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라는 남자가 있었다.
주변 이들로부터 평판이 좋은 그였지만 그에겐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었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끔찍하고 잔인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는 것이었다.
어느 날, A는 더욱 과격하고 강도 높은 영상들을 찾아서
인터넷을 뒤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저 하얀 배경에 '저 너머의 세계'라고만 적혀 있는
썰렁한 페이지였다.
메인 페이지에 접속하려고 하자
[이쪽으로 오고 싶은가?]라는 메시지 창이 떴다.
A는 별 고민 없이 '예'를 클릭하고 메인 페이지에 접속했다.
거기엔 A가 여태껏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과격한 내용들이
몇 개의 페이지에 나뉘어 걸려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보기도 전에 눈을 돌리고
밤에는 악몽에 시달릴 법한 엽기적이고
무시무시한 것들뿐이었다.
A는 그 홈페이지에 완전히 빠져들고 말았다.
그를 사로잡는 이 사이트의 매력 중 하나는 랜덤으로 나타나는
[좀 더 깊이 들어오고 싶은가?]라는 메시지였는데,
'예'라고 대답하면 지금까지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위의 페이지가 열렸다.
A는 유일하게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 B에게
이 홈페이지를 알려 주었고 B 역시
순식간에 빠져들게 되었다.
둘은 점점 더 깊이 저 너머의 세계로 들어갔다.
그렇게 한동안을 그 사이트에서 돌아다니던 A는
'사육'이라고 표시된 페이지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것은 어떤 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동영상이었는데 중앙에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태아가 뱃속에서,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변화하던 중에
그대로 태어난 듯한 형상을 하고 있었으며 사람과 비슷하지만
기괴한 모습의 괴물 같았다.
그것은 그 방에 감금된 채였고, 간간이 복면의 남자들이
나타나서는 식사를 주고 청소를 하곤 했는데
느닷없이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그 동영상에 완전히 꽂힌 A는 몇 번이고
다시 접속해서 영상을 봤다.
어느 순간 A는 남자들이 이따금씩 중얼거리는 말이
일본어이며 자신이 알고 있는 지방의 말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것이 A를 현실로 되돌아오게 했다.
'이건 지금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도 몰라.'
소름이 끼친 A는 이후로 '저 너머의 세계'에 접속하지 않았고,
사이트의 주소와 내용을 고발하는 메일을 경찰에게 보냈다.
문득 B가 신경 쓰여 전화를 해 보았더니
B는 A 이상으로 사이트에 몰두해 있었으며
전혀 그만둘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B의 말에는 어딘가
지리멸렬한 부분이 많았고,
생리적으로 불쾌감을 느낀 A는
그렇게 B와의 연락을 끊게 되었다.
그리고 몇 개월 뒤, A에게 한 통의 메일이 왔다.
보낸 이는 정부 공안의 연구 시설이었다.
메일에 의하면 그 기관은 이상성향자의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내서
치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그러한 연구 활동의 일환으로 제작된 것이
'저 너머의 세계'라는 것이다.
그 사이트는 이상자를 찾아내기 위한 덫으로써
접속하는 사람은 아이디 및 갖가지 개인 정보가
전달되어 감시당하게 된다.
그리고 열람한 페이지의 심도나 그 내용에 따라서
최하 0단계에서 최고 10단계까지 나뉘게 된다.
그 단계에 따라서 대상자에 대한 조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A는 그간의 열람으로 더 이상 접속을 그만뒀다는 점과
경찰에 사이트를 신고했다는 점이 감안되어
5단계라는 평가를 받았다.
메일에는, 이것은 어디까지나 실험의 일환이며
실생활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말과 함께
실험에 도움을 주어 고맙다는 인사의 말로
마무리가 되어 있었다.
감시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하는 A.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남았던 것은 각 단계에 대한
조치를 설명하는 대목이었다.
6단계 이하까지는 별다른 조치가 없는 모양이지만
7단계서부터는 요주의 인물로 분류되어 8단계에는
전담 감시자가 붙게 되고 9단계에는
강제 입원 조치가 행해진다.
그리고 그 위의 10단계의 인물에게
취해지는 조치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알 수 없는 두근거림에 불안해진 A는 B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아니,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은 둘째치고
B라는 인간의 흔적이 아예 없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리 뒤져도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인 것처럼.
B의 등급은 도대체 몇 단계였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