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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이지만 자주 업로드 할게요  -001

논리왕전기
| 조회 : 4336 | 댓글 : 0 | 추천 : 0 | 등록일 : 2021-11-06 오전 3:16:21
내일은 엄마 생일이다. 학교에서 어버이날 행사로 편지 쓰라고 한 날, 우리집 주소로 부친 편지 이후 처음으로 손편지를 쓰고 있다.
고3 때, 나는 철없는 수험생이었다. 공부는 전교에서 5~6등 정도로 준수하게 하는 편이었고 공부량도 절대적으로 적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나름 내가 목표로 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더 해야 한다는 것이 엄마의 생각이었다. 그때는 엄마가 나를 밀어붙이는 것이 그저 부모의 욕심이라 생각했다. 내심 많이 원망하기도 했다.
그땐 몰랐지만 엄마는 매 순간 나를 위해 희생했다. 학교에서 야자가 끝나면 나는 독서실에 가서 새벽까지 공부했고 엄마는 그 새벽까지 기다려 독서실에서 나를 차로 태워오곤 했다. 엄마는 직장인이라 다음날 아침 나를 학교까지 태워주고 출근을 해야 했다.
주말에 대치동으로 학원 수업을 가야 할 때면, 아침에 졸려하는 나를 깨워 편도 40~50분 거리를 차로 운전해 데려다 주고, 수업이 끝나는 늦은 오후까지 그 동네에서 기다려 나를 태워 오는 것도 엄마였다. 수업 때 매번 보는 시험에서 점수가 좋았을 때 재잘대는 내 수다를 받아주고 점수가 안 좋았을 때 나를 위로하던 것도 엄마였다.
그렇게 수능을 봤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고 내가 원했던 대학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수시로 주변에서 알아주는 대학, 알아주는 과를 붙었다. 일단 대학에 붙었다는 사실에 만족했지만 동시에 원하는 대학에 붙지 못했다는 슬픔이 밀려오기도 했다. 본인도 실망했을 텐데 엄마는 울음을 터뜨리는 나를 옆에서 말없이 쓰다듬어 주었다.
1학년 1학기를 20학번으로 다녔으나 코로나 비대면이라는 상황 속에서 내 학벌에 대한 숨겨진 열등감, 불만족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기말고사를 앞두고 반수를 결정했다. 불이 꺼진 거실에서 나 혼자 밤새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 다음날부터 독서실을 다니며 혼자 공부하기 시작했다.
6월말쯤 강남의 대형 학원에 들어갔다. 원래 학사에 들어가야 했으나 내가 온전히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아서 엄마에게 누군가가 같이 지내지 않으면 너무 힘들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엄마는 그 즉시 나랑 엄마랑 아빠랑 같이 지낼 오피스텔을 구했다. 아침 6시에 나를 깨워서 아빠는 강남의 회사로 출근하고, 엄마는 차를 타고 40~50분 거리를 달려 본가 근처의 직장으로 출근하고 나는 버스를 타고 학원에 가는 게 일상이었다. 밤늦게 학원에서 공부를 마치고 들어가면 집에서 엄마 아빠가 아들 수고했다면서 반겨주었다. 친구들의 존재가 공부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연락을 다 끊은 터라 부모님의 존재가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때가 너무 힘들었어서 나는 지금도 재수 생활만 생각하면 거의 ptsd가 온다.
힘들었지만 전력을 다해 공부하니 성적이 오르기는 올랐다. 모의고사 성적도 내가 목표로 삼은 고대에 오고도 남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나왔다.
수능을 봤다. 잘 봐야 한다는 강박감에 국어부터 시험을 망쳤다. 엄마가 싸준 따뜻한 도시락은 입에 대지도 않았고 영어랑 탐구는 넋이 나간 채로 시험을 봤다.
자살 생각은 나약한 루저만 하는 줄 알았다. 그리고 난 루저가 아닌 줄 알았다.
막상 그 상황이 닥쳐오니, 진짜 진심으로 자살하고 싶었다. 수능이 끝나고 시험장 앞에서 부모님들이 기다리는 곳에 딱 나갈 때의 두려움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엄마가 나를 보고 웃으면서 손을 흔들 때의 그 모습도 잊을 수가 없다. 아들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면서 집에서 얼마나 기도했을까. 나는 그런 엄마한테 대고 수능을 못 봤다는 이야기를 해야 했다. 엄마는 또 담담하게 수고했다며, 집에 가서 맛있는 거나 먹자고 했다.
다행히 가채점을 해 보니 고대 수시 최저를 맞출 수 있는 등급이 나왔고 수시 학업우수형, 계열적합형에서 모두 1차를 합격해 놓았던 터라 하나는 붙겠지 싶었다.
수능 성적표 발표날이 다가왔다. 가채점을 끝냈지만, 이상하게 수학 1문제가 복기가 되지 않았다. 이게 내 예상대로 정답이면 1등급으로 최저 충족, 오답이면 미충족이 되는 터라 매우 중요했다.
성적표 발표날, 거짓말처럼 수학이 2등급이 떴다. 진짜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나는 또다시 엄마한테 안 좋은 소식을 전해야 했고 엄마는 잠깐 실망하는 듯했지만 아직 계열적합형이 남지 않았냐, 설령 불합격이라 하더라도 후회 없는 도전이었으면 그걸로 됐다고 했다.
계열적합형 최종 발표날, 혹시나 하고 결과를 확인했지만 노예비 불합이었다. 나는 엄마에게 불합격이라는 소식을 전하면서 또 다시 가슴을 후벼파야 했다. 세상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고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걸 부수고 싶었다. 그날만큼은 엄마도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난 그날 거실에서 밤새 창밖을 보며 울었고, 건너편 문이 닫힌 안방에서는 숨죽인 울음소리가 들렸다.
1차, 2차, 3차 추합 결과는 나 혼자만 봤다. 혹시나 하는 기대는 가졌지만 결과에 대한 실망감은 나 혼자 감당하기로 했다. 또 엄마의 가슴에 구멍을 내기는 싫었다.
4차 추합은 전화추합이었다. 그날은 유독 집안 분위기가 차가운 날이었다. 며칠째 집에서 히키코모리처럼 누워 있던 나에게 엄마는 이제 그만 잊고 다시 일어서야 할 때가 되지 않았냐고 이야기했다. 순간 울컥했다. 난 아직 내가 진심으로 노력해서 얻은 결과가 이렇다는 걸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소리를 쳤다.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몇 시간 정도를 언쟁을 벌였다.
엄마 전화가 울렸다. 엄마가 전화를 받았다. 건너편에서 대단히 사무적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번호를 얼핏 봤는데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고 핸드폰 번호도 아니었다. 설마? 했지만 기대했을 때 반대로 얻게 되는 실망감을 마주하기 싫어 그냥 기대를 접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가 울음을 터뜨렸다. 등록하겠다고 했다. 그때 알았던 것 같다. 합격이구나. 엄마랑 얼싸안고 울었다. 해는 진 지 오래였고 집 불도 다 꺼져 있었지만 엄마의 눈물은 왜인지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 그렇게 나는 고대생이 되었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부모님께 부끄럽지 않은 외동아들이 되었다.
어른이란 어려움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이 되면 힘든 일이 생겨도 그렇게 어렵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막상 내가 어른이 되어 보고 나니, 어른은 힘든 걸 참아야만 하는 사람이란 걸 알았다. 나는 아직도 엄마 아빠에게 (부끄럽지만) 어리광을 부리고 힘든 걸 티를 낼 수 있지만 부모님은 그럴 수 없다. 그래서 더 참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더 힘드실 거다.
전에는 입시나 다른 것들로 바빠 그러지는 못했지만 요즘은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친한 친구들은 그런 나를 보고 ‘마마보이’라고 부르며 장난으로 가끔씩 놀리기도 한다. 물론 나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부모 뒤에 숨을 만큼 비겁한 사람이 아니다.
마마보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가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엄마는 그 정도로 엄마에게 헌신하고 오래도록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아들을 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소하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으니까..
엄마는 옆방에서 주무시고 계신다. 내가 이과라서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내일 아침 일어나서 내 편지를 받으시면 오래오래 간직하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몇번이나 다시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엄마 사랑해요. 오래오래 같이 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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