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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 11화 Skypark Original(하앙쿠x노장미 합작)

엑스로즈
| 조회 : 3950 | 댓글 : 1 | 추천 : 3 | 등록일 : 2022-01-11 오전 10:06:29

"다녀오셨어요?"

끼리릭ㅡ

한 여자가 고갯짓으로 낡은 인공지능 휠체어를 움직여
헤이그를 마중 나왔다.

짧은 원피스를 입은 그녀가 한쪽 다리를 쩔뚝거리며
휠체어에서 일어섰다.

마치 젓가락처럼 가느다란 다리가 안쓰러워 보인다.

"어허! 여보, 일어나지 말래도."

그가 말을 하기 무섭게, 쩔뚝이던 그녀가 몸을 맡기듯
눈앞의 헤이그에게 쓰러지듯 안겼다.

"이 철갑 슈트는 벗고 오는 날이 없네요? 너무 딱딱해.
물론 맨몸도 딱딱하지만.."

헤이그와 아내가 서로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었다.

"아버지 다녀오셨어요?"

안톤이 제 방에서 나와 헤이그에게 인사했다.

이에, 아내를 향해 미소 짓던 헤이그가 곧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너 따라와."

헤이그가 찌푸린 인상을 애써 펴 품에 안겨있는
아내를 떼내 휠체어에 앉히고선 다시 인상을
찌푸린 채 안톤에게 손짓하여 집 밖으로 불러냈다.

"여보, 화가 많이 났네요. 무슨 일인지는 물어보지
않겠지만, 손찌검은 안돼요."

평소 상냥하게 아들의 이름을 부르던 그가 '너'라고
부르는 것에 헤이그의 아내는 그가 화났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헤이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애써 구긴 표정을 편 채로
집을 나섰다.

긴장하며 아버지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는 안톤은
예상했다.

학교에서 프로세에게 죽을뻔한 걸 아버지가 알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네 아버지."

"말해봐라. 왜 그런 게냐?"

    역시 아버지가 알고 있다.
    그런데 왜 그런 거냐고 묻는 의미는.. 뭐지?

"아.. 오디세이에 새로 들어온 친구가 좀 건방져서
정식 대결을 했습니다."

탁ㅡ
헤이그가 안톤의 널찍한 어깨에 팔을 얹고서 말했다.

"주제는 그게 맞지만 내가 묻는 요점은 그게 아니다."
 
"그럼.. 무엇이.."

헤이그가 말끝을 흐리는 안톤에게 물었다.

"왜 그 괴물이 경고하고 나서도 덤벼든 게냐?"

    아..
    내가 프로세에게 덤벼 땅에 처박혀 죽을뻔한 계기.. 
    계기를 묻는 거구나.
    그런데 왜 프로세를 괴물이라고 부르지?

"죄송합니다. 보는 눈이 많아 쪽팔려서 그랬습니다."

헤이그가 인상을 구기며 안톤의 어깨를 짓눌렀다.

"쪽팔려서? 쪽팔려서 죽으려고 달려들었다는 게냐?
처음 덤빌 때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텐데?"

안톤이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헤이그를 바라보며
신음했다.

"아- 아- 아버지.. 죄송합니다. 잘- 잘못했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짓누르는 헤이그의 악력에 견디지 못한
안톤의 몸이 점점 아래로 치우쳐 무릎을 꿇었다.

이내 헤이그가 안톤의 어깨에서 손을 뗐다.

"아들아, 그 자식은 괴물이란다."

안톤이 눈 한쪽을 질끈 감은 채 어깨를 문지르며 말했다.

"왜 괴물이라고 부릅니까? 강해서 그런가요?"

"강하지. 그러나 그 자식의 강함은 인위적인 강함이란다.
아주 거짓된 강함이야. 그는 만들어진 존재거든."

안톤이 놀란 눈을 땡그랗게 뜨고 바닥에서 벌떡
일어섰다.

"AI라는 말씀이세요? 아니 그럴 리가..
어느 누가 봐도 영락없는 사람이었는데요?"

"정확히 말하자면, 칩이 내장된 사람이지.
그는 태어나자마자 황제께 바쳐질 제물이었다.
위대하신 이바노프 황제를 신으로 만들었어야 할
그 자식의 할아비가 황제를 배신하고 손자인 프로세를
데리고 도망친 게야.
한마디로 소시어 프로세 그 자식은 언젠가는 상대해야 할
제국의 적이라는 게지."

헤이그가 안톤을 손짓하여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너, 네가 오디세이를 졸업 후 제국의 감사가 되면
네가 언젠가는 잡아야 할 적이라는 말이다."

"아니, 그렇다면 아버지를 포함한 제국의 감사들은
왜 혈안이 되어 잡았어야 할 사람들을 진작 잡지
않은 거죠?"

"허허.. 괜히 잡지 않는 게 아니야. 너무 강해서 차마
잡을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게다."

헤이그가 안톤을 끌어안으며 말을 이었다.

제국을 배신했을 때 바로 그들을 쫓았다가 한 팀이
궤멸했었거든.
제국의 2대 사령관을 포함해서 말이야.
그러니까, 신중하게 행동해라.
죽는 건 한순간이다.

"어쨌든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는 확실한 너의
적이라는 거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한순간에 받아들인 안톤은
궁금한 게 많았다.

그런 안톤에게 헤이그는 모든 걸 설명했다.

안톤으로서는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그는 이 모든 일을 곧이어
수긍했다.

학교 수업에서 수없이 등장하는 인물인
헨리 크리스토퍼가 프로세를 데리고 도망친 그의
할아버지라는 말을 듣고 난 후에야 말이다.

"아.. 그렇다면 이해가 되네요."

안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아들을 보며 헤이그가 물었다.

"사내자식이 뜬금없이 왜 눈물을 보이고 그러냐..?"

헤이그는 안톤의 유년 시절부터 그가 눈시울을
붉히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아버지였기에 두 팔을 안절부절 가만히 있지 못하며
조금은 당황하여 물었다.

사실은 남몰래 숨죽여 펑펑 운 게 한두 번이
아닌데 말이다.

"너무 불쌍하잖아요.."

생긴 것과는 다르게 마음이 여린 안톤이었다.

"이 녀석이..?"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본인에게 크게 혼나거나 손찌검을 당해도
눈물을 보인 적 없던 그가 눈물을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고작 5살인데.. 얼마나 힘들까..
머리만 비상한 애어른이잖아요..
그런 아이를 뒤에서 감싸주지는 못할망정,
아버지는 어떻게 그렇게 감사로서의 인생만 살아가려
합니까..

아버지. 그 아이가, 만약에 나였어도 나를 제국에 바칠
겁니까?

헤이그가 표정을 굳힌 채 안톤에게 등을 돌려 집 쪽으로
걸어갔다.

조금 멀어진 그가 멍하니 자신의 등을 바라보는 안톤을
향해 고개를 휙 돌려 말했다.

"제국의 감사가 가져야 할 덕목은 충성심! 그거
하나뿐이다. 사사로운 감정 따윈 가지지 않는다!"

묵직하게 소리치며 던지는 아버지의 말에 한대 맞은 듯,
안톤은 그 자리에 다시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의 답에 충격받은 그가 땅을 짚고 울부짖었다.

헤이그는 묵직하게 감사의 덕목을 외치고선,
안톤을 돌아보지도 않고 집으로 들어갔다.

나에 대한, 가족에 대한 감정을 사사로운 감정으로
생각하게 되는 게 감사의 미래라면, 나는..
프로세와 함께 제국을 등지겠어요.
.
.
.
.
"맛이 어떠냐..?"

"어떻긴요.. 정말 감동적이에요."

헨리 표 스테이크를 한입 베어먹은 프로세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렇게 좋으냐?"

"네! 제가 이 순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에요!"

입이 귀에 걸려 행복한 미소를 짓는 프로세를 보며
헨리 또한 만족하여 흐뭇했지만, 그의 미소엔 측은함이
담겨있었다.

"미안하구나.."

탕ㅡ
프로세가 포크를 쥔 손으로 식탁을 가볍게 내리쳤다.

"아 정말! 또 뭐가 미안한데요? 아주 죄인이네. 죄인이야."

"다 미안하구나.."

"거참, 밥 맛있게 해주면 된 거잖아요~"

프로세가 팔을 뻗어 스테이크 한 조각을 헨리의 입에
욱여넣었다.

"그런데 헨리는 왜 스테이크를 내 것만 했어요?"

헨리가 입에 욱여 넣어진 스테이크를 우물댔다.

"늙은이는! 스테이크 같은 음식! 좋아하지 않는단다..!"

말을 하는 입안에 침이 쉬지 않고 한가득 고여 말하기도
힘들면서 이런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단다.

심지어 침이 튀어나와 본인의 턱에 흐르는 걸 닦으면서
말이다.

    닭 다리도 자식 먹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네가 알기나 하겠니! 우물우물..

"어휴! 헨리, 그나저나 돈이 없었으면 이때까지의
생활비는 도대체 어디서 난 거죠?"

"하하하! 여기 이 집에 먹고 살 정도의 현금은
남겨져 있었단다."

"어.. 죽은 황제의 장소잖아요."

"그래, 황제의 장소고, 황제의 돈이었지. 왜 그러냐?"

프로세가 곁눈질로 헨리를 흘겨보며 말했다.

".... 소위 말해 도둑질이네요?"

헨리가 그 답지 않게 얼굴이 시뻘게져선 호통쳤다.

"이.. 이놈!! 도둑질이라니, 나 헨리 크리스토퍼가
이 제국에 공헌한 세월이 얼만데!"

"...."

이내 말없이 정색하는 프로세를 보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 뭐.. 잘한 짓은 아니란 거 나도 알고 있단다.."

"아니야, 괜찮아요. 빌어먹을 제국은 좀 뜯겨도 돼."

프로세가 행복하게 스테이크를 우물대며 말했다.

"그래서, 제국을, 어떻게, 우물우물.. 무너뜨릴 건데요?"
.
.
.
.
약 40여 년 전.
.
.
.
.
망국의 무법지대,
깊은 산속의 지형과 걸맞지 않은 으리한 벽돌집에
한 무리가 들이닥쳤다.

마치 전쟁이라도 치르는 듯,
족히 백여 명은 되어 보이는 건장한 남성들이
하나같이 허리에 장검을 차고 있다.

시대에 걸맞지 않은 이 광경은,
마치 총이 없던 까마득한 옛 시대를 연상케했다.

이윽고,
장검을 꺼내든 괴한들의 시야 앞에 집 주인이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 공간이동하여 나타났다.

웃는 얼굴로 나타난 집 주인의 낯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변한 그의 눈앞에는 칼에
살갗이 갈기갈기 찢긴 아내가 피를 철철 흘린 채
죽어있었다.

ㅡ 으아아아!!
그가 슬픔과 분노에 몸부림치며 포효했다.

웅성대는 괴한들 앞에서 집 주인은 피범벅인 아내를
안고서 계속해서 울부짖었다.

이윽고 장검을 든 괴한들 중, 맨 앞에 선봉에 선 자가
말했다.

"어이, 네가 크리스토퍼 헨리구나? 정말 초능력을
쓸 줄이야." 

넋이 나가버린 헨리의 양손이 아내의 피로 물들었다.

선봉에 선 남자가 말을 걸어도 헨리는 쳐다보는
시늉도 하지 않았다.

아내를 안고 있는 헨리의 긴 머리를 묶은 상투가
싹둑 잘려나갔다.
서걱ㅡ

헨리의 정돈된 머리가 일순간에 풀어 헤쳐졌다.
고개를 서서히 드는 헨리의 광기 어린 눈이
산발이 된 머리에 가려져 더욱 매섭게 빛났다.

"한 명, 한 명.. 갈기갈기 찢어줄게."

자신의 앞에 선봉을 선 괴한을 보는 헨리의 눈은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 같았다.

시선을 위를 향해 째려보는 그의 눈에는 검은자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아내를 품에 안은 헨리가 괴한들의 눈에서
사라졌다.

"모두 정신 차려라, 정신 차리고 대기해라.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

웅성웅성 대는 괴한들의 선봉에선 남자가 대열을
가다듬었다.

"필시 총을 들고 나타날 것이다. 나타나자마자
주저 말고 베어라!"

이윽고 아내의 시체를 옮긴 뒤 다시 나타난 헨리의
모습은 괴한들의 예상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헨리가 손에 쥔 것은, 총이 아닌 그들과 같은 장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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