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인구가 3,2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인터넷에서도 각종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과거 PC통신 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기업형 사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작년 H 사이트는 이용자들에게 기존 가격의 반값으로 제품을 공급하겠다고 속여 수백억 원대의 피해를 입힌 바 있으며 올해만도 이용자들끼리의 거래 사기뿐만 아니라 애초부터 사기를 목적으로 쇼핑몰을 개설하고 조직적으로 상품 대금을 가로챈 사람도 상당수다.
사기를 친 네티즌들을 검거하기도 쉽지 않지만 이들이 검거되더라도 사기당한 돈을 되돌려 받기란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가끔씩 인터넷에서 읽다보면 사기꾼을 고소하면 피해금액의 몇 배를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게시물을 접하게 되는데 경찰에 고소하더라도 사기꾼이 잡혔을 경우 형사상의 죄만 물을 뿐이지 경찰이 피해액을 받아주거나 보상해 주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가 사기꾼으로부터 돈을 받아내려면 고소 후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사기꾼과 합의를 보아 피해금액을 돌려받고 소를 취하하는 방법이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사기꾼이 이미 도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연락하기가 어렵고, 두 번째로는 사기꾼이 잡힌 후에 민사소송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는 있으나 피해 금액이 적을 경우에는 번거롭고, 또 승소하더라도 집행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에 돌려받기가 결코 쉽지는 않다.
무엇보다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전화번호 등의 연락처는 믿을 것이 못되므로 가급적 직접 거래하는 것이 좋고, 직거래가 어렵다면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지급보증(애스크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통해 거래하는 것이 안전하다.
10여 년 전 현재와 같은 대규모 온라인 사기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이 PC통신에서 일어났다. 당시 19세의 재수생이던 K군은 PC통신을 통해 자신이 운영하던 컴퓨터 매장이 망한 것처럼 속이고 남은 재고를 싸게 판다고 광고했다. K군은 컴퓨터 마니아로 당시의 각 컴퓨터 부품 가격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해당 가격에서 오천 원씩만 할인하고, 대수도 몇 대 남지 않은 것처럼 표기하여 피해자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결제하도록 유도했다.
사기 행각을 벌인 이틀 동안 전화도 친절하게 받았으며 입금 확인 즉시 택배를 통해 제품을 보내겠다고 했던 K군은 그러나 삼일 째 되던 날 게시판을 통해 자신의 사기 방법을 낱낱이 공개하고 그만 잠적해 버렸다. K군이 그대로 도망쳤다면 잡아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K군은 자신이 괴도 루팡이나 되는 것처럼 어떻게 해서 사기를 쳤는지 자세하게 알렸다.
대구에 거주하던 K군은 달동네로 올라가 전화가 거의 오지 않는, 할머니 혼자 살고 있는 집의 전화선을 절단하여 자신의 전화기로 연결한 후 달동네의 집과 집 벽 사이의 틈에 가마니를 쓰고 누워 이틀 동안 전화만 받았다.
“넷! xxx 컴퓨터입니다.”
라며 친절하게 전화 받는 소리에 피해자들이 속출했고, 온라인 카드 결제가 되지 않고 현금 입금만 받던 시절이라 더욱 피해가 컸다.
K군은 추운데도 이틀 동안이나 꼼짝 않고 누워 전화를 받았으므로 피해액 정도는 자신이 고생한 댓가가 맞다는 투로 게시물을 써서 더욱 피해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당시 이 사건을 접했던 많은 통신인들은 K군이 아주 머리가 좋은 녀석이라며 부러워(?) 했었지만 그는 의외로 멍청한 구석이 있었던지 ATM 기기 앞에서 태연하게 현금을 인출하다가 그만 감시 카메라에 얼굴이 노출되어 경찰에 잡히고 말았다. 멋진(?) 범죄행각에 비하면 너무도 허술하게 붙잡힌 사기꾼이라고 하겠다.
PS. 앞서 말한 H 사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자면, 사장은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이 한창이던 때, 시청 앞 플라자 호텔의 스위트룸을 장기 투숙하며 연예인들을 불러 질펀하게 노는가 하면 갑자기 팀장들에게 고급 자동차를 한 대씩 선물하고, 삼십여 명의 직원밖에 없는데도 수백 명이 근무할 수 있는 충무로의 대형 빌딩 한 층을 임대하기도 했다. 그 삼십여 명의 직원들이 간 워크샵에 인기 가수들을 불러 노래를 시키기도 했다는데 그 중 한 명은 강타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