀린 애 중에 한 명은 항의해
보지도 못하고 쓴 웃음만 지었었는데,
그 친구가 쓴 답은 바로 이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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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