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희열
죽인다... 죽인다....
어떻게 죽여야 하지?
너무 빨리 죽어버리면 그동안 내가 당한 것들이 너무 억울하잖아.
고통스럽게 천천히 죽여 버려야 겠다.
어두운 방안의 그 새끼의 거친 숨소리와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다.
조명아래 의자에 묶여 발버둥치는 이놈의 모습은 마치 도살장 천정에 매달려 도축을 기다리는 돼지새끼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이 새끼가 내 얼굴을 보면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순간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하지만 마음을 바꾸고 이 새끼의 두려움이 클라이막스에 다다를 때 까지 내 정체를 밝히지 않을 작정이다.
순간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 나올 뻔 했다.
내가 이 돼지 같은 놈에게 두려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이 놈은 벌써 두려움의 끝을 맛보았는지,
바닥이 흥건히 젖어 가기 시작했다.
이 새끼는 살려달라고 미안하다고 어린아이처럼 질질 짜고 있다.
복면 때문에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살려만 준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을 것 같았다.
역겨웠다.
배가 꿀렁이며 목구멍으로 무언가 올라오려는 것을 간신히 제어할 수 있었다.
이정도 밖에 안되는 새끼가 그동안 그런 끔찍한 짓을 서슴없이 한 것에 대해서 화가 치밀어 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내가지금 들고있는 이 야구방망이로 이놈의 머리통을 깨부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슬쩍 이 새끼가 묶여있는 의자 뒤로가서 방망이를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이놈한테 내 얼굴을 보여 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이전까지 두려움의 시간이었다면, 지금부터는 고통을 보여줄 시간이기 때문이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네가 저지른 죗값을 달게 받아라.
나 역시 지금 저지른 나의 죗값을 달게 받겠다고 다짐했다.
“네놈이 잘못을 저지른 모든 이들을 대신해 내가 너를 응징 하는 것이다 “ 라고 생각하니 이제는 더 이상 어떠한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이들이 나를 응원해주는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야구 방망이로 이 새끼의 허벅지를 강하게 내리쳤다.
“으 아악 ”
극에 달한 두려움만이 가득 차있는 하나의 무능력한 인간은 이제 부터 시작되는 고통의 행위를 속절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다.
허벅지를 때렸던 나의 두 손에 전율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떻게 고통을 줄까 망설이던 나는 두 손이 방향을 잡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이 또 한번의 응징을 원하고 있다.
침착해야한다.
이 새끼가 죽어버리면 모든 여흥이 깨져버리는 것을 생각하니 흥분되었던 마음이 조금씩 차분해 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방망이를 들어 똑같은 곳을 한번 더 내리쳤다.
짜릿했다.
이놈은 더 큰 고통에 몸부림치며 계속해서 비명을 질러댔다.
나는 똑같은 곳을 쉴 새 없이 내려치기 시작했다.
드디어 이곳엔 이성을 잃어버린, 분노만 남은, 사람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는,
어떤 하나의 생명체만이 존재 할뿐이었다.
그러다 문뜩 정신이 들었다.
주변은 시끄러웠고, 나는 정신이 없었다.
시끄럽게 비명을 질러대는 이 놈의 아가리를 방망이로 후려치고 싶어졌다.
이제는 그냥 죽여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할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내 얼굴을 보여 줘야해“
잠시 나의 방망이질이 멈추자 이놈은 살려달라고 울부짖었다.
나는 가쁜 숨을 가다듬고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이놈 얼굴에 씌워져 있던 복면을 벗기고 나는 입을 열었다.
"영호야 이게 무슨 일이야"
다음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