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이부자리에서 벽 쪽을 보고 누운 채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위에 눌려 버렸다.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눈마저도 움직일 수 없었고 한곳만을 계속해서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휴대폰의 화면만을 계속 보고 있다.
거기에는 방금 전까지 내가 쓰고 있던 문자의 내용은 없었고
누군가가 걸으면서 비디오 촬영을 한 것이라 생각되는 동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길을 돌아다니면서 시점은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촬영자가 걸으면서 보고 있는 풍경이 그대로 보였다.
화면의 안쪽에서 앞을 향해 걸어오는 사람도 있고,
등을 돌리고 시점과 같은 방향으로 걷는 사람도 몇 명이 보였다.
화면의 중앙에는 시점과 완전히 같은 속도로 등을 돌린 채 걷는 사람이 있다.
아무래도 그 사람을 쫓고 있는 영상인 듯한데 밤에 집으로 가는 도중인 것 같다.
영상은 대단히 뚜렷하다.
밤길을 흔들림 없이 걷고 있다.
누군가가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걷고 있는 것이라면
약간의 손떨림이라도 있을 법한데 영상에는 그런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살아 있는 사람을 찍고 있지만
그것을 찍는 쪽은 결코 사람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주인공과 그 뒤를 쫓는 인물이 집에 도착했다.
자취생인 듯하다.
TV를 켜고, 목욕을 하고, 맥주를 마시고, 저녁 식사를 한다.
그 모든 것을 뒤에서 바라보고 있다.
드디어 잠자리에 들었다.
곧바로 자려는 것은 아닌 듯,
이불을 덮은 채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벽 쪽을 향한 채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 역시 휴대폰의 화면만을 응시하고 있다.
아까부터 이 화면인 채로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내 몸 역시 마찬가지다.
영상에서 주인공과 그 뒤를 쫓던 것의 차이는 고작해야 1m 정도.
지금, 내 뒤쪽에서 숨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