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어(北魚) -최승호-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이 시는 최승호 시인이 복어를 현대인과 비유해 써내린 시 입니다.
삶의 지향점을 잃고 무기력하고 소극적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에 대한 비판을 하는 이 시는
일상적인 먹거리를 가지고 그 생생한 묘사를 통해 여러 이미지로 표현하고있습니다.
우리도 이 시에서 나온 복어처럼 무기력하게 삶을 살며 이기적인 삶을 살고 있지는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