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들으신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저도 오래전에 고모와 어머니께 들은 이야기니까요.
은근히 사람들 사이에서 꽤 퍼져 있는 이야기입니다.
꿈에서 나타나는 귀신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가만히 있는 귀신, 다른 하나는 움직이는 귀신이라고 합니다.
가만히 있는 귀신에도 종류가 있는데 무언가 자신의 원한을 알려 주기 위해
나타나는 귀신과 꿈을 꾸는 사람의 조상신이 귀신에게 시켜
그 사람에게 불행한 일이 생길 것을 미리 알려 주는 일종의 알람
역할을 하는 귀신이라고 하죠.
문제는 움직이는 귀신이라고 합니다.
움직이는 귀신들은 꿈을 꾸는 사람에게 강한 원한이나
집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죽어서 꿈을 꾸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귀신이 나타난다면 자신의 주위를 점검해야 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다음이었습니다.
이 부분만큼은 확실히 기억납니다.
움직이는 귀신들 중 절대로 봐서는 안 되고
볼 생각도 해서는 안 되며 보는 순간 절대로 위험한 일을 해서는
안 되는 것. 바로 꿈에서 춤을 추는 귀신입니다.
이 악귀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 본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본 사람을 찾아내기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본 사람들 중 대부분은 죽거나 목숨이 위태로울 만큼 다치기 때문이죠.
죽어가는 사람에게 다가간다는 말도 있고,
죽을 운명인 사람에게 다가간다는 말도 있습니다.
정말 위험한 귀신입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쓸 이야기는 저희 고모께서 직접 들으신
춤을 추는 귀신을 보고 1년 이상 병원에 계시다가
다행히 퇴원하신 분의 이야깁니다.
1980년대 후반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서울로 상경하셔서
대학에 다니시던 고모께서는 어느 날 선배들과 술을 마시다가
한 가지 이상한 이야기를 들으셨다고 합니다.
어느 날 선배의 아는 지인이 꿈에서 기이한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한강에서 멍하니 하늘을 보는 꿈이었는데,
별안간 자기 옆에서 어떤 여자가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었다는 것이었죠.
그 지인이 여자를 쳐다봤는데 그 여자는 지인의 눈은
마주치지도 않고 그냥 미친 듯 춤을 추고 있었고,
그다음 순간 꿈에서 깨어났다고 합니다.
그때는 고모든 다른 선배들이든 그냥 그놈이
놀고 싶었던 모양이라고 하시곤 그냥 넘어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3일 뒤, 그 선배의 지인은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됩니다.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에 그 선배는 굉장히 화를 내며 지인을
친 차의 주인을 찾아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뺑소니도 아니고, 심지어 경찰에서 자살로 판명하고 무죄로
풀어 줬다고 하는데 그 차주는 오히려 선배에게 역정을 내며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겁니다. 대낮에 운전을 하고
있는데 저 멀리 인도에서 그 지인분이 갑자기 차도로
뛰어나오더니 별안간 차를 향해 돌진해 왔다는 겁니다.
고모도 처음에는 그저 자살로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차를 향해 돌진해 오는 것을 자살이라고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장례식에 참석한 뒤로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셨다고 합니다.
당시 장례식에 참석하신 고모는 그 돌아가신 분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는데 의사 가문의 딸과 연인 관계에
학교에서도 수재라고 칭송받던 사람이 자살했다고
하니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셨던 거죠.
그리고 그 사건이 잊히려고 할 때쯤,
정확히 보름 정도 지났을 무렵에 그 선배도 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경찰에서는 친구가 죽은 충격으로 인해 죽었다고 하고 단순 자살로
처리했다고 하는데 그 선배가 사망할 당시의 정황을 보면
참으로 이상했다고 합니다.
당시 그 선배는 친구의 죽음을 잊으려고 자신의 여자 친구를
포함한 몇 명과 같이 바다로 갔다고 합니다.
여자들은 해변 근처에서 잘 만한 민박집을 구하고,
남자들은 근처 높은 바위에서 낚시를 하려 했다고 합니다.
같이 갔던 분들은 선배가 혹시라도 나쁜 마음을 품을까 봐
선배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고,
그 선배도 그런 마음을 아는지 친구들 주변에서 떠나지 않고
조용히 낚시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선배가 당황한 듯 간이 의자에서 일어나
바위의 가장자리 쪽으로 가더니 그대로 떨어져 버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 자기도 꿈에서 춤을 추는
미친 여자를 강에서 멍하니 바라보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그 이후로 어느 순간부터 대학에서 춤을 추는 귀신에 대한
이야기가 퍼져 갔고, 고모도 매일 잠들기 전에 그 여자를
꿈에서 보지 않으려고 기도를 드리며 주무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약 10년 정도 지난 2001년, 고모께서는 당시
할아버지가 계시던 공사 업체에 취직하셔서 돈을 버는데
정신이 없으셨다고 합니다.
당시 정부에서는 다음 해에 있을 월드컵을 위해 대대적인
도로 공사와 건물 외벽 공사를 하고 있었고,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정신없이 일을 하던 도중 한 인부가
5층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게 됩니다.
당연히 그 인부는 병원으로 실려갔고,
죽은 줄 알고 사망 처리를 하려고 했지만 기적적으로
심박수가 돌아와서 회사 차원에서 치료를 해 주려고
좋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고 합니다.
고모께서는 그 인부가 깨어났다는 말에 병실로 급하게 찾아갔는데
그에게서 10여 년 전에 자신이 들었던 것과 유사한 기이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인부가 술을 거하게 마시고 숙소로 지정해 둔 모텔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처음 보는 산 중턱에서 어떤 미친 여자의
춤사위를 멍하게 바라보는 꿈을 꿨다고 합니다.
고모는 매우 놀라는 한편 흥미로워했는데 만약 이
인부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이 인부는 춤추는 여자를
보고 살아난 사람이 되는 것이었죠.
인부가 묘사한 그 여자는 그저 평범한 흰 치마에 티셔츠를
입은 긴 머리카락을 소유한 여자였다고 합니다.
다만 춤추는 모습이 무슨 춤인지 어떠한 규칙성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인부는 약 5일 뒤 화장실에서 머리에 피가 엄청나게
흐르는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죽지 않고 살아 계셨다고 합니다.
고모가 다시 인부를 찾아갔을 때
인부가 해 준 이야기는 매우 공포스러웠다고 합니다.
병실 침대에 누워있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아니면 잠이 들려고 하는 상태인지 잘 모르겠지만
침대 옆에서 그 여자를 봤다는 겁니다.
그 여자는 침대 옆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었는데
점점 춤추는 속도가 느려지더니 매우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정말 공포스러웠다고 합니다.
고모는 이야기를 듣다가 무서워서 도망치듯 병실에서 빠져나왔고,
그 후에 인부를 찾아가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고 하셨습니다.
그 뒤로도 그 인부는 두 번이나 더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사고를 겪었으나 끝까지 살아남았고,
마지막으로 소식을 들었을 때까지 건강하게 살고 계시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보거나 듣고 계신 분들은 조심하십시오.
춤을 추는 귀신은 실제로 어르신들 사이에서 꽤 널리 퍼져 있는
이야기이며 극소수지만 겪어 본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