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하앙쿠
제목 : 오디세이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더 하앙
지구에서 일어난 23세기의 비극적인
세계대전이 시작되려던 찰나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세계를 무력으로
통합해버린 어느 황제가 있었다.
제국에게 귀속되기를 거절하는 지도자는
표본 삼아 무차별하게 처형했다.
이들은 눈앞에서 믿지 못할 광경을 보며,
숨이 끊어질 때까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제국의 'AI 위성' 프로그램은 전 세계를 감시하고,
범죄의 성립 또한 자동으로 판단하여 보고한다.
누구든 제국의 법률을 어기면 즉시 위성 관제실의
수천 명 감사들의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화면이 송출된다.
화면이 송출된 뒤 단계별로 격상하여 출동을 하게 되는데,
이 출동이라는 것이 실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기술력을 보여준다.
출동 단계에서 이들은 몸 전체에 달라붙는 감사
개인에게 주어진 철갑 슈트를 착용한다.
철컥 ㅡ
"출동 준비 완료"
"현장 출동 감사팀 A 팀 전원 워프한다."
.
.
.
.
"A 팀 워프 완료."
"목표물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즉각 처형 실행한다."
알렉산더는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 자신의 앞에 순간이동하여 나타난
감사들을 보고선 입을 닫지 못할 정도로 경악했다.
'이렇게 빨리 온다고?'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당신을 형법 제1조
'이바노프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를
어긴 혐의로 즉각 처형을 실행한다.
옆에 당신들도 보고 느끼는 게 있으면 좋겠소."
철갑 슈트를 입은 출동팀 감사 행동대장은 5미터 즈음
떨어져 직사각형 회의 테이블의 중앙에 위치해 앉은
살려달라는 말 한마디가 목 끝까지 차오른 '지도자'
알렉산더에게 왼손을 뻗어 검지를 치켜세웠다.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당신은 지금 이 순간부터
소멸된다."
행동대장이 오른손 검지로 슈트의 왼팔 팔뚝에
튀어나온 5개의 버튼 중 첫 번째 버튼을 눌렀다.
"내 가족만은 살려주.."
딸칵 ㅡ
미세한 버튼 소리와 함께 알렉산더의 마지막 말은
한마디가 채 끝나기도 전에 목소리가 묻혔다.
행동대장의 치켜세운 검지에서는 마치 눈앞에 떨어진
번개를 보듯 밝은 빛이 강하게 발사되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테이블의 사람들은 빛이
너무 밝은 나머지 하나같이 한 팔로 눈을 가렸고,
눈을 감아도 시야가 밝던 그들의 눈 감은 시야가
다시 어두워질 즈음은 3초가 채 지나지 않았다.
다시 어두워진 시야에, 사람들은 눈을 가렸던 팔을
부르르 떨면서 내리고 공포에 잠긴 눈을 떴다.
"맙소사.."
"...."
"신이시여.."
죽었다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알렉산더가 앉았던
자리를 보며, 함께 있었던 게 맞냐는 듯 말 그대로의
'소멸'을 눈앞에서 지켜본 의원들은 저마다 경악했다.
이윽고, 한 중년의 남자가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는 '소멸'을 실행한 행동대장을 향해 무릎을
꿇고 바닥에 절하듯 엎드렸다.
"사..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그대들의 신상은 이미 기록되었소."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주동자와 그 가족은 반역자로서 즉각 처형, 그대들 같은
관계자들은 한 번은 봐주되, 두 번은 즉각 처형이오.
그대들의 신상은 기록됐으니 두 번은 꿈도 꾸지 마시오."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감사들은 원래
있었던 것처럼 나타났듯이, 일이 끝난 그들은
원래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이윽고 바닥에 머리를 박은 중년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중년의 남성은 아직도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한 듯,
후들후들 떨리는 양팔을 알렉산더가 있던 자리를 향해
뻗어 보였다.
"개죽음을 당했구나 친구여.."
.
.
.
.
본인은 완벽하지 않다며,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신이 되고자 했던 이바노프 1세 황제.
그 염원을 그의 곁에서 이뤄주려고 한
충직한 한 남자가 있었다.
제국의 천재 연구소장. 그의 이름은 크리스토퍼 헨리.
지금의 제국은 충직한 이 남자로 인해 완성된 것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남자가 이바노프 황제의 염원을 이뤄주고자
진행했던 연구. 이 오랜 연구가 그 막바지에 다다랐다.
그런데, 이바노프 1세 황제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이바노프 제국의 시대가 열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적인 존재 이바노프 황제가 결국 본인도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이바노프 1세 황제.
그의 나이 향년 57세.
그의 아들인 이바노프 2세 황제.
고작 25세의 나이인 그가 곧바로 즉위했다.
헨리는 지금 이 상황이 탐탁지 않다.
ㅡ 위대하신 황제께서 신이 되고자 염원하신 이 연구가
저 답 없는 아들놈을 향해있다. 제 아버지와는
닮은 구석 하나 없이 멍청한 아들놈에게.
피도 눈물도 없이 본인에게 성가시는 건
다 죽이고 보는 미친놈을 황제로 받드는 것도 모자라
지금 저 미친 황제를 신으로 만들어야 하는
사단이 나버린 게야..
이렇게 어쩔 수 없이 행해야 하는 이 일이
헨리의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이바노프 1세 황제의 염원이 담긴 이 연구가 지금
그 막바지에 다다른 마지막 실험이 진행됐다.
실패.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즉 자아가 없는 AI는
용해관이 작동되면 로봇의 몸체에 박혀있던
칩 외엔 몸체 자체가 자동으로 소멸된다는
코드(CODE)가 모니터에 비추어졌다.
지켜보던 이바노프 2세 황제가 눈살을 찌푸리며 손짓했다.
"뭐야, 이거 마지막 실험이라 하지 않았나?
왜 모니터가 실패라고 말하는지 설명해 봐."
헨리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위대하신 이바노프 2세 황제시여, 예상은 했으나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즉 자아를 가진
생명체가 아니라 소멸을 막을 수가 없나이다."
"그럼 자아를 가진 생명체는 용해관에서
살아남는다는 뜻인가?"
지금 황제가 말하는 대상이 동물을 말하는 것이 아닌
사람을 말하는 것임을 헨리는 직감하고 있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은 헨리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에 반해 살상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황제의
눈동자에는 한치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그.. 그건.."
"말해 봐. 사람을 넣으면 가능한 건지."
헨리가 땅에 조아린 머리를 살며시 들며 말했다.
"가.. 가능하옵니다.."
황제가 무릎을 쪼그린 채 자신의 발끝을 응시하는
헨리의 턱을 낚아채 들어 올렸다.
"내 눈 똑바로 보고 말해."
"살아남는 게 가능하옵니다!"
"성공률은?"
꿀꺽.
헨리가 두려움을 숨기지 못한 채
침 넘기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갓난아이는 백 퍼센트 성공 가능하옵니다."
황제가 쪼그린 무릎을 탁! 짚고 다시 일어섰다.
"그 백 퍼센트라는 게 어디까지의 과정이지?"
"갓난아이를 용해액에 녹이면 다 녹은 시점에 곧바로
칩이 용해액과 결합되옵니다. 결합된 칩이 작동을 시작하면 정신이
죽어버리는 위기는 벗어난 게지요. 그리고선
아이의 정신이, 작동을 시작한 칩에 결합되옵니다."
헨리가 고개를 들어 황제와 눈을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
"그 후 아이의 정신이 칩에 결합된 게 온전해지기까지
최소 하루의 시간이 소요되옵니다.
황제께서는 하루 편히 기다리시면 되나이다."
"아이의 정신이 칩에 결합된다? 그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건데?"
"온전해진 시간이 되면 황제께서 용해관 옆의 실험관에 들어가시면 되나이다."
헨리가 실험관쪽을 손짓하며 말을 이었다.
"그다음엔.. 온전해진 칩이 작동이 시작되고 신적인 몸체가 형성이 되면..
황제께서 그 몸으로 옮겨가는 일만 남는 것이옵니다.."
"확실히 옮겨갈 수 있는 건가? 그리고 아이의 정신은 어떻게 되는 거고?"
슬며시 들었던 헨리의 고개가 면목이 없다는 듯
다시 바닥을 향했다.
"정신을 옮기는 일은 절대 실패할 일이 없사옵니다.
하나 송구하지만, 아이의 정신이 소멸될 거라
장담할 수가 없나이다. 하지만, 황제께서 흠잡을 데 없이
모든 게 완벽한 존재가 되시기에 더해
불사의 신이 되시기엔 다른 방법이 없나이다."
"자아가 남아있을 수도 있다는 건가..
그래, 갓난아이란 말이지."
황제가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떠났다.
썰렁해진 연구실엔 수많은 기계음과 헨리의 한숨만이 남았다.
.
.
.
.
사랑하는 에밀리. 이기적인 남편이라 미안하오.
사랑하는 당신과 아이를 위해서라도 참아야 하겠소만,
나는 나를 따랐던 수천만 사람들을 위해 당당하게
죽으려 하오. 당신까지 생사를 넘나드는 위험에
빠트려 미안하오. 여기, 우리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이곳에서 당신과의 이별을 고하고 떠나겠소.
내가 살아남는다면, 이곳에 꼭 다시 돌아오리다.
.
.
.
.
'그이가 날 이곳에 데려와 마지막 이별을 고한 지
두 시간이 지났다. 아직도 눈물이 멎지 않는 걸 보니
두 시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
갓난아이를 품에 안은 앳된 여인이
나무에 기대어 눈물을 흘린다.
울고 있는 여인은 제국에게 반란죄로 처형당한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아내이자, 품에 안은 이름조차
아직 짓지 못한 갓난아이의 어머니다.
그녀가 알렉산더와 함께 힘든 어린 시절을
위로받으며 보낸 인적이 드문 이 추억의 장소가
지금의 그녀로서는 더더욱 슬픈 장소였다.
"역하지 않은 적당한 풀 내음과 졸졸대는 물소리.
듣기만 해도 상큼한 짹짹 소리를 내는 산새들
지저귀는 소리. 마치 대장군 같은 듬직한 그늘로
무더운 여름의 내 땀을 식혀주고 등받이가 되어줘서
엄마가 지은 이 나무의 이름은 대장군 나무야.
여기는 언제 와도 내 우울함을 달래줬어.
하지만 오늘은 눈물이 멈추질 않는구나 아가야.
미안해 아가야.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볼
아름다운 곳인데 못난 엄마가 자꾸 울어서
미안해 아가야. 너라도 지켜주지 못하는
못난 엄마가 미안해.."
.
.
.
.
첫 임무로 황제의 명령을 받은 신입 감사가
펄쩍 뛰며 기뻐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첫 임무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헨리 소장님이 말했던 게 이런 뜻이었나?
감사로서 살아가려면 인간성을 포기해야 한다는 게?
아니 지금, 모니터에 나오는 저 울고 있는 여인을
죽이고 품에 안은 갓난아이를 데려오라고?
철컥 ㅡ
"출동 준비 완료..
현장 출동 감사 제이콥 에번스 워프합니다.."
.
.
.
.
"워프 완료."
"목표물 에밀리 로이드. 즉각 처형.. 실행합니다."
나무에 기대어 울고 있던 앳된 여인이 갑자기 나타난
제이콥을 보며 깜짝 놀라 아이를 품에 안고서
퍼뜩 일어났다.
자신의 앞에 나타난 감사를 보고서 당황했던 그녀는
한순간에 해탈하고 말았다.
남편이 벌써 강을 건너버렸다는 직감을 하고서.
"내 남편이 아무리 반역자로서 잘못을 했다고 해도
아이만은 제발 목숨을 부지 시켜 주세요.
제발.. 제발 부탁합니다."
제이콥이 티 나지 않게 관제실에 전송되는
음성 마이크를 껐다.
"지금 이곳이 제국의 관제실에 비치니 오래 말 못 합니다.
저는 제국의 감사로서 명령을 따를 뿐입니다.
당신을 죽이는 저를 너무 원망하지는 말아주세요.
그리고 아이는 애초에 살려서 데려갑니다."
말을 마친 제이콥이 아이를 향해 양 팔을 뻗었다.
아니, 아이에게로 뻗으려던 찰나였다.
그녀의 한마디는 제이콥의 움직이던 손을 멈칫하게 했다.
"헨리. 크리스토퍼 헨리. 그에게..
제국의 연구소장에게 데려다주세요."
멈춰 선 제이콥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무슨 관계입니까?"
"그이의 아버지예요. 이 아이에겐 할아버지죠."
"아니 그게 무슨.. 무슨 상황이야 이게?"
이때 제이콥의 인이어(in-ear)
무전기에서 상관의 음성이 들려왔다.
ㅡ 제이콥, 단독 행동 더는 봐주지 않는다.
아이부터 건네받아라. 마이크 다시 키고
여자를 바로 처형시켜. 명령이다."
"우선 무슨 말인지 알았으니, 편히 가세요.
아이는 데려갑니다."
제이콥이 그녀가 품에 안은 아이를 냅다 낚아챘다.
"고마워요.."
딸칵 ㅡ
처음 눌러보는 철갑 슈트의 즉각 처형 버튼.
제이콥의 검지에서 나오는 이 강한 빛이 에밀리를 덮쳤다.
그가 착용한 이 고글은 이따위 밝은 빛은
문제가 아니라는 듯, 시야에 그녀를 환히 비춰주었다.
하지만 그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