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하는 알바생이 뺑소니를 봤다고 했다.
친구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진 뒤에 차를 몰고 집으로 가던 중
흰색 승용차 운전자가 차 앞에 쓰러진 여자를 급하게
트렁크로 넣는 장면을 우연히 봤다는데 트렁크에 여자를 넣으면서도
비틀비틀거리는 게 음주운전을 해서 그런 사고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왜 신고를 안 했냐는 말에 자기도 음주운전한 거 걸릴까 봐
그랬다고 말하는 게 참 한심해 보였다.
이후 알바가 끝나고 집으로 가던 도중 뺑소니 사건의
목격자를 찾는다는 전단지를 발견했다.
어젯밤 1시경에 흰색 아우디가 25세 은행원 김 모 씨를 치고
시체를 몰래 트렁크에 싣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은 아래 번호로
전화를 달라고 쓰여 있었다.
아마도 녀석이 봤다는 사건이 이것인 것 같아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는 녀석에게 메시지를 보내 네가 본 게 바로
이거 아니냐고 물었다.
잠시 후 답장으로 맞는 것 같은데 음주운전한 게 걸릴 것 같으니
전화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왔다.
답장을 본 나는
[네가 처벌받는다고 해도 그놈보다 적게 받고,
네가 신고 안 하면 피해자 가족은 영원히 고통받으면서 살 거야. 잘 생각해 봐.]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그 이후, 다시 답장이 왔다.
[알았어요. 일단 전화해 볼게요.]
전단지에 쓰인 번호로 일단 신고는 하려는 모양이다.
녀석의 운전면허증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옳은 일을 하게
한 것이니 좋게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다음 날 녀석이 알바를 안 나왔다.
아무리 전화를 해 봐도 집 전화도, 휴대폰도 받질 않는다.
그 다음 날이 돼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전단지는 피해자와 경찰만이 붙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