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가 작년에 실제로 경험했던 이야기다.
나는 직업상 메시지를 많이 사용했다.
그렇기에 휴대폰을 어디든지 가지고 다녔다.
그런 탓인지 너무 오래 사용했던 건가.
휴대폰의 상태가 이상해져서 대리점에 수리를 맡기기로 했다.
대리점 안에는 인상이 좋은 남자 직원이 있었고,
나는 그에게 휴대폰을 건네려고 했다.
하지만 남자 직원이 현재 임시 폰이 없다고 말했기에
어쩔 수 없이 다른 가게로 갈까 했는데 어떤 여직원이
가게 안쪽에서 말하길,
"이거 쓰면 되지 않아요?"
라며 휴대폰 하나를 가져왔다.
원래 쓰던 휴대폰과 같은 회사이기도 했고
상태가 나쁜 것도 아니어서 나로서는 당연히 OK였다.
그러던 와중 다른 직원들이 서로 수군거리는 걸 듣게 되었다.
"····· 괜찮을려나?"
"안 될 것 같은데···."
"행여나 또 그러면···."
분위기가 이상했다. 하지만 다른 대리점은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 있었기에 "전화만 받을 수 있으면 돼요.
"라고 재촉하듯 말했다. 결국 그 휴대폰을 임시적으로 쓰게 되었다.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임시 폰을 받기 전에는 직원과
같이 초기화 상태를 점검한다.
확실히 초기화된 것을 확인한 나는 사인을 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휴대폰을 만지던 도중 발신
이력에서 저장되지 않은 번호를 발견했다.
"날짜는··· 6개월 전인가."
휴대폰 날짜는 제대로 설정이 되어 있었고,
나는 아직 아무에게도 전화를 걸지 않았다.
그리고 업무 또한 나는 전화를 받기만 하고 용건은
메시지로 보내는 편이다.
영 찜찜하긴 했지만 직원들도 기계 상태가 이상하다는
말투였기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 날. 그 외에는 이상한 점이 생기지 않았기에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수신 메시지를 확인하던
도중 슬라이드를 잘못해서 가장 최근 메시지에서 가장 이전
메시지로 넘어가 버렸다.
나는 평소 대부분의 대화를 메시지로 하는 편이기에
한 달 정도 하면 리스트가 꽉 차게 된다.
그런데···. 이 메시지는 모르는 번호에서 온 반년 전의
메시지였다.
이모티콘도 없이 검은 배경에 오렌지색 글자로 한 줄.
- 저기, 보여?
갑자기 어디서 온 자신감인 건지 아니면 호기심인 건지
나는 답장을 보내기로 했다.
- 언제 보낸 거야?
아니나 다를까 보내자마자 에러 메시지가 되돌아왔다.
그러나 동시에 또 한 통의 메시지도 같이 와 있었다.
··· 검은 배경에 오렌지색 글자로.
- 지금.
그 뒤로도 몇 번 더 답장을 보내 봤지만 매번 에러 메시지가 떴다.
그리고 동시에 답장이 오는 것도. 약간의 대화로 알게 된 것은
상대가 혼자 사는 20대 여자라는 것.
점점 알아가는 만큼 궁금증도 더욱 커졌지만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들었기에 그날은 그것으로 그만두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서 휴대폰을 보니 램프가 깜박이고 있었다.
필시 메시지가 온 것이리라. 직업상 이곳저곳과 메시지를 계속
주고받기 때문에 매일 아침 있는 일이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바로 그 모르는 번호로부터
- 보여?
- 안 보여?
라는 메시지가 교대로 수십 통이 와 있었던 것이다.
너무 소름이 끼쳐서 어제 받았던 모든 메시지를 삭제하고
그 번호를 수신 거부 처리한 뒤 회사에 갔다.
"저기, 이시카와 씨?"
"네, 유미 씨."
"이것 좀 프린트해 주실래요? 메인 프린터로 보낼게요."
"네, 조금만 기다리세요."
점심시간에 메인 프린터에서 프린트를 하던 도중 휴대폰에서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음이 울렸다.
친구가 보낸 것이었다.
친구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던 도중 반년 전의
메시지를 아직 지우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그 메시지에 링크가 하나 있었던 것을 발견했다.
영 꺼림칙하긴 했지만 열어 보기로 했다.
링크를 누르자 지도로 연결되었고, 그곳에 표시된 곳은
··········내 자취방이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무언가 혐오스러운, 그런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하다못해 내가 방에 있을 때 이 지도를 본 것이라면
현재 위치가 나온 거구나, 라고 납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집과는 한참 떨어진 회사에서 나타난 지도인 것이다.
그것도 반년 전 메시지에.
놀람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새로 수신된 메시지가 있다는 걸 알았다.
- 봤어?
검은 배경에 오렌지색 글씨.
게다가 또 다른 황당한 사실을 깨달았다.
메시지가 알림음이나 램프의 깜박임이 전혀 없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다른 메시지는 정상적으로 수신음이 울리며 램프도 깜박거린다.
이 모르는 번호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에러 메시지가
함께 오기에 눈치채지 못한 것이었다.
그저 소리도 없이····· 어느샌가 들어와 있었다.
- 옷이 없어서 추워
- 캄캄해서 무서워
- 아무도 없어
계속해서 날아오는 메시지. 수신 거부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내 주변의 누군가가 장난을 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수신 거부가 뚫린 것이나 반년 전의 날짜 등··· 장난 치고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았다.
내 질문에 대답하는 식으로 오던 메시지는 점점
일방적인 말투로 바뀌었고
- 무서워
- 보고 있어?
- 추워
- 추워
- 추워
- 보고 있어?
- 보고 있는 거지?
- 보고 있지
라는 말만 반복하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친구가 쓰지 않는
휴대폰을 빌리기로 하고 임시 폰을 반납하기 위해 대리점으로 향했다.
반납을 위한 수속을 하던 도중, 직원이 메시지가 왔다며
내게 폰을 내밀었다.
방금 도착한 듯 현재 시간이 표시되어 있는 그 메시지에는
- 혼자 두지 마
라는 한 줄만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깜깜한 사진 한 장이 첨부되어 있었다.
직원은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 표정이 굳어 있었다.
서둘러 휴대폰을 초기화시키고 서류를 정리한 뒤
반납 수속을 끝내 주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지만 후일담이 있다.
임시 폰에서 발견했던 반년 전의 발신 번호가 왠지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메모해 두었던 것을 친구에게 보여 주었더니
본 적이 있는 번호 같다는 것이었다.
확인해 본 결과,
번호는 교환하지 않았지만 알던 여자라고 했다.
게다가 이 여자··· 약 반년 전부터 실종 상태라고 한다.
그 뒤로 이상한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
기분 나쁜 경험이었기에 빨리 잊어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며칠 전, 그 번호로 내 휴대폰에 발신 이력이
찍혀 있는 것이 보였다.
발신 시각은················ 내가 자고 있던 시간이었다.
나는 혼자 살고 있으니 누가 만질 일이 없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