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증권사들이 작년 가을 무렵 제시한 올해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밴드)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연초부터 돌발 악재인 우크라이나 사태나 예상보다 빠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 등에 코스피 3,000 회복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 됐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지금까지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교보증권, KB증권이 기존에 발표한 올해 코스피 전망치를 수정했다.
대신증권은 2,610∼3,330에서 2,500∼3,180으로, 유안타증권은 2,750∼3,350에서 2,550∼3,150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교보증권은 2,850∼3,450에서 2,550∼3,050으로 낮췄다.
코스피 밴드가 아닌 목표 지수를 제시한 KB증권은 전망치를 종전 3,600에서 3,250으로 내렸다.
조정 폭을 보면 기존 전망치보다 지수 상단은 150∼400포인트, 하단은 110∼300포인트 낮아졌다.
코스피는 지난 1월 28일 장중 2,591.53까지 떨어져 많은 증권사가 애초 올해 하단으로 예상한 지수는 이미 깨진 상태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플레이션 강도가 예상을 뛰어넘었다"며 "올해 1분기 정도 미국을 기준으로 물가 상승 위험이 점차 완화하고, 연준 통화정책도 하반기부터 정책금리 정상화 과정을 겪으리라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며 "하반기 금리 인상 전망과 달리 연준의 정책 변화가 빠르게 나타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슈도 예상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코로나19 재확산과 물가 급등, 전쟁 등의 이슈로 목표 지수를 낮췄다"며 "물가와 긴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전쟁은 기존 우려를 더 높였고 여기에 미중 분쟁 조짐까지 불안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시장 불안 확대로 기업 실적을 바라보는 눈높이도 낮아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 실적 부진, 코로나19 확진자 폭증, 글로벌 경기 불안 영향으로 올해 연간 및 1분기 영업이익 전망 하향 조정이 뚜렷하다"며 "당분간 시장 전반에 실적 불안 심리가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KB증권은 연초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지수 전망 수정에 비중 있게 반영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기존 '상저하고', '봄 이후 반등 랠리' 전망은 유지한다"면서도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따른 밸류에이션 하향, 이익 전망 하향과 금리 상승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목표 지수를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 118조원 시가총액으로 코스피에 편입하면서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을 단번에 0.59배 끌어올렸다"며 "지수로 환산하면 코스피를 220포인트나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올해 예상 지수 상단을 3,050으로 가장 낮게 잡은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월 말 기준 코스피가 2,700 근처인 만큼 낙관적 시나리오를 수립해도 3,000 탈환은 쉽지 않으리라는 해석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주식시장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투자 '광풍'이 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하지만 금리 환경이 바뀌어 투자 환경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