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선배 한 명은 간호사로 어느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선배가 담당하고 있던 환자 중 한 명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 환자는 조금 나이를 먹은 여성 말기 암 환자였다고 한다.
간호사가 같은 병실의 환자와도 친하게 지내던
좋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불행히도 연고가 없는 환자였던 탓에 환자의 유품 정리는
선배가 맡았다고 한다.
그런데 선배가 물건들을 정리하던 도중
한 권의 공책을 발견했다.
별생각 없이 후루룩 넘겨 보니 일기였다.
매일 있었던 일이나 병원식의 메뉴, 보고 싶은 TV 프로그램의
메모 같은 시시한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선배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부분을 찾아냈다.
[오늘은 간호사 ○○씨와 산책을 나갔었다.
언제나 상냥한 사람이다.
내 이야기도 자주 들어줘서 너무나 고맙다.
바깥의 분수가 너무나도 예뻤다.]
선배는 가슴이 찡하면서 눈에 눈물이 고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분이 돌아가시기 전날의 내용을 보고
선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전까지는 모두 검은색 볼펜으로 적혀 있던 공책,
그 페이지만 붉고 파란색으로 쓰여 있었다.
글씨도 더러운 데다 크기마저 제각각으로 일관성이 없었다.
[○○는 전부터 나를 싫어하고 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엔 너무 노골적이야.
주사는 일부러 아프게 놓고, 몸을 씻겨 줄 때도 난폭하다.]
선배는 여기서부터 안색이 새하얘지기 시작했다.
[이젠 더 참을 수 없다.
약도 선생님 몰래 바꿔 놓는 게 틀림없어. 나는 다 안다.
언제나 씩 웃으면서 비웃고 있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상상으로 몇 번이나 연습했다. 꼭 성공할 거야. 내일 해야지.
피를 뽑으러 왔을 때 목을 찔러서 그대로 죽일 거야.
이렇게 쓰기만 해도 기쁘네. 오늘은 편히 잘 수 있겠어.]
선배는 겨우 같은 방의 동료와 환자들에게 동요를
숨기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 후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조차 잘 나지 않지만
공책은 바로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침대 정리를 하던 동료가 침대와 벽 틈 사이에서
가위를 찾아냈다. 다른 이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선배만 빼고. 선배는 진지하게 퇴직을 고려했지만
병원에 남기로 했다.
하지만 적어도 그 방에는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부서를 옮겨 병동 업무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당연히 선배는 그 환자에게 진심으로 친절하게 대했고,
전혀 나쁜 마음을 먹지 않았었다.
오히려 그 환자가 자신에게만큼은 마음을 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친했었다고 한다.
평소 원망을 사고 있다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선배는 지금도 그 일만 생각하면 무서워서
잠이 오지를 않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