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요코하마에 살았을 때 겪은 일이다.
당시 나는 직장이 있는 곳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닐 만한 거리인
반도바시 근처에 집을 얻게 되었다.
집은 아주 오래된 아파트였는데 말 그대로 낡아 빠진 데다가
주변의 치안도 심상치 않았다.
밤길을 걷다 보면 유흥업소 호객꾼이나 동남아시아계 접대부,
그리고 얼핏 봐도 야쿠자처럼 생긴 남자들이 꽤 많이 돌아다녔다.
낮에는 술 취한 노인들이 길가에 널브러져 있었고,
슈퍼에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물건을 고르는 사람이 있는 등
참 여러모로 기묘한 사람들 투성이였다.
그런 사람들과 마주칠 때면 나는 동네가 동네이니만큼
어쩔 수 없다고 반쯤 체념하며 후다닥 지나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 후 오토바이를 아파트 근처 주차장에 세운 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가는 길에는 좁은 골목이 있었는데 그곳은 집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었다.
하지만 평소 술이 곤드레만드레한 아저씨들이 드러누워 있곤 해서
되도록이면 다니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날은 야근으로 퇴근이 늦어졌고,
회사를 나오면서 보니 이미 새벽 1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나는 그 골목길로 들어섰는데
길의 중간쯤에 있는 가로등 옆에 웬 검은 덩어리가 있는 것이 보였다.
멀리서 얼핏 보기에는 커다란 검은 봉투 같은 느낌이었는데
저게 뭔가 싶어서 저벅저벅 가까이 다가가자 봉투 근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뭐랄까, 질퍽거리면서도 끈적이는 소리가 들리는 게 영 이상하다 싶어서
걸음을 더욱 빠르게 재촉하던 와중, 봉투가 미묘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것이 쓰레기봉투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그것도 두 명이나 있었다.
한쪽은 새까만 코트를 입은 남자 같았는데
다리를 내 쪽으로 향한 채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성별을 알 수 없는 검은 옷차림의 사람은 나에게
등을 보인 채 엎드려 있는 남자 위에 앉아 뭔가를 하고 있었다.
"하··· 또 저러네···."
이 야심한 시간에 길바닥에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어
불쾌하기도 했지만 그때는 너무 피곤했다.
그 동네로 이사를 간 후로는 이상한 사람들을 봐도
그냥 무심히 지나쳐 버리는 게 일상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부지런히 걸어서 그들의 앞에 불과 2~3m 정도까지
접근했을 무렵, 갑자기 업무용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그리 큰 소리가 아니었는데 심야의 적막한 골목에서는
그 소리가 꽤나 크게 들렸다.
등을 보이고 앉아 있던 사람도 깜짝 놀랐는지 온몸을 돌려서
내 쪽을 바라봤는데 그는 통통한 체격에 검은 패딩 차림으로
후드를 눌러 쓰고 안경을 쓴 아저씨였다.
그의 손에는 칼 같은 것이 들려 있었다.
입 주변 거뭇거뭇 지저분했고,
개처럼 숨을 헉헉대며 뿜어대는 입김이 가로등 불빛 아래로
새하얗게 보였다.
그가 내 쪽으로 몸을 완전히 돌리면서 아래쪽에 깔려 있던
또 다른 사람의 모습도 보였는데 등 위에 하얀 손이 올려져 있었고,
누르스름한 절단면이 나를 향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남자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건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마도 밑에 깔고 앉아 있던 사람을 먹고 있었던 것이겠지.
바닥에 있는 사람은 만취 상태로 드러누워 있었을 테고.
너무도 충격적인 광경에 잠시 굳어 버린 나는
몇 초도 지나지 않아서 발길을 돌려 이를 악물고 죽어라 도망쳤다.
사람이 정말로 겁에 질리면 숨조차 내뱉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끼야악─!"
등 뒤에서 아저씨가 고함을 치는 것 같았는데 분명히 사람이
내는 소리는 아니었다.
비유하자면 위협을 느낀 모스라의 유충이 내는 소리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편의점 간판이 보이는 곳까지 간신히 도망쳤고,
그가 쫓아오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하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나 또한 기묘한 사람들 중 하나로 보였을 것이다.
그렇게 펑펑 울고 있을 때 또다시 업무용 휴대폰이 울렸고,
전화를 받아 보니 회사 선배가 서류를 어디에 정리해 놨냐고 물었다.
속으로는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울면서 겨우
대답해 주고 전화를 끊었다.
내가 우는 것을 알아차린 선배는 무슨 일이냐며 걱정스레 물었지만
그야말로 패닉 상태였던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조금 정신이 돌아와서 그 길로 가까운 파출소를
찾아갔는데 그곳은 하필 무인 파출소였다.
파출소에 아무도 없을 때는 이쪽으로 연락해 달라는
전화번호가 있었지만 아무도 받질 않았다.
혼자 집으로 가는 것조차 너무 두려웠던 나는
결국 그 시간에 택시를 타고 사쿠라기초의
만화 카페에 가서 날이 밝을 때까지 버티다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회사에 연락해서 몸이 너무 안 좋으니
하루 쉬겠다고 말한 뒤 바로 이사할 곳을 찾아 나섰다.
나는 바로 그다음 주에 히요시로 이사를 갔고,
그 후로 그 일대는 아예 발걸음도 하지 않았다.
식인 살인마가 잡혔다는 뉴스나 기사도 없었으니
그 남자가 아직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