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무렵,
남자 친구의 집을 나온 나는 그의 차로 배웅을 받았다.
나는 맨션 로비에 서서 3층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2층, 1층, 그리고 지하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1층으로 올라왔다.
"띵"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는 순간 나는 움찔했다.
안에 어떤 여자가 타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양손을 가지런히 포개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서 있었다.
입구를 등진 상태로 말이다.
벽이 유리로 되어 있어 밖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커다란 엘리베이터라면
이해했겠지만 이런 작은 맨션의 엘리베이터에서 이 시간에 혼자
벽 쪽을 바라보며 서 있다니, 뭔가 좀 이상했다.
하지만 그 뒷모습에 공격적인 느낌은 전혀 없었고,
작은 체구에 평범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 모습에 조금 안심이 된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닫힘 버튼과 동시에 4층 버튼을 눌렀는데
또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 층의 버튼도 눌러져 있지 않았다.
이곳에 사는 사람이 아닌가?
아니면 설마 엘리베이터 조작법을 모르는 건가?
몇 층에 가는 건지 물어봐야 하나?
그러는 사이에도 여자는 미동조차 없었고,
말 한 마디 걸지 못한 채 4층에 도착했다.
순간 따라서 내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등 뒤에서는 문이 닫히는 소리만이 들릴 뿐,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집으로 들어간 나는 가족들이 깨지 않게 조용히 목욕을 한 후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런데 목욕을 마치면 꼭 마셔왔던 우유가 다 떨어져 있었다.
나는 지갑을 들고 현관문을 잠근 후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밤에 근처에 있는 편의점으로 혼자 뭔가를 사러 나가는 것은
사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나는 4층에 있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고, 곧바로 문이 열렸다.
그 순간 깜짝 놀랐다.
아까 전의 그 여자가 똑같은 자세로 엘리베이터 안에 서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엘리베이터에 타면 큰일이 날 것 같다고 생각한 나는
그 여자가 뒤돌아보지 않기만을 빌며 계단을 향해 도망치듯 달려갔다.
그 이후로 그 여자를 다시 보는 일은 없었다.
대체 그 여자는 누구이며 엘리베이터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