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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이야기 "대천해수욕장"

홀짝귀신디여니
| 조회 : 3931 | 댓글 : 0 | 추천 : 1 | 등록일 : 2022-01-18 오후 7:09:51
때는 2003년 8월 10일. 4월달부터 친구들과 계획하던 여름 바캉스가 시작됐다.
우린 남자 넷, 장소는 대천 해수욕장, 4박 5일의 일정.
인터넷으로 민박을 예약하니 작년보다 수월하게 숙박이 해결되었다.
인터넷 콘도 민박(민박집 이름)에 도착해서 자리를 펴고 민박집 앞에서
저녁 7시쯤에 맥주와 삼겹살을 먹었다.
소주는 이따가 밤에 여인들과 광란의 밤을 보내기 위해 일단 보류하고 맥주를 마신 것이었다.

대충 저녁을 해결하고 대천 해수욕장의 물을 보러 갔다.
물론 저녁에 물 보러 간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 다 알리라 믿는다.
그럭저럭 대천의 여인들 물은 마음에 들었다.
첫날은 우리끼리 대충 장소 파악, 물 파악하다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나와 가장 친한 친구놈한테 전화가 왔다.(그 녀석은 사정이 있어서 친해도 데리고 오지 못했다.)

"야, 인마. 어데고?"

"어, 우리 어제 왔지.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놀라고."

"아─ 나, 미친···. 그러냐? 야, 쪼매만 기다려라. 니한테 갈라니께."

"어? 뭔 소리야? 니 할아버지 댁 간다며?"

"멍충아, 우리 할아버지 댁이 서산인 거 까먹었나? 내 차로 가면 대천까지 금방 가."

"아, 맞네. 알았다, 올 때 연락하고 온나."

오후 1시 반, 드디어 우리 4총사가 해변으로 출동했다.
낮에는 여자 물이 정말 shit이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우리끼리 바나나 보트 타고, 수영도 하고,
물장구도 치고. 그러다가 오후 4시쯤 온다던 친구가 차를 끌고 왔다.
이제 우리는 총 다섯 명이 되었다.

어쩌다 보니 드디어 저녁이 되었다.
돗자리부터 해서 소주, 안주 등등 챙겨서 해변 모래사장으로 갔다.
역시나··· 여자에 굶주린 늑대들이 돗자리를 깔고 작업 준비에 한창이었다.
우리도 슬슬 시작을 했다.

세 친구는 자리를 깔고 기다리고,
또 한 친구와 나는 여자를 물러 나갔다.
역시··· 저녁엔 물이 좋았다. 우리는 한 팀을 물었다.
인원은 세 명. 그럭저럭 괜찮았다.
한 명 빼고.
최대한 매너 갖추면서 우리 자리로 인도한 다음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진짜 재밌게 놀고 있었다.

그런데 낮부터 아까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날씨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뉴스 보도에도 없던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바람이 좀 분다 싶더니 이게 웬걸,
돗자리가 뒤집어질 정도로 바람이 불더니 굵은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여자애들과 우리가 술, 안주, 돗자리를 챙기던 도중에
한 친구와 내가 우리 방으로 가서 계속 작업을 할까 상의를 하는데
여자애들이 먼저 자기네 방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우린 앗싸리 하고 죽어라 뛰었는데
2003년 8월 10일쯤에 대천 해수욕장에 갔던 사람들은 알 것이다.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걸어갈 때 저항이 느껴질 정도의 바람 있지 않은가.
그 정도 바람에 비는 소낙비처럼 쇠똥만 한 것들이 막 내리는데 거기 있던 사람들은
다 편의점 같은 곳으로 피하고, 심지어는 화장실로 대피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총 인원이 여덟 명이었는데 거의 한 명 내지는 두 명씩 짝지어서
어디로 뛰어갔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여자 중 한 명의 휴대폰 번호를 따 놓아서 한 명과 연락이 닿았다.
일단 남자애들은 우리 민박으로 갔을 가능성이 높아서 민박으로 가 봤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겁나 무서웠다.

반지하였는데···.
어두워서 하나도 안 보이고,
너무 추웠다.

들어가 있고 싶었지만 열쇠는 다른 친구한테 있어서 그럴 수도 없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어서 그 여자애한테 전화했다.
다행히도 여자애들은 셋 다 자기네 민박이라고 했다.
나는 한숨을 쉬고 이제 내 친구들한테 연락을 해 봤다.
근데 두 명은 휴대폰을 민박 안에 두고 갔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머지 두 명은 연락이 돼서 만났고,
친구들을 찾으러 가는 도중에 우연히 또 한 친구를 만났다.
이제 한 명만 찾으면 됐다.
나와 가장 친한 차 끌고 서산으로 온 친구.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그 어디에도 없었다.
‘에이··· 좀 기다리면 여기저기 피해 있다가 우리 찾다가 지쳐서 숙소로 와 보겠지···.’
하면서 여자애들한테 두 시간 뒤에 간다고 전하고 계속 기다렸다.
그런데 1시간 30분이 지났지만 올 기미도 안 보이고 비도 바람도 그칠 줄 몰랐다.
아싸리 더 기다려 보자고 하고 더 기다렸는데도
이 녀석이 세 시간이 지나도 오질 않았다.

‘이거 뭔가 잘못됐구나···.’ 생각하고 여자애들한테 미안하다고 연락하고
찾으러 나가려는데 같이 있던 한 친구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오는 것이었다.
발신자를 보니 지역 번호가 이 지역이었다.
충남 보령···. 이게 웬일인가 하고 전화를 받았는데 그 친구라고 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다짜고짜 목놓아 운다는 것이었다.
친구가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내가 죽었다는 것이었다···.
지금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있는 내가·····. 처음엔 장난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내가 전화를 바꿔 받았다.

"야, 내 정우인데···"

"허억···!"

이 녀석이 정말 소스라치게 놀라며 전화를 끊어 버리는 것이었다.
이거 장난이 아니구나 생각하고 우리는 서로 ‘어쩌지, 어쩌지’만 하고 있다가
문득 내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간 것이 있었는데 바로 그 친구의 자동차였다.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하고 나 자신을 원망하며
친구들과 그 차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 차는 봉고차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친구가 운전석에 앉아서 멍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뛰어가서 문을 열고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얼마나 찾았는지 아냐고 묻자 친구들을 하나하나 스윽 둘러보더니
나를 보고는 울면서 도망가려고 하는 것이었다.
정말로, 그 당시 그 친구 얼굴 표정을 못 본 사람은 모를 것이다.
‘아니, 왜 저러나···.’ 하고 진정시키려
내가 그 친구의 몸을 만지니까 아주 발작을 하더니만 끝내는 기절해 버렸다.

일단 우리는 녀석을 민박집으로 데리고 갔다.
우리끼리 그 친구가 깨어날 때까지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상의하다가 두 시간 뒤에 그 친구가 깨어났다.

"야, 너 왜 그래? 이제 괜찮아?"

"야···, 너 정우 맞지···? 그치?! 죽은 거 아니지?!"

"그래, 인마. 내가 죽긴 왜 죽어.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응?"

"아··· 그래···. 맞구나, 정우가···. 그래···. 살아 있었구나···."

"그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말 좀 해 봐."

"그럼··· 내가 본 건 누구였지···?"

"누굴 봤는데? 너 혹시··· 진짜 정우를 본 거야?"

"어···. 그게, 사실은···"

그 친구의 이야기는 이랬다.
비가 오자 애들이 흩어지는 것을 보고는 자기도
막 피하다가 딱히 갈 데가 없어 공중 화장실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제서야 애들이 생각나서 보니 자기 혼자였다는 것이었다.
휴대폰도 숙소에 두고 오고, 소낙비라 금방 그치겠지 생각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비가 계속 더 세게 내리자 20분 뒤 민박집에 열쇠를 가진
친구가 있겠지 하는 희망에 민박집으로 갔는데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아마 그때가 연락된 친구와 내가 만나서 다른 친구들 찾으러 나갔을 때였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자기 자동차 생각이 났다고 한다.
주머니를 보니 이게 웬일, 열쇠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모래사장에서 돗자리에 앉았다가 떨어뜨린 것 같은 생각에
그 자리를 더듬더듬 찾아가서 10분을 헤맨 끝에
열쇠가 황도 통조림 캔 아래에 있는 것을 찾고는
차로 들어가려는 도중이었다고 한다.
사건은 그때부터였다···.

자기 차가 저쪽에 주차돼 있는 것을 본 후 미소를 띠며 걸어가는데
이상하게 조수석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이거 도둑놈이다’ 생각하고 뛰어갔는데 딱 보니까 그 사람이
바로 나였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는데 환장했다, 정말···.

친구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문을 열려는데 잠겨 있어서
열쇠로 열고 들어갔다고 한다.

어떻게 들어왔냐는 물음에 내가 아무 말도 없길래 자기가 주차할 때
문 안 잠그고 나왔나 보다 생각하고 나를 봤는데
내가 정면만 응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계속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어서 툭 쳤더니 그대로 쓰러졌더란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자기를 놀래키려는 줄 알고 장난치지 말라면서
손으로 팔을 만졌는데 너무 딱딱해서 힘주고 있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때까지도 장난으로 생각하고

"아~ 왜 그러냐, 인마. 이제 안 속는다."

이러면서 내 두 뺨을 잡고 자기 얼굴 쪽으로 돌렸는데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마네킹 같았다고 한다.
이제서야 상황 파악이 된 친구가 내 가슴을 만졌는데
심장이 뛰지 않고 있어서 설마 하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양팔과 양다리에서 오는 전율과 섬뜩함을 느끼며
차 밖으로 뛰쳐나갔다고 한다.

신고해야겠다는 마음과 친구들에게 우선적으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든 친구는
어느 조개구잇집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휴대폰도 없고 돈도 없고 해서 울며불며 친구가 죽었다고,
전화 좀 쓰게 해 달라고 하니까 주인이 바로 전화기를 내밀었다고 한다.
다른 친구한테 전화해서 내가 죽었다고 말하는데
그 전화기에서 지금 차 안에서 죽어 있을 나의 목소리가 들렸다는 것이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자기 차로 다시 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더란다.
어림없는 생각이지만 그냥 똑같이 생긴 사람이었을 수도 있으니까
자기 차에 있는 시체를 확인하러···.
전화기에서 내 목소리가 나온 건 아까 위에 말한 대로 그 친구를 찾으러 나가려다
발신자가 충남인 번호로 전화가 왔을 때였던 것이었다. 우리 상황으로 봐서는.

그래서 그 친구가 정신 나간 사람처럼 다시 자기 차로 갔더니
그 시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고 한다.
너무 무서운 나머지 다리에 힘이 풀려서
(이상한 현상을 경험해 본 사람은 이해가 갈 것이다. 나도 이해가 간다.)


그대로 자기 차의 운전석에 쓰러지듯 앉아 가슴 졸이며
바깥을 둘러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또 때마침 친구들과 내가 같이 오고 있으니까
내 영혼이 친구들을 따라온 줄 알고 너무 무서웠다고 한다.
내 영혼이 자기한테 가까이 와서 자기 몸을 쓰다듬자
자신도 모르게 의식을 잃고 깨어나 보니 우리 숙소였다고 한다.

그 친구의 말이 전부 다 거짓말이었다면···
나는 그런 친구를 둔 적이 없다.
정신병자 같은, 그런 거짓부렁을 치는···.
그 녀석이 세 살 때부터 쭉 봐온 절친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럴 만한, 아니. 그럴 생각조차 못 할 놈이었다.
누구보다 내가 그를 잘 알기에,
또 그 친구의 말이 거짓이었다면 할리우드 배우 뺨치는,
아니··· 할리우드 슈퍼스타가 될 정도의 연기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친구는 평소에 친구들끼리 대화를 할 때
거짓말 같은 걸 해도 금방 들통나는 어리숙하고 거짓말을
못하는 착한 친구였다.

군대에서도 별명이 얼벌(어리버리)이었단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까지의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은 확실해진다.
그렇다면 왜 하필 나였을까?

그 사람은 도대체 누구였을까···.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다.

올해도 같은 장소, 같은 날짜, 같은 시간, 같은 멤버, 같은 숙소,
같은 차로 그쪽으로 떠나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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