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대학에 다니며 원룸에 혼자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 방을 구하러 다니다가 지금의 자취방을 보게 되었는데
시설도 깔끔하고 느낌이 좋아서 안심하고 계약했습니다.
방의 구조를 간략히 설명해 보자면, 현관문을 열자마자 바로 부엌이 보이고,
부엌과 방은 유리로 된 미닫이문으로 분리돼 있습니다.
당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저는 소위 ‘야행성’이었던 습관을 버리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일찍 잠자리에 든 저는 새벽 2시 무렵,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뜨게 됐습니다. 그런데···
"똑똑똑"
잠에서 깨자마자 어디선가 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그 이후로 매일 새벽,
같은 시간에 그 소리가 들려오는 겁니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기에는 소리의 간격과 크기가
마치 기계음처럼 일정했습니다.
현관문 쪽에서 들리는 그 소리 때문에 매일 잠에서 깨게 되자
짜증이 난 저는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누군가 술에 취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도둑이 제 자취방을 표적으로 삼고 수작을 부리는 건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몽롱한 상태로 식칼 하나를 꺼내 들고 조용히 현관 쪽으로
다가가서 문을 살짝 열어 봤습니다.
그런데 문밖에는 캄캄한 복도만 보일 뿐 아무도 없었습니다.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어두운 복도만이 저를 반겨 주었죠.
졸음이 쏟아졌던 저는 잘못 들었나 보다, 하고
문을 잠근 후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뚝 끊겨 버렸습니다.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어쨌든 새벽마다 잠을 깨우던 소리가
사라져 버렸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평범한 일상을 계속 이어 나갔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똑똑똑똑똑"
노크 소리가 또다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현관문이 아닌 방 안쪽에 있는 미닫이문에서
들리는 소리였는데 소리는 아주 작고 가볍게,
그렇지만 규칙적으로 일정하게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왜 현관문 쪽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현관문을 열었을 때 문밖에 있던 무언가가
집 안으로 들어왔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바로 며칠 전,
부모님이 자취방에 오셔서 하루 주무시고 가셨는데
그때 더우시다며 미닫이문을 열고 주무셨습니다.
그날 밤에 가위에 눌리신 아버지는 어떤 여자가 부엌에서
스르르 다가와서는 어머니 배 위에 엎드리고 누워서 이상한 말을
계속 중얼거리는 걸 보셨다고 합니다.
제가 제 손으로 문을 열어 준 꼴이 되어 버렸으니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뒤에서 그 무언가가 저를
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이사라도 가야 할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