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가족끼리 해안에 있는 캠프장에 놀러 갔을 때의 일이다.
캠프장은 벼랑 위에 있었는데 거기에서 아래쪽까지 계단으로 내려가면 깨끗한 모래사장이 있었다.
우리들 이외에도 캠핑 온 사람들이 많았었고, 그 모래사장 자체가 명소였던지라 놀러 온 사람들도 많았고 아무튼 꽤 붐비는 곳이었다.
그때 내 동생은 중학교 2학년이었는데 사춘기 남자애라 그런지 좀 반항기가 있어서 가족 여행인데도
혼자 안 가겠다고 버티는 걸 아빠가 억지로 차에 태우고 캠프장까지 데려오신 것이었다.
도착하고도 계속 삐쳐 있던 건지 같이 헤엄치고 놀자고 해도 나나
형이랑은 떨어져서 혼자 벼랑 밑의 자갈밭을 거닐거나 조금 먼바다의 부표 있는 곳까지 나가 혼자 헤엄치고 있었다.
정오쯤에 물놀이를 시작해서 한 1시간 정도 지났을 때였나,
부표 있는 곳에서 그 녀석이 뭐라고 소리를 질렀다.
고무보트를 타고 그 녀석한테 가까이 가 봤더니 부표에 매달려선 얼굴이 새파래져서 덜덜 떨고 있는 것이다.
이상하다 싶어서 더 가까이 다가가 물어봤다.
"야, 왜 그래? 다리에 쥐 났어?"
"사람··· 사람이··· 팔을 잡아당겼어!"
"사람? 누가 장난이라도 친 거야? 응?"
"어린애··· 사람이··· 옷도 입고 있었어··· 어린애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일단 부표에 매달린 동생을 부표 위로 끌어올렸다.
잘 보니 동생의 왼쪽 팔뚝에서 엄청나게 피가 나고 있었다.
왜 이렇게 됐는지 물어보려고 해도 계속
"사람이··· 사람이···!"
이렇게만 중얼거려서 영문도 모른 채 일단 해변까지 데리고 왔다.
벼랑 위에 있는 캠프장까지 형이 업고 가서 텐트에 눕히고 간신히 팔을 치료했다.
상처는 한 2cm 정도였는데 그것은 팔을 관통한 상처였다.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듯 동생이 이야기했다.
부표가 있는 부근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는데 근처에서 물 위에 떠올라 있는 아이가 보였다고 한다.
어린아이가 혼자 여기까지 어떻게 왔을까 생각하다 보니 뭔가 꺼림칙한 생각이 들어서 눈을 피했다고 한다.
왠지는 몰라도 눈을 마주치면 안 될 것만 같았다, 뭔가 눈을 마주치면 그대로 죽을 것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눈을 감고 있으려니까 갑자기 뭔가 알 수 없는 이상한 분위기가 가까워진 것을 느꼈다고 한다.
눈을 뜨면 또 그 아이를 보게 될 것이고, 빨리 도망치지 않으면 따라잡혀서 죽을 것만 같았더랬다.
그런데도 동생은 무서워서 헤엄을 칠 수가 없어 부표에 매달려서 필사적으로 우리에게 도움을 청했던 것이라고 한다.
내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계속 눈을 꼭 감고 있었는데···
내 목소리에 안심하고 눈을 뜨니까 동생의 왼팔에 얼굴이 반쯤 녹아 있는 아이가 매달려 있었다고 한다.
손가락으로 팔을 찌르고 있었고 머리카락이 온몸에 휘감겨 있었다고 한다.
"그 부표가 없었으면 나는 죽었을 거야···. 하···."
이러면서 동생은 꺼이꺼이 울었다.
하지만 우리가 그 녀석을 보트 위로 끌어올렸을 때 몸에 머리카락 같은 건 붙어 있지도 않았고,
팔의 상처는 사람이 손가락으로 찔렀다기보단 뭔가에 관통당했다고 해야 하는 상처였다.
아마도 드물지만 잠수복까지 관통할 만큼 날카로운 물고기가 있다더니 그런 거에 당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뭐, 우린 동생이 꿈이라도 꿨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다.
캠프장에서 돌아간 뒤로 2주쯤 지났을 무렵, 동생의 상처는 점점 더 심해졌다.
곪기까지 하고 무서울 정도로 부어올랐다.
병원에 데려가 봤더니 의사는 아무래도 상처 안에 이물질이 들어가서 곪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간단한 수술로 적출하면 바로 나을 거라고 해서 그날 바로 수술을 받았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다.
"이물질은 전부 제거했습니다. 이제 상처도 금방 나을 겁니다."
"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어쩌다가 그렇게 다친 겁니까?"
"네? ···뭔가 문제라도 있나요?"
"아뇨, 뭐 그런 건 아닙니다만···. 이게 안에 들어 있던 이물질인데···."
그렇게 말하면서 의사가 보여 준 동생의 팔에서 꺼낸 이물질은···
상당한 양의 긴 머리카락 뭉치와 통째로 뽑힌 것 같은 생 손톱이었다.
그 이후로 동생은 다행히도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는데,
단지 바다만은 절대로 가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그 녀석이 말한 어린아이 이야기는 지금도 잘 믿지 못하겠지만
의사가 보여 준 피투성이의 머리카락 뭉치와 생 손톱을 생각하면 아직까지도 소름이 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