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기이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당시에는 매스컴이 활발하지 않았던 때라 뉴스에 한두 번 나오고
묻힌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80년대 대구에서 있었던 일이다.
대구에 30여 가구가 모여 살고 있는 어느 달동네가 있었다.
그때는 당시만 해도 같은 동네 사람이면 그 집 숟가락이 몇인지
알 정도로 이웃 간의 정이 있었던 때였다.
아랫동네의 어느 집에 40대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자식은 없었다고 한다.
남편은 무슨 일을 하는지 한 달에 한 번 들어올까 말까 해서
과부 혼자 사는 집이라고 소문이 났었다고 한다.
그 여자는 집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고 이웃 간의 왕래가 없어서
그 여자를 본 사람은 몇 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그 여자네 집 현관 앞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새벽에 그 집에 강도가 들었는데 그 여자가 아닌
강도가 죽었다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죽은 것은 아니지만 의식 불명 상태로
언제 깨어날지 장담할 수 없으니 거의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형사들이 집을 조사하는 동안
그 여자는 취조실로 소환되어 조사를 받게 되었다.
그 여자의 증언에 따르면, 그날도 남편 없이 혼자 잠을 자려
방에 누웠는데 너무 더워서 거실에 얇은 이불을 펴고 누웠다고 한다.
그렇게 열대야에 잠을 설치고 있는데 새벽 1시쯤 누군가
잠긴 현관문의 문고리를 자꾸 돌렸다는 것이었다.
그 여자가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나 보니 바깥에서
웬 남자가 서성이며 문고리를 마구 흔들고 있었다고 한다.
누구냐고 외쳐도 대답을 하지 않자 그 여자는 숨을 죽이고
그 실루엣을 쳐다봤다.
그런데 그 모습이 꼭 남편 같았다는 것이다.
그 여자는 오늘도 ‘이 인간이 술에 취해 인사불성으로 왔구나’ 하고
문을 열었다.
그런데 밖에는 낯선 남자가 씨익 웃으며 서 있었다고 한다.
순간 너무 놀란 여자는 식칼로 그 남자를 찔러 버렸다.
나중에 조사해 보니 쓰러진 남자의 옷 안에서
청테이프와 노끈, 그리고 흉기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 여자는 우연히 강도를 잡게 된 것이다.
조사 과정에서 그 끔찍한 물건들이 모두 그 남자의 것이라는 것도
확인되었다.
그 여자가 상해를 입힌 것은 맞지만 처음부터 그 남자의 의도나
목적이 아주 불순해 보여서 일단 여자를 정당방위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무언가 굉장히 찝찝했던 한 형사는 그로부터 이틀 뒤
그 여자의 집을 찾아갔다.
그런데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복부에 칼이 꽂힌 채 싸늘하게 식어 있는
그 여자의 남편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형사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젠장···. 내가 어리석었어. 남편인 줄 알고 문을 열었다면 칼을 들고 나갈 리가 없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