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때때로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울 때가 있다.
자취를 하고 있는 낡은 맨션.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이곳은
맨션이라기보다는 목조 집합 주택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맨션은 다다미가 깔려 있는 목조 건축이라는 이유로
애완동물은 금지되어 있었다.
하지만 혼자 사는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었던 미오는
친구를 통해 데려온 새끼 고양이를 몰래 기르고 있었다.
‘마리’라고 이름을 붙인 작은 아기 고양이는 무척 얌전하고
우는 일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 고양이가 바로 지금 허공을 보면서
울고 있는 것이다.
항상 방구석의 같은 자리에 앉아서 말이다.
"마리, 쉿! 조용히 해."
미오는 당황해하며 마리를 안아 들었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마리는 또다시 같은 자리에 앉아서
방의 중앙을 향해 울기 시작한다.
미오는 마리를 데려다준 친구에게 물어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고양이는 죽은 사람을 본다는 말이 있잖아."
"뭐? 그런 말 하지 마."
"나도 이런 말 하기 싫지만 사실 우리 고양이도
가끔씩 아무것도 없는 곳을 향해서 울 때가 있어."
"그, 그래? 고양이가 원래 이러는 건가···."
하지만 마리가 한밤중에 방구석에서 우는 것을 그대로
두면 옆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들켜 버릴지도 모른다.
목줄을 채워 보기도 했지만 마리는 목줄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욱더 격렬하게 울어댔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거니, 마리야···."
그날 밤도 너무 큰 소리로 울어대는 마리를 미오는 가볍게 안아 올렸다.
하지만 마리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밤에 보이는 고양이의 둥글고 촉촉한 검은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그곳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흔들거리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방의 전등이 비치고, 벽장이 비치고,
그 위에 작은 옷장이 비치고 있다.
그런데 작은 옷장이 어느샌가 조금 열려 있었고,
자세히 보니 그 안에서 어떤 남자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오는 공포에 쓰러질 것 같은 다리를 겨우 움직여서
태연히 마리를 안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가까운 편의점으로 뛰어들어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의 조사에 따르면 작은 옷장에 있었던 남자는 옆방에 사는 사람으로,
지붕 밑의 빈 공간을 통해서 자주 드나들고 있었다고 한다.
그의 방에서는 미오가 자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산더미같이 발견되었다.
미오는 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애완동물을 길러도 되는 맨션 쪽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