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저는 서울에서 자취하는 친구를 만나러 갔습니다.
이 친구는 중학교 때부터 친했던 저의 오래된 친구인데
그 친구와 저는 무서운 이야기를 워낙 좋아해서
자주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곤 했습니다.
친구를 보러 가기 몇 개월 전,
유난히 피곤했던 날에 저는 가위에 눌린 적이 있었습니다.
무서운 이야기를 하고 자서 그런지, 몸은 굳어 있는데
눈은 떠지더군요.
그리고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귀신을 보게 됐습니다.
팔다리가 보통 사람의 1.5배 정도 길었는데 체형이나 모습이
꼭 제 친구와 비슷하더군요.
얼핏 봤을 때는 친구로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침대에 누워 있는 저에게 친구의 모습과 매우 비슷해 보이는
그것은 긴 팔다리로 기어 오듯이 저에게 다가왔고,
순간 저는 기절을 해 버렸죠.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간밤의 무서운 기억이 사라지고 그냥
특이한 경험 한 번 했구나, 하는 정도로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친구는 예체능을 전공해서 현재는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서울 구경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서 술도 한 잔 마셨습니다.
그러다 친구는 새벽에 알바를 하러 나가고,
저는 반지하인 친구의 자취방에서 혼자 잠에 들게 됐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잤을까. 아침이 어슴푸레 밝아올 무렵,
눈을 떠 봤더니 친구가 제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박자를 맞추고 있더군요.
그것은 친구가 안무를 짤 때 늘 하던 습관적인 행동이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녀석, 아침부터 열심히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죠.
그런데 잠시 후 친구가 벌떡 일어나더니 저를 향해
몸을 돌리며 춤을 추는 겁니다.
저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졸음이 밀려왔고,
눈을 스르륵 감아 버렸습니다.
그러자 잠시후 그 친구가 말했습니다.
"야. 일어나 봐. 나 방금 춤추는 거 봤어?"
그렇게 저를 깨우는 겁니다. 저는 너무 졸려서
못 봤다고 옹알거리듯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친구도 피곤한지 제 옆에 누웠고,
그렇게 같이 잠이 들어서 저녁쯤이 되어서야 일어났습니다.
치킨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아침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야. 나 사실 아침에 너 춤추는 거 봤어.
아침부터 뭘 그렇게 열심이냐?"
"어? 뭔 소리야, 그게."
제 말에 친구는 처음 듣는 듯 당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나 사실 아침에 너 춤추는 거 봤다고.
그때 너무 졸려서 네가 춤추는 거 봤냐고 물었을 때,
그냥 너무 졸려서 못 봤다고 했지."
"야, 장난치지 마. 무섭게스리. 내가 언제 그랬어? 그런 적 없어."
친구의 너무도 진지한 표정에 저는 소름이 확 돋았습니다.
그럼 대체 내가 본 건 뭔가 싶더군요.
하지만 무서운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친구와 함께 잠이 든 어느 날 아침, 친구가 저를 깨웠습니다.
그러더니···
"너 왜 거짓말했어?"
"어? 무슨 거짓말?"
"너 내가 춤추는 거 다 봤다면서."
친구의 그 말에 저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눈을 떴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옆에서 곤히 자고 있더군요.
이 글을 써 내려가는 중에도 너무 소름이 끼칩니다.
저를 깨웠던 그 사람이 친구가 아니었다면 대체 누구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