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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이야기 "공포의 건물 터"

홀짝귀신디여니
| 조회 : 3465 | 댓글 : 0 | 추천 : 1 | 등록일 : 2022-01-15 오전 1:18:09
지금으로부터 대략 10년 전, 제가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의 일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저는 출퇴근 문제 때문에 회사 근처에서 자취를 하게 되었습니다.
나름 저렴하면서 무난한 방을 구했는데 건물 1층에 호프집이 있어서
종종 시끄러울 때가 있었죠.

3층에는 30대 중후반의 남자가 혼자서 살고 있었는데
부동산 아주머니 말씀이, 그분은 우울증 비슷한 것을
앓고 있는 데다가 여러모로 힘들게 사는 분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취방을 오가면서도 마주치는 일이 거의 없었죠.

자취방에 자리를 잡은 지 3개월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저는 바쁜 업무를 마치고 퇴근 후에 집에서 간단히
맥주를 마신 후 잠이 들었습니다.

침대 바로 옆에는 창문이 있어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소리가 들려오곤 했는데 평소 머리만 대면 금방 잠이 들고,
또 한번 잠이 들면 잘 깨지 않는 편이라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눈이 번쩍 뜨이는 겁니다.
휴대폰을 보니 시간은 새벽 4시였고,

갑자기 기분이 너무 이상해서 집 안의 모든 불을 켜고
화장실까지 샅샅이 살펴봤지만 이상한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기분 탓인가 하고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새벽에 한번 깨는 바람에 피로와 짜증이 겹쳤던 저는
침대에 앉은 채로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고,
아래쪽을 내려다봤습니다.

그런데 마치 일부러 부어 놓은 듯한 새빨간 피가
인도에 잔뜩 펼쳐져 있는 겁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봤던 사람 모양의 하얀색 마킹.

그 둘레에는 노란색 폴리스 라인이 둘러져 있었습니다.
저는 곧바로 창문을 닫은 후 서둘러 회사로 향했습니다.
너무 당황해서 머릿속이 멍해진 저는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근무를 했죠.

그런데 사람 심리라는 게 무섭고 끔찍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저는 퇴근길에 부동산에 들러서 아주머니께 자초지종을 물어봤습니다.

"아이고, 총각도 봤나? 왜, 그 3층 살던 남자 있잖아.
새벽에 옥상에 올라가서 투신했다나 봐···. 아예 작정하고 올라갔는지
머리가 바닥에 바로 떨어져서 즉사했다고 하대···.
조용한 동네에서 이게 무슨 일인지 참···."

그 말을 듣고 있자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새벽에 한번 깼을 때 내가 창문을 열어 봤다면,
한 번이라도 집 밖을 살펴봤다면 사람 목숨 하나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분은 홀로 얼마나 외롭게
죽어 갔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참 괴로웠습니다.

저는 회사 일에 집중하며 그 일을 애써 잊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난 후,
그전까지는 문제없이 작동하던 현관 신발장의 센서 등이
자꾸만 오작동을 냈습니다.

퇴근 후 집에 가서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고 있으면
현관 쪽의 센서 등이 계속 켜지는 겁니다.

끔찍한 사건이 있은 후에 이런 일이 생기니까
괜히 깜짝깜짝 놀라면서 무서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며칠 동안을 참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집주인에게
연락을 하니 역시나 수리를 해 주지 않고 조명을 아예 떼 버리더군요.

자신의 집에 세 들어 살던 사람이 죽어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저까지 사소한 일로 트집을 잡는다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 후로 한동안은 별일 없이 잘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하루는 사내 커플 사이인 직장 동료 두 명과
제 자취방에서 간단히 술을 마시게 되었죠.

세 명이서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제가 여자 동료에게 질문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이건 이래저래 해서 이렇게 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물었는데 그 순간

"아닌데·····."

이런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남자 동료의 목소리는 확실히 아니었습니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진 저는 옆에 있던 남자 동료를 쳐다봤습니다.

눈치를 보니 그는 아무것도 못 들은 것 같았고,
여자 동료를 쳐다보는 순간 그녀는 긴가민가한 얼굴로
저를 빤히 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하던 이야기를 마무리한 후 술자리를 정리했습니다.
대충 청소를 하고 자리에 누웠는데 온갖 잡생각이 다 들더군요.

저는 술김에 잘못 들은 거라며 스스로를 달랬고, 밤새 잠을 설쳤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한 달 후.
당직 근무를 위해 토요일에 출근해서 퇴근까지 30여 분을 남겨 두고
업무 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외근을 나갔던 직원이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우리 집에 불이 났다는 겁니다.

회사로 복귀하면서 차로 우리 집 앞을 지나쳐 왔는데
건물 앞에 소방차가 와 있고,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집을 향해 급히 뛰어갔습니다.
정말로 제 자취방이 있는 건물에 온통 연기가 가득했고,
불을 끄려는 소방관과 근처에 모여든 주민들로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1층 호프집에서 불이 났는데 문득 얼마 전 3층에 사시던 분이 투신했던
그 자리가 호프집 출입구와 가까운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소방관님과 함께 2층에 있는 제 방으로 가서 문을 열었습니다.
방 안에는 이미 매캐한 연기가 가득 찬 상태였고,

저는 밖으로 나와서 불이 완전히 꺼지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후에야 화재가 모두 진압되었고, 소방차도 철수했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벽과 바닥, 옷가지와 가구에 온통 새카만 먼지가
들어앉아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 돼 있었습니다.

3층의 투신 사고와 1층 화재 사고.

그럼 다음은 내 차례인가 싶어서 살짝 겁이 났습니다.
저는 부모님께 전화해서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을 털어놨습니다.
제 이야기를 다 들으신 어머니는 당장 짐을 싸서 본가로 오라 하셨고,
다시는 그 집에 발을 들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다음 날 저는 퇴근 후 부동산에 가서 내가 추가 비용을
다 부담할 테니 방을 빨리 빼 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방은 며칠 내로 금방 빠지더군요.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올 다음 세입자에게 조금 미안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저는 그렇게 그 집과의 악연을 끊게 되었습니다.

비록 너무 무섭고 두려운 기억이긴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외롭게 숨을 거두었을 그분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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