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진단 검사를 보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셌다. 그렇게 자가진단키트가 편의점에, 슈퍼에, 우리 일상에 들어왔다. 하지만 확진자는 오히려 늘었다. 전문가들은 정확하지 않은 자가진단키트가 깜깜이 확진자를 늘린 것으로 봤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신속 항원 자가진단키트의 한계를 넘어선 유전자가위 기술 기반 자가진단키트가 나왔다. 면봉으로 코를 찌를 필요도 없이 침을 뱉는 것만으로도, 연구소에서 검사하는 RT-PCR 검사 정도의 정확도를 보인다. 어떤 원리인 걸까?
◇정확도 높은 유전자가위 기술 기반 자가진단키트
미국 하버드 대학 바이오 응용공학 와이스 연구소,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그리고 보스턴 지역 병원 연구원들은 침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자가 진단할 수 있는 유전자가위 기술 기반 키트 ‘MI셜록’을 개발했다. 흔히 사용되고 있는 자가진단키트는 항원-항체 반응 원리를 이용한다. 바이러스 자체가 아닌 바이러스로 유발된 단백질(항원)을 검출하는 방법이라 민감도가 낮다. 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 대응 TF 팀장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혁민 교수는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한 자가진단키트는 바이러스 100만~200만개는 있어야 양성 검출이 가능해, 발병 5일 내 검사하지 않으면 정확도는 10~20%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셜록은 유전자 가위 기술인 CRISPR/CAS12(크리스퍼/캐스12)를 이용해 제작된 진단키트로 정확도가 RT-PCR에 버금간다. RT-PCR 검사는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분자진단법으로 DNA를 증폭해 바이러스 DNA가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다. 크리스퍼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가이드 리보핵산(gRNA)을 DNA 염기서열 중 목표한 위치에 붙여 절단효소인 Cas12 단백질로 해당 부분을 잘라내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해당하는 유전자 시퀀스를 찾아내 잘라내도록 설정했을 때, 잘려 나오는지에 따라 확진자를 판단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실험 결과 코로나19 환자 96%, 일반 환자 95%를 정확하게 식별해냈다고 보고했다. 이혁민 교수는 “셜록 기술은 RT-PCR 검사와 비교해 정확도가 5~10% 정도 떨어지지만, 1시간 만에 검사 결과가 나온다”며 “물론 검증이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실험에서도, 이론상으로도 꽤 정확도가 높은 편이라 자가진단키트로 사용한다면 신속항원 자가진단키트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셜록은 시퀀스를 설정할 수 있어 변이 바이러스까지 감지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 조립할 때 드는 비용은 15달러(약 1만 7000원), 소모품 재료비는 6달러(약 6900원) 정도다. 상용화되면 더 저렴해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용법도 간편하다. 3D 프린터로 온라인에 공개된 파일이나 회로 설계를 이용해 세계 어디서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장단점 분명한 타액 검사, 집에서 사용하려면?
코로나19 검사를 해봤다면 알 것이다. 코에 면봉을 깊숙이 찔러 넣는 건 쉽지 않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타액 검사법이 연구돼 왔다. 침을 뱉기만 하면 돼 기존 검사법보다 매우 편하다. 특히 자가진단의 경우, 비전문가와 전문가 사이 검체 채취 차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정확도는 떨어진다. 이혁민 교수는 “비강에서 채취하는 것과 타액으로 채취하는 건 배출되는 바이러스 양 차이가 있어 정확도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타액이 비인두검체에 비해 바이러스 감소가 더 빨리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래서 타액검사는 RT-PCR 검사에서 주로 사용돼 왔다. RT-PCR 검사는 연구실을 통해서만 결과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씨젠, 바이오니아 등 여러 기업은 타액에 있는 바이러스 유전자가 연구실에 가기전 까지 잘 보존할 방법을 고안해 키트로 제조해냈다.
집에서 편하게 침으로 코로나19에 걸렸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 최고일 것이다. 하지만 신속 항원 자가진단키트는 타액검사를 이용할 경우 그 정확도가 훨씬 떨어진다. 셜록을 이용한 자가진단키트는 정확도가 높기 때문에 타액검사로도 확진자를 확인해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혁민 교수는 “최소 80%의 정확도를 가지는 자가진단검사를 도입해야 실제 방역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연구돼 왔다”며 “셜록을 이용한 타액 자가진단검사는 정확도가 75~80%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사용 가능할까?
유전자 가위 기반 분자진단키트는 지난해 5월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EUA)을 허가받았다. 이번에 같은 원리로 제작된 타액을 이용한 자가진단키트는 EU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용 가능할까? 연구팀은 설계도를 온라인에 공유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국내에서 사용하려면 식약처의 승인이 필요하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요구와 방역 현장에 필요하다는 판단에 자가검사키트를 조건부 허가를 통해 공급하고 있지만, 사용 적합성, 기존과 다른 검체 채취 부위 등 엄밀히 평가해야 하는 부분은 있다”며 “그렇다고 타액 검사법에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며, 해당 기업에서 심사 신청을 하면 심사 기준에 맡게 허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혁민 교수는 “낮은 정확도를 보이는 자가진단키트의 허가는 오히려 확산을 늘게 만들기에 회사의 연구뿐 아니라 실제 검증도 필요하다”며 “셜록은 이론상 높은 정확도를 보여 현재 사용되고 있는 자가진단키트보다 나을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검증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