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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 2화 Skypark Original(하앙쿠x노장미 합작)

엑스로즈
| 조회 : 3776 | 댓글 : 1 | 추천 : 2 | 등록일 : 2022-01-10 오후 1:17:17
제이콥이 에밀리의 아이를 품에 안고
관제실로 다시 복귀했다.

엄마의 편안한 품을 떠나 딱딱한 철갑 슈트를 껴입은
제이콥의 낯선 품에 안긴 아이가 자꾸 울어댔다.

하지만 제이콥은 따가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정신이 나간 듯이 흐리멍덩했던 그의 눈에는 
에밀리의 마지막 모습이 뇌리를 자꾸 맴돌았다.
그녀의 마지막 한마디까지도.

"고마워요.."
이 한마디가 제이콥의 눈시울을 한없이 붉혔다.

제이콥에게 무전으로 처형을 지시한 상관이 다가왔다.

"마이크를 일부러 끈 이유는?"

상관의 말에 제이콥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 티 나지 않게 껐다고 생각했는데..
어차피 위성에 음성은 기록되질 않으니..
상관없겠지.

"죄송합니다. 동정심을 느껴서 몇 마디 건넸습니다.
저를 너무 원망하지 말라는 말을 했고,
그녀의 절규를 잠시 위로했을 뿐입니다."

"자네 눈이 울기 일보 직전이군.
제국의 감사는 눈시울을 붉히지 않는다."

상관이 한쪽 눈썹을 찌푸린 채 제이콥에게 속삭였다.

".. 혹시 다른 사적인 얘기는 하지 않던가?"

상관이 아주 은밀하게 말했다.

이 묘한 분위기는 뭐지?
연구소장님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은데..

제이콥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헤실댔다.

"알겠습니다. 감정을 잘 다스려 보겠습니다.
다른 사적인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

제이콥의 품에 안긴 채 끊임없이 울어대는 아이를
상관은 빼앗듯이 낚아챘고, 아이는 더 지독하게 울었다.

상관이 뒤돌아 걸어갔다.
멈칫.
걸어가던 상관이 갑자기 멈춰, 고개를 틀었다.
상관의 살짝 튼 고개는 다시 제이콥을 주시했다.

"우리가 가져야 할 덕목은 충성심. 그거 하나뿐이다.
감사 일을 계속하려면 사사로운 감정 따윈 버려라."

"알겠습니다."

제이콥의 뇌리에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일단 지금 분명한 건, 몇몇은 저 아이가 
연구소장님의 손자라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반면에 연구소장님은 아들인 알렉산더와 등지고 산 지 이미
오래되었다고 들었었다. 혹여나 아들의 처형 소식은
들었더라도 그의 아이가 있다는 것까지 알고 있을까?
.
.
.
.
제이콥의 상관이 연구소장의 연구실 문 앞에 섰다.
그가 홍채 인식기에 눈알을 들이밀며 유리 문을 열었다.

ㅡ 인증되었습니다. 티혼 페트로프 환영합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아기 울음소리가 연구실 안을 채웠다.
연구실 안의 수많은 기계 작동음이 아기 울음소리보다 작다니.
귀가 좋지 않은 헨리로서도 갑작스러운 울음소리에 귀가 따가운 듯
눈살을 찌푸리며 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헨리, 위대하신 황제의 명을 전달하러 왔소."

헨리는 우는 아이를 보고선, 그 명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는 듯
측은한 눈빛으로 혀를 차댔다.

"쯧쯧.. 어서 오게 티혼."

"이 아이가 위대하신 황제의 희생양이 될 아이요.
황제께서 한시도 늦추지 말고 바로 진행하라 하셨소."

티혼이 헨리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헨리의 앞에 선 장신의 티혼은 마치 난쟁이처럼 작은
헨리에게 선물을 하사하듯 아이를 내려주었다.

"음..!"

헨리가 목울대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계속 울어대는 아이를 보고선
눈을 질끈 감은 채로 용해관에 아이를 집어넣었다.

용해관의 칩 투입구에는 실험용 칩이 아닌
황제를 신으로 만들기 위해 제작된, 현재로선
예비용이 없는 하나뿐인 칩을 넣었다.
이 세상의 모든 지식과 능력을 겸비한
완벽의 생명체를 만들어줄 칩을.

"예쁜 아가야, 살 날 얼마 안 남은 내가 지을 죄는
사후에 꼭 천벌을 받으마.."

울상의 헨리가 혼잣말을 내뱉으며 용해관을 작동시켰다.

헨리가 눈을 질끈 감고 용해관을 등지고 돌아섰다. 
그를 본 티혼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떠났다.

"흐흑.."

헨리는 자책하듯 눈물을 훔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10분이면 나오는 결과를 그는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연구가 성공했든 실패했든 상관없었다.
성공했더라도, 액체가 되어버린 아이를 보면
당장에라도 죄책감에 숨이 막혀 죽어버릴 것 같으니까.

그렇게 헨리가 10분은 훌쩍 지났을 것 같은 체감이 들 즈음,
또 누군가 출입문 너머로 그림자를 들이밀었다.

ㅡ 인증되었습니다.

홍채 인식기가 이름을 말하지 않고 통과시켰다.
황제였다.

주저앉아있던 헨리가 곧바로 자세를 고쳐
황제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위대하신 이바노프 2세 황제시여."

"실험은 어찌 되었지?"

결과를 확인하지 못한 헨리가 쿵쾅대며 일어났다.
그가 죄책감에 차마 보지 못했던 용해관에는
칩이 작동을 시작했다는 것을 알리는 푸른빛을 내고 있었고
그 빛은 용해관 안의 액체와 함께 아름답게 출렁였다.

헨리가 고개를 돌려 모니터를 주시했다.
그가 재빨리 경과 시간을 말했다.

"현재 22분 경과하였사옵니다."

다급하게 일어섰던 그가 다시 무릎을 꿇으며 말을 이었다.

"현재 아이의 정신이 작동을 시작한 칩에 결합되었고,
온전해지기까지 정확히 24시간 하고 35분
남은 것으로 확인되옵니다."

황제가 흥분하여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성공했군. 온전해진 뒤에 내가 저 용해관 옆의
실험관에 들어가면 내 정신을 옮길 수 있는 건가?"

황제가 용해관 바로 옆의 실험관을 가리켰다.

"그렇사옵니다. 편히 쉬시면 시간 되어 찾아뵈겠습니다."

"그래. 딱 맞춰서 찾아오도록 하여라. 하하하!"

헨리가 바닥에 엎어진 채 머리를 꾸벅였다.
황제도 이에 고개를 끄덕이고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자리를 떴다.

그런데 거의 곧바로 유리 문이 다시 열렸다.

ㅡ 인증되었습니다. 제이콥 에번스 환영합니다.

"위대하신 황.. 아, 제이콥이구나.
아이고 요새 귀가 잘 안 들려서."

문이 열리는 음성을 듣지 못한 헨리가 민망하다는 듯
짤막한 손가락으로 귀를 파대며 말을 이었다.

"허허. 무슨 일로 왔는가?"

"갓난아이. 아이 지금 어디 있어요!?"

여차저차 상황을 알게 되어 다급하게 달려온
제이콥이 소리쳤다.

"왜 호들갑이냐? 뭐가 문제인 게야?"

"그 아이가.. 그 아이가 소장님 손자인 거, 압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

"소장님 아들과 며느리가 처형 당한 건, 압니까?"

헨리의 길게 자란 흰 수염이 쭈뼛 세워졌다.
입을 벌린 채 대답 없이 눈알만 굴려대던 그가 입을 뗐다.

".. 처형을 당했다고?"

"예."

"녀석이 이기적이게 불쌍한 며늘아기까지 데려갔구나.."

황제가 나간 시점부터 무릎을 계속 꿇고 있던 그가
힘겹게 일어섰다.
그가 떨리는 양손을 용해관 쪽으로 뻗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용해관에 넣어버린 아이가.."

내 손자라고?
라는 말을 차마 입 밖에 내뱉지 못하는 그가 중얼거렸다.

나와 서로 가는 길이 달라 등을 지고 산 내 아들이
반역자로써 처형당했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용해관에
녹아든 아이가 내 손자란 말이지?

황제는 이용 가치 있는 날 죽이진 못하고,
저 갓난아이도.. 원래 죽는 건데
본인을 위한 희생양으로 쓰려고
내 손자임을 알면서도 내 손으로 죽이게 했다.. 이거지?


헨리의 분노가 황제를 향했다.

그렇다고 해서 뭐 어찌해볼 텐가, 황제는 감사라는
정예 군대가 있고 내가 만들어놓은 파훼 불가능한
AI 위성도 있는데. 최고의 복수는 이 아이를
데리고 도망쳐, 아이가 깨어나게 만드는 것.

"고맙네 제이콥."

"저는 그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를,
그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키게 해드리는 것 그뿐입니다.
이미.. 늦은 것 같지만요."

이미 관 속에 있는 저 액체가 헨리의 손자라는 걸 깨달은
제이콥이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저 관을 챙겨 여길 벗어나세요.. 어서 도망치세요.
당장."

"그래, 고맙네. 그런데 미안해서 어쩌나..
날 도와준 자네에게 내가 줄 도움은 이거밖에 없군.
자네가 나를 도왔다는 이유로 죽으면 안 되잖나."

"예?"

용해관 옆의 빛나던 광선검이 갑자기 헨리의
손바닥 위로 이동됐다. 그 동시에 헨리가
철갑 슈트를 착용한 제이콥의 복부를 냅다 베었다.

ㅡ 으아아악!!

챙그랑ㅡ
헨리가 쥐고 있던 광선검을 손에서 힘 없이 놓았다. 

"칩이 박힌 부분을 끊으며 얕게 베었으니 걱정 마시게.
다른 감사가 오면 치료해 줄 게야.
상처도 좀 있어야 나를 도왔다는 게
티가 안 나지 않겠는가. 미안하네."

헨리가 복부를 벤 것은,
철갑 슈트의 기능이 작동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슈트의 칩이 박힌 부분이 끊어지게 벤 것이었다.

이는 한 번에 슈트가 망가져버린 제이콥이 반격조차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전투 능력까지 갖춘 헨리가 철갑 슈트를 입은 채 떠나면
쫓아오는 감사가 수백이라도 노장의 헨리가
마냥 당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칩에 비상시로 내장된, 특정 철갑 슈트를
폭파 시킬 수 있는 코드 때문에 슈트를
착용하고 떠난다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내 능력으로 요리조리 잘 피해 다녀 보자꾸나 아가야.."
ㅡ 아 참, 최소한 저 광선검은 있어야 해.

헨리가 땅에 떨어졌던 광선검을
곧바로 집어 들어 용해관과 연결된 가스관을 끊었다.

가스관을 끊자, 용해관 속의 칩이 아이를 금방이라도
깨울 것처럼 더 강한 빛을 내뿜었다.

이 가스가 바로 관 속의 생명체가
깨어나는 것을 억제하는 '안전장치'였다.
하지만, 지금의 헨리에겐 그 반대다.

용해관에 연결된 가스 관이 끊어지자
곧바로 연구실은 하얀 연기로 메워졌다. 

헨리는 포옥 안기듯이 용해관을 끌어안더니
혼잣말을 중얼대며 용해관과 함께 사라졌다.

"아가,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지켜줄게야.
너도 빨리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고
깨어나야 우리가 산단다."
.
.
.
.
허억..

허억..

'내가 공간이동을 할 때마다 계속 쫓아오는 감사들의
슈트를 수백 개는 부순 거 같은데!
설상가상으로, 관제실을 지키고 움직임을
통제해야 하는 사령관이 직접 왔구나.'

헨리가 사령관과 마주했다.

사령관이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황제께서 연구소장 자리는 당신이 아니면
안 된다 하셨소. 그래서 무조건 살려서 데려오라는
어명을 내리셨지. 당신의 무예가 그렇게나 출중해서
지금 해가 떠오를 시간까지 버티고 있었던 것 같소?"

땀에 흠뻑 젖어 나무에 기댄 헨리가
애써 태연한 척 웃으며 말했다.

"허허, 이보게. 내가 선배로서, 감사의 삶도
겪어봐서 아는데, 그답게 내 덕목은 충직하게
충성심밖에 없었네. 그런데 황제라는 자가
맥스 자네가 보지도 못한 자네의 손자를 데려다
직접 죽이게 해도 감사로서의 덕목을 지킬 텐가?"

"맥스는 오래전에 죽었소. 오직 제국의 감사 사령관일 뿐.
나 자신을 버리는 게 황제에 대한 진정한 충성인걸
제일 오래 제국을 지킨 헨리 당신이 그걸 왜 모르오?"

자신의 능력인 염동력을 과시하듯 절벽 너머의
공중에 떠있는 맥스가 슈트를 벗어던졌다.

"크리스토퍼 헨리. 초대 사령관.
남자답게 붙어 결판 짓는 게 어떠시오?"

순순히 따라올 것 같지 않은 헨리에게
맥스가 후배로서 결투를 신청했다.

이에 헨리가 우습다는 듯 애써 싱거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헨리가 나무에 기댄 채 검을 집어 들었다.

"그래, 자네라도 눕히면 한동안은 날 쫓지 못하겠지." 

땀에 흠뻑 젖은, 헨리는 더는 힘이 없어 보였다.
헨리에겐 최선의 선택지조차 최악일 뿐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선택권조차 없었다.

'공간이동 능력자가 공중에 떠있는
염동력 능력자를 상대하는 법?
공중에 떠있는 상대의 근처로 이동해서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면 된다.'

기대어있던 헨리가 일어섬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맥스처럼 날지 못하는 헨리가 맥스의 뒤로
순식간에 나타나 공중에서 주먹을 뻗었다.

하지만 헨리가 공간이동 능력을 사용한다는 것을
아는 맥스는 사라진 헨리의 기척을 곧바로 느껴
팔꿈치를 뒤로 찍었다.

ㅡ 크헉!

턱에 그대로 꽂힌 한방에 정신을 잃을뻔한
헨리가 다시 사라졌다.

이 주위 어디서도 기척을 못 느끼고 있는 맥스의
머리 위에 헨리가 검을 휘두르며 다시 튀어나왔다.

ㅡ 챙!

맥스는 인간 같지 않은 반응속도로
머리 위에 날아온 헨리의 광선검을 자신의 검으로 맞대었다.

공중에 뜨지 못하는 헨리가 맥스의 위에서
체중을 실어 양손으로 검을 찍어 눌렀다.

두 손에 힘을 실은 헨리에 반해,
맥스는 한 손으로 헨리의 검을 막고 있었다.

그때 맥스가 내리고 있던 한 손을 들어
헨리의 목을 조이며 말했다.

"어디 피해 보시지. 이 손 놓지 않을 테니."

"크윽.. 내 능력의 허점을 잘 알고 있구먼."

맥스는 헨리가 어디로 공간이동을 하든
헨리를 잡고 있는 본인 또한 같이 이동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쥔 검을 절벽 아래로 
놓아버린 헨리가 맥스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ㅡ 텁!

맥스 또한 헨리가 검을 놓음과 동시에
똑같이 검을 버리고, 날아오는 그의 주먹을 잡았다.

헨리의 목을 계속 조이고 있던 맥스가
절벽 아래로 그를 끌고 가 내리 처박았다.

ㅡ 쾅!

순식간이었다.

피를 토하는 헨리의 희미해지는 시야 앞에
떠오르는 붉은 해와, 굳게 서있는 맥스가 보였다.

ㅡ 아.. 아름답구먼..
    정말 아름다워..

    그런데.. 이토옥 아름다운 태양을 가리며
    날아오는 저 청년은 누구지?

헨리는 간신히 붙잡고 있던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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