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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이야기 "나 혼자 산다"

홀짝귀신디여니
| 조회 : 3625 | 댓글 : 0 | 추천 : 1 | 등록일 : 2022-01-18 오전 1:00:14
나는 25살의 나이에 자취를 시작했다.
단지 혼자 지내는 것이 편하고 좋아서였는데
부모님은 남들보다 늦게 군대를 다녀온 나에게 늘 지금 시작해도
늦었다며 핀잔을 주곤 하셨다.

한창나이인 25살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그리 늦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부모님은 나와는 생각이 전혀 달랐다.

"아들, 웬만하면 집에서 다니지. 잘할 수 있겠어? 관리비에, 월세에,
전입 신고 따로 하면 매년 세금 내야 하는 건 알아?"

"아, 알아요. 저도 다 컸어요."

"야, 인마. 엄마가 걱정돼서 하시는 말씀인데 태도가 그게 뭐야?
그러게 애초에 되지도 않는 자취를 하겠다고 나서서는···. 어휴─"

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누나가 퇴근할 테고,
그럼 잔소리는 더욱더 심해질 게 뻔했다.
나는 부모님과의 입씨름에 빠르게 백기를 들었고,
서둘러 집을 빠져나왔다.

"어후─ 저 잔소리···. 하마터면 자취고 뭐고 다 날아갈 뻔했네."

그렇게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학교 근처에 있는
나의 반지하 자취방으로 향했다.
자취방은 부엌과 방이 분리돼 있었는데 반지하임에도
크고 깔끔한 창문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미리 짐 들여놓길 잘했네. 어디 그럼, 정리부터 해 볼까."

자취방은 현관문을 열면 바로 왼쪽에 화장실이 있고,
오른쪽으로 쭉 들어가면 부엌과 방이 벽 하나를 두고
분리되어 있는 구조였다.

자취생 짐이라고 해 봐야 특별할 것 없이 간소했지만
방의 가장 안쪽에 침대를 밀어 넣고 창문 바로 아래에
컴퓨터 책상까지 설치하니 제법 아늑한 나만의 공간이 완성되었다.

"하···. 얼추 다 된 것 같은데. 이사한 날은 짜장면인데,
혼자 먹긴 좀 그렇고···. 현욱이한테 연락이나 해 볼까.
·········뭐야. 안 받네."

그런데 통화 종료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곧바로 전화가 울렸다.
화면에 뜬 발신자는 어머니였다.
나는 속으로 ‘또 무슨 잔소리를 하려는 걸까’
생각하며 그 전화를 받았다.

"네, 엄마."

"혼자 있으니까 살 만하냐? 짐 정리는 다 했고?"

"네, 저 진짜 행복해요. 누나랑 피곤하게 싸울 일도 없고,
잔소리 안 들어도 되니까 너무 좋은데?"

"아유, 쯧쯧쯧···. 자식놈 키워 봐야 소용없다더니.
네 거 반찬 따로 챙겨 놨으니까 나중에 와서 가져가.
냉장고 제일 아래 칸에 파란 뚜껑 씌워 둔 거 찾아서 가면 돼.
밥 잘 챙겨 먹고. 알았어?"

"알았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러니저러니 잔소리를 해도 역시 나를 살뜰히 챙겨 주는 건
어머니뿐이었다.

그 후로 열심히 일을 하며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새
석 달이 지나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의 안식처인 자취방에서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상하게 퇴근 후에 집으로 돌아오면
마치 집에 누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그 느낌은 더욱 선명해졌고,
밤새 뒤척이며 뜬눈으로 아침을 맞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집에 분명히 혼자 있는데도 마치 누군가 옆에 있는 것 같은 느낌.

게다가 밤이 되면 귀가 더욱 예민해져서 그런지
작은 소리에도 크게 놀라기도 했고,
온 집 안의 불을 다 켜고 곳곳을 둘러보는 일도 다반사였다.

이런 상황이 매일같이 반복되다 보니 툭하면 친구 집에서 자거나
녀석들과 어울려 밤새 놀았고,
그러면서 집으로 들어가는 날도 점점 줄어들었다.

한 번은 자취방에 친구들을 불러서 다 같이 잠을 잔 적도 있었는데
다른 사람은 분명히 없었는데도 그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사를 갈까 고민도 해 봤지만 애초에 1년으로 계약했고,
지금 방을 빼게 되면 위약금을 비롯해서 여기저기 들어갈 돈이 만만치 않았다.

그 후로 한 달이 더 지났을 때,
나는 직장에 휴가 신청을 하고 간만에 본가로 향했다.
가족들에게는 휴가가 나서 온 거라며 대충 둘러댔지만
사실 나는 어머니의 말이 정답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굳이 돈을 들여서 자취방을 구했더니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밤에 잠조차 편하게 잘 수 없었고,

그렇게 되니 가족들 생각이 간절했던 것이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려 해도 퀭한 두 눈과 쏙 들어간 볼,
파리한 안색에 까칠한 얼굴은 숨길 수가 없었다.
살이 너무 빠져서 광대뼈가 눈에 띄게 도드라져 있었고,
바싹 마른 입술은 보랏빛으로 변해 있었다.

"아들, 너 끼니 안 챙겨 먹지? 혼자 살수록 더 잘 챙겨 먹어야지,
얼굴이 이게 뭐야? 어휴, 속상해서 진짜···. 일이 많이 힘들어?
아니면 무슨 일 있어?"

"것 봐라.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줄 알아?
거 팍팍 좀 먹어라, 인마."

그런 가족들의 말에 마음이 한결 놓였고,
나는 한참을 망설인 끝에 어머니를 조용히 안방으로 모시고 갔다.
그리고는 말했다.

"저··· 엄마. 실은 밤마다 자꾸 기분이 이상해요. 이상한 소리도 들리는 것 같고,
분명히 나 혼자 있는데 꼭 누가 옆에 있는 것 같아요."

"뭐? 집주인한테 얘기는 해 봤어?"

"아뇨···. 느낌은 확실한데 집에는 딱히 문제가 있는 것 같진 않아요."

"너 일하느라 밥도 잘 안 먹고 그래서 그러는 거 아니야? 그럼 병원을 가 봐야지."

"아니, 그게··· 병원에 갈 일이 아니라니까요? 어디가 아프고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기분이 너무 꺼림칙하고 이상하다고요."

"그러니까··· 귀신 뭐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그 말이야?"

"네···."

"얘가, 얘가. 생전 안 하던 소리를 다 하네. 혹시 너 잘되라고
도깨비 같은 게 붙은 거 아니야?"

"아─ 엄마, 좀!"

그런 내 말에 어머니는 한숨을 푹 내쉬며 뭔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방을 나가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엄마 예전에 살던 동네에 용한 점집 하나 있었는데 한번 수소문해 볼 테니까
일단 집에 가 있어. 집이라는 게 사람 사는 온기가 느껴져야 살 맛이 나는 거지,
자꾸 집에 안 들어가면 더 그런 거야."

최근에 내가 집에 잘 안 들어가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자식들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 같다.

오랜만에 집에 온 나는 몇 달 만에 숙면을 취할 수가 있었고,
아침 일찍 개운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간 쌓여 있던 모든 피로가 다 가시는 것 같아서 정말 상쾌했다.
그리고 방문을 열어 보니 아버지는 소파에 앉아서 뉴스를 보며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고, 앞치마를 두른 어머니는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도 살짝 젖은 머리를 하고서 일찌감치 출근길에 나서는 누나를 보며
그동안 내가 이 좋은 풍경을 놓치고 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도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었고, 내가 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 했다.
집에서 푹 쉬며 점심까지 해결한 나는
어머니가 챙겨 주신 반찬을 싸 들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어머니가 현관을 막 나서는 나를 붙잡으며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들, 어제 말했던 그 보살님한테 연락해 놨어.
아마 내일 중으로 너한테 연락 갈 거니까 모르는 번호로 전화 와도
일단 받아 봐. 알았지?"

"에이, 그런 거 다 미신 아니에요?
또 집터가 문제라느니 뭐니, 이상한 말 할 게 뻔한데."

그렇게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집을 나섰고,
나를 위해 기껏 신경 써 준 어머니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을 이내 후회했다.
그냥 알겠다고, 고맙다고 했으면 될 것을.
먼저 투정이나 부리지 말지, 굳이 그렇게까지 말해야 했나 싶었던 것이다.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던 나는 자취방에 들어가지 않았고,
얼마 남지 않은 휴가를 핑계 삼아 친구들과 술판을 벌이며 놀았다. 그리고

"아··· 목말라···. ···여기가 어디야?"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자취방에 누워 있었고,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시간은 벌써 정오가 훌쩍 지나 있었다.

"아··· 속 쓰려···."

친구들은 내가 잘 놀다가 갑자기 취해서 정신을 못 차렸기에
여기에 데려다 놓고 간다며 다음에 한턱 쏘라는 메모를 남겨 놓고 갔다.

"아, 머리야···. 얼마나 마신 거지? 분명히 곱창집에 있었던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때였다.

[위이이이이잉, 위이이이이잉]

"여보세요? 엄마?"

"아들, 잠깐만. 전화 바꿔 줄게."

"여보세요."

"네. 누구세요?"

"네가 정석이지? 네 어머니가 하도 부탁을 하셔서 내가 전화했다."

"예?"

그러자 옆에서 이분이 어제 말했던 그 용한 보살님이라며 귀띔을 해 주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 지금 집이야?"

"예. 그런데요?"

"잘됐네. 너 담배 태우지?"

"그, 그건 왜요?"

내가 담배를 피운다는 걸 어머니는 아직 모르기 때문에 선뜻 대답을 하기가 망설여졌다.

"네 책상 위에 라이터 몇 개 있는지 봐라."

"두 개 있어요."

"그래. 그럼 지금 집 안을 다 살펴봐. 갑자기 없어진 물건이 있다거나,
못 보던 물건이 있다거나, 분명히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사람은 용한 무당이 아니라 사기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소개를 한 어머니의 입장을 생각해서 일단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리고 말했다.

"글쎄요. 이상한 부분은 없는데요."

"그럼 부엌에 가 봐."

"왔어요."

"물컵이 몇 개야?"

"두 개요."

"수저는 몇 벌이 있지?"

"하··· 다섯 벌이요. ···어?!"

"지금 당장 방으로 들어가."

"네. 왔어요."

"너 거기로 이사 갈 때 집에서 수저 몇 벌 챙겨 갔는지 기억나?"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두세 벌쯤 가져갔던 것 같아요."

"흠···. 너 어제는 뭐 했어? 라이터가 왜 두 개가 있는데? 또 산 거야?"

"어, 어제요?"

나는 초조하게 방을 왔다 갔다 하면서 기억을 더듬어 봤다.
최근에 따로 라이터를 산 기억은 없었는데···.
성격이 나름 꼼꼼한 편이라 물건을 하나 사면 잃어버리는 일이 거의 없었다.
간밤에 친구들이 나를 업어다 놓고 갔을 때 빠뜨리고 간 건가
생각하던 나는 또다시 말문이 막혀 버렸다.

내 친구들은 단 한 명도 담배를 피우지 않기 때문이다.
말문이 턱 막혀서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귀에 대고 있자
보살이라는 사람이 대뜸 이런 말을 했다.

"정석이 너, 자취고 뭐고 다 치우고 얼른 집에 들어가. 너희 집에 사람 있다."

"예, 예? 그게 무슨···."

"사람이 있다고, 사람!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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