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큰 성인이 되어서도 두려운 마음에 기피하던 그 골목길.
저는 항상 그 안이 궁금했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닐 시절이었습니다.
단짝이고 집도 같은 방향이라
매번 같이 귀가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의 개인 사정으로 인한 부재로 딱 일주일 동안은
저 혼자 집에 가던 때가 있었습니다.
비가 오진 않았지만 마치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것 같은
그런 흐린 날씨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늦은 오후, 어깨의 가방끈을 양손으로 잡고
별생각 없이 혼자 귀가하고 있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그 녀석과 처음 발견한,
마치 모험가라도 된 것마냥 매일같이 다니던
매우 협소한 지름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그날은 걷는 동안 이상하리만치 지나가는 사람이 없었고,
당시에 흔히 들리던 귀뚜라미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그저 고요함으로 가득 찬 골목길만이 제 눈앞에 펼쳐지더군요.
정말 익숙한 곳이었고 분명 전날에도 지나갔던 곳인데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면서 귀에 공기가 들어찬 것처럼
멍해졌습니다.
잿빛 하늘 아래 나를 제외한 모든 생물들이
죽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 낯섦은 공포나 두려움으로 다가왔던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왜 이러한 말을 꺼냈냐, 그날 처음으로
귀신을 본 것 같기 때문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귀신이라고 생각되는,
이 세상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그 무언가’.
무서운 분위기 때문에 헛것을 봤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기에 당시의 숙연했던 감정을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해가 떨어지기 직전이기는 했지만 아직 낮이었습니다.
저는 가면 갈수록 좁아지는 골목길을 향해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고,
성인 남성 한 명도 지나가기 힘든 협소함이
절정인 구간을 지날 때였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다가 급속도로 등줄기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고,
난생처음 겪는 서늘함이 싸늘함으로 변해 가는 느낌에
깜짝 놀라 재빨리 뒤를 돌아봤습니다.
여전히 텅 빈 골목길의 다듬어지지 않은 콘크리트 벽면에 있는
아주 조그마한 창문으로 시선이 향하게 되더군요.
집이었습니다.
그 집은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던 폐가라고 들었는데
너무나 외진 곳에 있기 때문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곳이라고 합니다.
그 집의 창문은 딱 접시만 한 크기인 데다
빛이 들어오지 않아 들여다봐도 안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왜 그런 호기심이 들었는지 그 창문으로 얼굴을 넣어
제대로 안을 보고 싶은 마음에 다시 뒤로 갔지만
키가 닿지 않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협소한 벽을 작고 가벼운 몸을 이용해
한쪽 벽은 등으로, 다른 쪽 벽은 팔다리로 밀어
어떻게든 올라가서 얼굴을 들이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한 치 앞도 안 보이더군요.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곰팡이 냄새와
오래된 집 특유의 시멘트 냄새였지만
그 냄새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뒤이어 얼음같이 차가운 무언가가
제 코끝에 닿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느껴지자마자 얼굴을 황급히 빼려고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무언가가 제 뒷목을 휘감고 있는 듯한 느낌 때문에 말이죠.
서서히 뒤로 가는 그 순간에도 코끝의 느낌은 가시지 않았고,
암흑이 걷힐 때쯤 제 눈앞에 믿을 수 없는
형상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웬 여자의 얼굴이었습니다. 너무나도 길고 창백한···.
그 여자의 양쪽으로 한없이 째진 눈꺼풀 사이로 드러난
건조하고 누런 동공이 반쯤 힘이 풀린 상태로
저를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 코끝에 닿았던 건 그 여자의 코끝이었습니다.
얼굴을 뒤로 빼는 순간까지도 그 여자가
딱 붙어서 따라오던 것이었죠.
그걸 깨닫는 순간 저는 다리가 풀렸고,
소리를 질러대며 벽에서 떨어졌습니다.
바로 고개를 최대한 젖혀 그 창문을 올려다봤는데
그때 제 눈에 들어온 것은·····
그 여자의 목이 고무줄처럼 축 늘어지며
머리가 천천히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저는 무릎에
피가 나는 것도 모르고 집을 향해 죽어라 달렸습니다.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그 후로 저는 십수 년 동안 그 골목길은
쳐다도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술에 취해 그곳을 지나가면서
술김에 나온 용기로 슬쩍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람 얼굴 하나가 딱 들어갈 만한 크기의 그 창문은
나무 판자로 막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