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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 중독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지호18
| 조회 : 3342 | 댓글 : 0 | 추천 : 1 | 등록일 : 2022-01-14 오전 11:07:15
도박꾼은 손을 못쓰게 만들어도 발가락으로 도박한다.

도박에 중독되면 더 이상 자신의 의사만으로는 도박을 중지할 수 없게 된다.

아직 질병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는 게임 중독과는 달리, 도박 중독은 WHO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pathological gambling, 국제질병코드 F63.0, 하위 증상이 5개로 분류되고 있다.)하고 있다. 정신 의학에서는 '프로세스 중독'이라고도 한다.

일반인의 뇌 활성도를 테스트해보면 도박을 하든 야동을 보든 뇌가 평상시보다 더 활성화된다. 그러나 도박 중독자는 도박을 할 때만 뇌 활성도가 높아지고 오히려 야동을 볼 때는 뇌가 평상시보다 낮은 활성도를 보인다. 도박중독자는 자극에 중독되어 있는 상태인데 그 자극을 도박행위에서만 충족할 수 있기에 도박중독자가 도박을 끊는 것은 매우 어렵다.

도박에서 승리할 경우 사람의 뇌에서는 엔돌핀, 도파민 등 뇌내 마약이라 불리는 물질이 분비된다.


이것은 인간의 두뇌에서 욕망(생물학적인 욕망 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칭찬을 받는 등 보다 고차원적인 욕망까지 포함)이 충족될 때 분비되는 물질인데, 이는 인간의 뇌에는 생물이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보상 체계"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 체계는 굳이 보상이 나왔을 때만이 아니라 "보상이 나올 것을 기대하는 때"에도 어느 정도 활성화가 된다. 원숭이를 이용한 슐츠의 실험(1993)에서, 실험자들은 시각적인 자극을 제시하고 몇 초 뒤에 먹이가 나오는 장치를 만들었다. 원숭이를 이 장치에 익숙하게 만든 다음, 중뇌의 도파민 계 세포에 전극을 삽입하고 관찰했다. 실험 초기에는 먹이가 나왔을 때에만 도파민 계가 활성화 되었지만, 나중에는 시각 자극이 주어지는 순간에 이미 활성화 되기 시작한 것.

도박 중독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보상이 간헐적일 때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이다.


비슷하게 원숭이를 이용한 실험에서, 버튼을 누를 때마다 먹이가 나오는 장치1와 버튼을 누르면 임의의 확률로 먹이가 나오는 장치2를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까지는 먹이가 나오게 하다가 도중에 먹이의 공급을 끊었다. 원숭이는 버튼을 누를 때마다 먹이가 나오는 장치1 보다 임의의 확률로 먹이가 나오는 장치2의 버튼을 더 오랫동안 눌러댔다.

언듯 생각하면 이런 체계가 불합리할 지도 모르지만, 자연계의 관점에서 보면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원시인이 꽃이 핀 다음 과일이 열리는 나무를 발견했다고 하자. 이 자극이 각인되면 원시인은 다음에는 아직 나무에 과일이 열려 있지 않아도 꽃만 보고 "시각자극"의 연상으로 나무에 과일이 생길 것이라고 연상하게 되는 것은 학습의 열쇠인 것이다.

사자가 사냥할 때도 매번 가젤을 잡는 것은 아니며 연구에 의하면 오히려 실패할 때가 더 많다고 알려져 있다. 간헐 효과가 없다면 성과 없는 행동에 쉽게 질려서 사냥을 그만두게 되면 사자는 굶어죽을 것이다. 성과가 없는 행동이라도 나중에 충분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면 계속 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가 있으며 물론 도박은 성과가 없는 것을 넘어 집안을 박살내니 문제지만.

대부분의 도박이 이러한 간헐 효과에 기대고 있다. 현실에서 가장 알기 쉬운 활용예는 파칭코다. 파칭코가 개점 초기에는 오히려 손님들에게 돈을 퍼주도록 기계를 세팅해 두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손님이 모르도록 당첨 확률을 점점 줄여나가는데, 개점 초기의 빠가 파칭코를 기억하는 손님들은 당첨률이 줄어들고 나서도 그 파칭코를 포기하지 못한다고 한다.

다른 얘기로 도박 중독의 무서움을 잘 나타내는 속담으로 "도박꾼은 손을 못쓰게 만들어도 발가락으로 도박한다."라는 게 있는데 옛날에는 통계나 조사같은 게 거의 없었지만, 도박의 갱생이 어려운 걸 보면 사실같다.

도박의 갱생을 시키는 과정이 상담을 하는 게 고작이라 쓸데없는 비용만 축내고 도박 중독자 또한 도박을 끊지 못하니 사회적 비용이 상당하다.

RPG에서 흔히 보는 확률적으로 아이템을 얻거나, 확률적으로 아이템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시스템의 가장 적나라한 예가 던전앤파이터의 이벤트였던 키리의 약속과 믿음이었고, 그 이후에는 아예 모바일로 무대를 옮겨 랜덤박스라는 사행성 짙은 시스템이 창궐하고 있다. 이거 때문에 한국산 게임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는 중.

도박 중독은 크게 4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승리단계
도박을 처음 접한 상태에서 돈을 따게 되면 큰 만족감과 함께 자만심이 들게 된다. 여기서 자신이 도박에 재능이 있다거나 운이 따른다는 생각을 하며 점점 도박 횟수와 투입하는 금액이 커지기 시작한다.

손실단계
도박의 확률은 대체로 업체 혹은 딜러 쪽이 유리하기 때문에 도박이 잦아질수록 돈을 잃기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 도박에 몰두해 계속 도박에 대해서만 생각하며, 잃은 돈에 대한 미련과 집착이 심해지기 시작한다. 또한 한탕 크게 벌면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에 투입하는 돈이 증가한다. 이 단계만 와도 대인 관계에 갈등이 심해지며 금전적인 문제로 인해 지인이나 은행 등에서 돈을 빌리게 된다.

포기단계
경제적 문제의 발생과 대인 관계의 악화로 잠시 도박을 중단하게 된다. 잠시 나아지는 것 같지만 금단증상으로 인해 다시 도박을 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스스로의 의지로 도박을 중지할 수가 없다. 도박 말고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므로 인간 관계가 파탄나고 경제적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절망단계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고 맹목적으로 도박을 벌인다. 이쯤 되면 인간으로서 생활이 불가능하다.
사람들끼리 하는 말이 동전으로 시작해서 지폐로, 지폐에서 수표로, 수표에서 문서로 진행된다고 하는데, 도박 중독은 거는 돈의 규모와는 무관하다. 예를 들어서 재벌이 아무리 도박에 빠져서 억 단위의 돈을 탕진한다한들 자산 규모가 원체 크기 때문에 이런 재산적 손해를 미미하게 여기거나, 되레 막대한 자산이라는 뒷심을 믿기 때문에 도박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고자 크게 걸어서 크게 딴 끝에 재산이 증가하는 사람들조차 도박중독을 피할 수는 없다. 포기단계에 이르지 않을 뿐이지 승리와 손실단계를 왔다갔다 하면서 어쩌다 이길 때의 그 희열을 벗어나지 못하고 도박중독에 걸리기 십상. 

카지노, 전문 도박꾼, 마귀, 타짜들이 가장 잡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이런 부유층이다. 소득수준이 평범한 사람이나 유명세는 있어도 자산 규모가 어중간한 연예인들을 도박으로 패가망신 시키고 여러 복잡한 절차를 거쳐 상대의 집이랑 재산을 몽땅 현금화하는 것 자체가 여러모로 성가신 행위이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눈이 뒤집힌 피해자의 보복 등으로 칼부림이 날 수도 있다. 그리고 도박 전문 꾼들에게도 아주 약간의 양심이 없진 않고, 또한 그들은 돈을 따는 것보다 딴 돈을 수월하게 들고 나올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딴 돈의 일부를 잃은 사람들에게 거저 주는 개평 등에 신경을 쓴다. 뭣보다 저런 식으로 끝장을 보게 되면 아무리 냉혈한 도박꾼이라도 불편한 마음에 잠자리가 영 찝찝하기 마련이지만 몇 억에서 수십 억 정도는 우습게 여기는 부자들은 애초에 이런 손실을 별로 신경쓰지 않기 때문.

도박의 승률은 흔히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상당히 높다. 도박에서 승률이라 함은 내가 이길 확률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건 돈 중에서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댓값을 일컫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100원을 걸었을 때 평균 5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 승률이 50%라고 하며, 60원을 돌려받을 기댓값이 있다면 60%가 되는 것이다. 로또 같은 복권의 승률은 약 50%이고 파칭코를 비롯한 카지노 기계들의 승률은 법으로 약 95-98%로 정해져 있는데, 여기에서 의문이 생길 것이다. 승률이 높은데도 왜 패가망신 하느냐고? 승률이 99.999% 라고 해도 최종 승자는 카지노인 이유는 무엇일까? 승률이 98%인 슬롯머신에서 100번을 했다고 하면 답이 나올 것이다. 한번 할때 마다 2%씩 잃는다면 100번쯤 하면 0원에 수렴하게 되는데, 카지노에서 한 번만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따라서 승률이 제아무리 높아도 100% 미만인 이상 결국 최종적으로는 돈을 잃을 수 밖에 없게 되므로 계속하면 할수록 지는 것이 정해져 있는 게임이 바로 카지노 도박이다.

도박의 결말은 비참하고 희망이 없다. 그냥 사용할 수 있는 돈만 붓고 땡전 한 푼 없는 알거지가 되는 건 그나마 좋게 끝난거다. 도박중독은 중독이란 단어가 붙은만큼 그정도로 안끝난다. 땡전한푼 없게 되면 여기저기서 대출받아서 도박에 쏟아부어 날리고, 자기 신용이 바닥나면 이제 몰래 가족 명의 대출받고 날린다. 옆에서보면 바보짓이지만, 본인입장에서는 한방만 터지면 된다고 자신을 속이며 매달리면서 가족 친지 다 잃는다. 

그리고 여기까지 떨어진 사람이 사채에 손을 대는건 순식간. 이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환수하려는 사채업자들의 손에 걸려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 생매장되거나, 지인들의 금전을 절도하는 추가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설사 이런 사태까지는 이르지 않는다 해도 이미 그 전 단계에서 본인과 주변사람들 인생을 전부 말아먹고 나락으로 떨어져 비참한 최후를 맞는 게 현실.

간혹 지독할 정도의 의지와 사회적 도움으로 도박중독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엄청나게 오랜 세월 동안의 정신적 치료 및 사회 격리(아예 도박과 접촉이 불가능하게)가 필수적이며 그걸로도 벗어나지 못한 채 정신병원에서 일생을 마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물론 이건 상담이나 그런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치료해서 그런거긴 하지만. 따라서 그냥 처음부터 도박 따위는 손대지 말고 돈이 없으면 차라리 없는 대로 살거나 노숙자가 되는 게 더 낫다. 정신이라도 멀쩡하면 갱생은 가능하니까.


또한 꾼은 꾼끼리 만난다고 자기는 만나기 싫다고 해도 연락을 주기적으로 해서 도박의 늪으로 자꾸만 꾀며 그 사람이 어디에 있든 악착같이 전화해서 한 판 어때??라고 꼬드기면 그런 친구들은 철저히 연을 끊자. 그런 친구들은 절대로 친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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