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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이야기 "산길"

홀짝귀신디여니
| 조회 : 3830 | 댓글 : 0 | 추천 : 1 | 등록일 : 2022-01-18 오후 8:36:57
대학에 다닐 때, 동아리 친구와 단둘이서 한밤중에 드라이브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린 즉흥적으로 도시 변두리에 있는 라면집까지 나갔다가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서 돌아오고 있었다.
낮에 몇 번 지나갔던 적이 있었던 곳인데 밤이 되니까
여기가 내가 아는 그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무척이나 을씨년스러웠다.
기분이 너무나도 불쾌해서 운전을 하고 싶진 않았지만 친구가
라면집에서 술을 마시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다.
친구는 조수석에 앉아서 이런저런 가벼운 말들을 마구 던지더니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이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이 고개에는 말이야, 여러 가지 이상한 이야기가 있어."

"아, 그래?"

처음 듣는 이야기에 난 호기심이 생겼지만 괜히 물었다가는
녀석이 무서운 이야기라도 할까 봐 겁이 났고, 일부러 무관심한 척했다.
가로등이 드문드문 서 있는 2차선 도로의 반대편엔 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고,
그 녀석은 어째서인지 고개를 계속 숙인 채로 잠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서로 말없이 가고 있던 바로 그때·····

"끼이이이익─"

길 앞에 갑자기 커다란 사람의 형체가 나타났다.
정말 사람인가 하고 깜짝 놀랐지만 그것이 길가에 서 있는
지장보살이란 걸 알아차리자 안심이 되었다.
그때,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친구가 말을 했다.

"야, 무서운 이야기해 줄까?"

'뭐야, 한동안 조용하다 싶더니 괴담을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녀석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예전에 할아버지께 들은 건데, 우리 할아버지 댁 정원에 어린아이가 묻혀 있대.
그 집이 엄청 낡았는데 언제부터 그랬던 건진 모르겠지만
이상한 돌 하나가 정원 구석에 박혀 있었대.
바로 그 아래쪽에 아이가 묻혀 있다고 해."

"아이라고?"

"그 아이가 대대로 우리 집을 지켜 줬는데 그 돌 주변을 매일 깨끗하게 닦아 줘야 됐어.
그 아이는 늘 화가 나 있었거든. 이 이야기를 믿지 못하겠지만
초등학생 때 증조할아버지의 병문안을 갔다가 그대로 믿어 버리고 말았어,
나도. 증조할아버지 역시 윗대의 할아버지께 그 이야기를 전해 들으셨다는 거야.
그때 조부모님이 매일같이 그 돌을 닦으셨던 생각이 나면서
난 그 이야기가 틀림없는 사실이라 생각했어."

친구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러니까, 그 어린애가 집을 지키는 수호신 같은 건데
그런 게 왜 땅에 묻혀 있는 건지 궁금하더라고."

그 순간, 눈앞에 또다시 거대한 사람 형체가 나타났고
난 나도 모르게 핸들을 반대편으로 꺾어 버렸다.
번쩍이는 불빛이 비친 그것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럴 리가 없어···. 그래, 아까 봤던 그 지장보살이겠지.'

하지만 좁은 오솔길로 이어진 이곳은 하필이면 일방통행 길이었다.

"증조할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옛날 옛적에 우리 집 당주가 복을 부르는 아이를 집에 데려왔다고 해.
덕분에 집안은 번창했고, 가족들은 아이에게 후한 대접을 했지만 아이는 자신이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려고 했어. 그래서 당주는 아이의 사지를 잘라서 그것을 집 안에 하나씩 묻어 버렸지."

그런데 그 대목에서 갑자기 심한 어지럼증이 느껴졌다.

'여기가 어딘지 전혀 모르겠다···. 아까 봤던 그 지장보살들은 대체 뭐였을까?'

그 후로 우리 집은 장사로 크게 성공했어.
하지만 전염병으로 집안사람들이 수없이 죽어 나갔는데
그 아이가 실은 복을 가져오는 동시에 재앙을 가져오는 신이었던 거지."

"야, 이제 그만해."

왠지 아까부터 같은 길을 빙빙 돌고 있는 듯했다.
친구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건 원래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 되는 우리 집안의 비밀이야."

"아 씨, 제발 그만하라고!"

순간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
친구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는데 어깨를 살짝 떨고 있는 것 같았다.

"증조할아버지께서 주술을 하나 가르쳐 주셨는데···"

"그래서 뭐?! 대체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데?! 그건 그렇고 너,
밖에 이상한 게 서 있는 거 못 봤어? 어?!"

나는 대답 없는 친구에게 필사적으로 말을 걸었다.

"야!!!"

"그러니까··· 이럴 때에는··· 이렇게 말하면 돼···. 워이─ 워이─ 네 팔은 어디 있느냐?
네 다리는 어디 있어? 원한을 짊어지고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워이─ 워이─"

심장에 갑자기 찬물을 끼얹는 듯했다.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며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난 핸들을 두 손으로 꽉 잡은 상태로 무심결에 그 주문을 중얼거렸다.
그러자 머릿속에 낀 안개 같은 게 서서히 걷히는 것 같았다.

"제발··· 제발··· 그만 사라져···!"

얼마나 지났을까,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가 처음 왔던 길을 지나고 있는 것이었다.
간신히 시내에 진입한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가까운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친구의 말은 이랬다. 고개를 지날 무렵에 조수석 문 아래 틈에서
어떤 얼굴이 보였다고 한다.
친구가 장난스러운 말을 멈춘 시점이 바로 그때였던 것이다.

"히히히히히··· 히히히히히히···!"

창백한 얼굴이 쑥 하고 기어 나와서 히죽거리는 걸 본
친구는 집안사람들이 위기에 빠졌을 때 읊는다는 주술을 그렇게 중얼거렸다고 한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나는 장난스레 말했다.

"너, 집에 가면 그 아이한테 감사 인사라도 해야겠다.
그나저나 네가 이런 이야기를 믿고 있었다니, 좀 의외네."

그러자 친구가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 나 사실··· 그 돌 아래쪽을 파 봤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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