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10년도 훨씬 더 된 일인데 예전에 모 학습지의 독자 투고란에
어떤 글 하나가 있었다.
글의 제목은 바로 [무서운 꿈을 마음대로 꾸는 방법]이었고,
호기심이 생긴 나는 그 글을 단숨에 읽어 버렸다.
그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마음속으로 무서운 꿈을 꾸고 싶다고 빌면서 베개를 밟고 잠이 듭니다.
밟는 횟수에 따라서 무서운 이야기의 레벨이 정해지는데
한두 번은 놀이공원 귀신의 집 정도이지만 일곱 번이 넘어가면
정말 무서워집니다. 최고 레벨은 열 번입니다.]
막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 내용을 읽은 나는 베개를 밟기 시작했고,
곧장 최고 레벨로 가면 금방 시시해질 것 같아서 아홉 번을 밟은 뒤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오래전에 돌아가신 친척 할아버지를 간병하는 꿈을 꿨다.
어째서인지 할아버지는 내 방 침대에 누워 계셨는데 코와 팔에
이런저런 관이 잔뜩 연결돼 있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는 싱글벙글 웃으시다가도
나와 단둘이 있게 되면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는 나를 노려보면서
낮은 목소리로 어떤 말을 계속 중얼거리시는 것이다.
그게 너무 무섭고 두려웠던 나는 간병하는 척하면서 관 하나를 빼 버렸고,
그러자 할아버지 상태가 급변하고 말았다.
당황한 가족들은 즉시 내 방으로 달려왔고,
할아버지는 목을 마구 긁어대는 것 같은 소리로 신음하시다가
이내 돌아가시고 말았다.
내가 저지른 짓이 들키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지 덜컥 겁이 났던 나는
모른 척 시치미를 떼면서 할아버지 곁으로 다가갔고,
내 귀에는 할아버지의 웅얼거림이 들려왔다.
"네가 죽였어··· 네가 죽였어···!"
그 순간 나는 잠에서 깨어났고, 꿈속의 상황에서 느낀 두려움을
떨쳐 내기 위해 그 내용을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따져 보기 시작했다.
애초에 이것이 왜 레벨 9 정도의 꿈이라는 건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직전에 돌아가셨고,
그렇기에 내 방에서 그분을 간병하는 상황 자체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러니 실제로 할아버지는 분명히 저런 말도 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그래. 그 얼굴은 이제 잊어버리자. 어차피 현실이 아닌 꿈이었으니까.’
그렇게 생각을 해도 뭔가 불쾌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고,
왠지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든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
"네가 죽였어··· 네가 죽였어···!"
천장에서 엄청난 크기의 새파란 얼굴이 나타났고,
절규에 가까운 신음이 내 귓가에 쩌렁쩌렁 울렸다.
얼굴이 꿈속에서부터 나를 뒤쫓아온 것이었다.
얼마가 지나서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 그 얼굴은 사라져 있었고,
그 후로 며칠 동안 나는 베개를 발 가까이 두는 것조차 두려워해야만 했다.
그러니까 레벨 9는 일단 무서운 꿈을 꾸고 난 후 ‘아 꿈이었구나’
하는 순간 진짜가 나타나는 것 같았다.
그럼 대체 레벨 10은 얼마나 더 무서운 것일까.
그런 끔찍한 꿈은 더 이상 꾸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그 방법을 잊으려고 애써 노력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다음 달에 학습지 독자 투고란을 보니
[무서운 꿈을 꾸는 방법]을 실제로 해 본 사람이 보낸 글이 실려 있었다.
[지난달에 무서운 꿈을 꾸는 방법을 투고란에서 보고
실제로 시험해 봤는데요.
저는 무서운 것을 싫어해서 베개를 여덟 번 밟고 잠에 들었습니다.
그날 꾼 꿈의 내용은 자세히 기억나진 않는데 눈을 떠 보니
방에 새파랗고 커다란 얼굴이 나타났습니다.]
그 글을 읽는데 등골이 다 오싹해졌다.
다른 사람인데도 나와 똑같은 일을 겪었다는 것이다.
‘베개 밟기’, ‘무서운 꿈’, ‘레벨’ 등의 키워드로 인터넷에
검색을 해 봤지만 내가 읽은 [무서운 꿈을 꾸는 방법]에 대한 정보는
끝내 찾을 수가 없었다.
레벨 10에서는 도대체 어떤 꿈을 꾸게 될지···.
누군가가 대신 시험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