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파더
저 춘식이입니다
어느덧 26살이네요
20살 한겨울에 훈련소에서 손 편지 써본 이후로 처음이라
죄송한 마음이 앞섭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만해도 세상을 다 가진거 같앗고
대학교 다닐 때만해도 천상천하유아독존 인줄 알았습니다
헌데 군대를 가보니 제 정신머리가 틀렸다는걸 알겠더라고요
세상살이 쉽지 않습니다 어머니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속에서
지내다가 이제 사회의 쓴맛을 겪어보니 애새끼 하나 키우려고
이리도 힘들게 돈 버셨구나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지금은 하늘공원에 서식 하며 허송세월 보내고 있지만
자격증 두가지 준비중입니다. 어머니 아버지의 사랑에
보답하는 불속성 효자로 거듭나겠습니다
여기 하늘공원은 작은 사회 같습니다
온 세상의 남정네들이 다 모이는곳이며 수많은 인연들이
맺어지고 헤어지고 우주의 시작처럼 반복됩니다
여기서도 사람에 대해 많이 배웠고 세상은 참 넓고
한국처럼 콩만한 땅에도 사람이 많다는걸 배웠습니다
도박만 하는 못난 자식새끼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찾아 뵙겠습니다
-2023년 9월 28일 최춘식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