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겪었던 일이다.
당시 우리 가족은 15층까지 있는 아파트의 10층에 살고 있었다.
하루는 아버지께서 새벽에 충청도에 있는 할머니 댁으로 가시게 되었다.
새벽 3시쯤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다가 막 나가시려는 아버지와
마주친 나는 조심히 잘 다녀오시라며 엄마와 함께 배웅해 드렸다.
중간에 한 번 깨서 그런지 침대에 다시 누워도 잠이 잘 오지 않아
눈만 감고 있었는데 그때
"똑똑똑똑"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 방이 현관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라 밖에서
나는 소리가 잘 들리는 편인데 잘못 들었나 하고 방문을 열고
귀를 기울여 보니 확실히 현관문에서 나는 소리였다.
아버지는 할머니 댁에 자주 가시는데 그때마다 새벽에 출발을 하셨다.
가끔 두고 가시는 물건이 있을 때 다시 올라오셔서
문을 두드리시곤 하는데 그때마다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문을 열어 드렸었다.
그런데 그날은 아버지라는 것을 알면서도 왠지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은 것이다.
현관문은 비밀번호로 여닫는 구조였기 때문에
내가 문을 안 열어 드리면 아버지께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실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한참 동안 문을 계속 두드리는 소리만 들리는 것이다.
왜 안 들어오시지 하고 있는데 안방에 계시던 어머니가
거실로 나오시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가 열어 주시려나 보다’ 했는데 어머니께서
현관문을 향해 대뜸 “누구세요?” 하시는 것이다.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아버지가 아니었다.
어머니의 목소리에 밖에 서 있던 사람이 많이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아··· 저 여기, 김민호 씨 댁 아닙니까?"
그 말에 어머니가 “아닌데요” 했더니 대답이 없었다.
그 순간에는 누가 집을 잘못 찾아왔나 보다,
그리 생각했는데 어머니의 말씀을 듣는 순간
괜히 싸한 느낌이 들었다. 어머니가 거실로 나오셔서
인터폰을 켰는데 아버지는 보이지 않고,
바깥이 온통 새까맸다고 한다.
그렇다는 것은 누군가 아버지께서 나가시는 걸
지켜본 후에 복도 센서 등이 꺼질 때까지 조용히 숨어 있다가
아버지인 척 행동을 했다는 것이었다.
새벽 3시에 누군가 집을 잘못 찾아오는 게 흔한 일도 아니고,
만약 그랬다면 굳이 왜 인터폰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
숨어 있었겠는가.
아파트는 한 층에 두 가구가 사는 구조인데
그 간격이 좁기 때문에 사람이 살짝만 움직여도
센서 등이 켜졌다.
만약에 내가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자마자
아무 생각 없이 문을 바로 열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정말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