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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이야기 "귀신은 사람이 약해진 틈을 노린다"

홀짝귀신디여니
| 조회 : 3128 | 댓글 : 0 | 추천 : 1 | 등록일 : 2022-01-13 오후 8:26:34
제가 스무 살 때 겪은 일입니다.
당시 수능을 망치고 결국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게 된 저는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고,
좌절감과 우울함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습니다.
악한 기운이나 귀신, 그리고 악마 같은 것은 사람이 그렇게 약해져 있는 틈을 타서 들러붙는다고들 하죠. 
그동안 가위눌림은커녕 악몽 하나 꿔 본 적이 없던 제가 그날은 생애 처음으로 가위에 눌리게 됐습니다.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감에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고,
온몸이 굳어져서 말도 안 나오는 상황에서 이상하게 오른팔이 심하게 화끈거리며 따끔한 통증까지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겨우 가위를 풀고 고개를 돌린 저는 너무 놀라서 정신을 잃을 뻔했습니다.
오른팔에 무언가에 베인 것 같은 상처들이 여러 개 나 있었던 것입니다. 방에는 딱히 날카로운 물건도 없었고,
저 스스로 그랬다고 하기에는 손톱 부분에 핏자국도 없이 너무 깨끗하더군요.

그로부터 며칠 후,
잠을 자다가 갑자기 눈이 떠졌는데 고개를 돌려 보니 어머니가 제 방 한쪽 구석에 앉아 있는 겁니다.
어두운 방에 사람이 우두커니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너무 놀란 저는 떨리는 목소리로
어머니에게 여기서 뭘 하고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낮은 목소리로 어떤 말을 빠르게 어떤 말을 중얼거리는 겁니다.
그걸 듣는 순간 저는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확신했고,
너무 무서워서 그대로 굳어 버렸습니다.
터질 듯한 심장 소리가 귓가에 마구 울리며 청각이 더욱 또렷해지더군요.


"있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
목을 맬까, 아니면 번개탄을 필까···! 약을 먹어도 좋아···.
나는 고통이 좋거든···! 흐흐흐···! 데려가고 싶어···. 재밌겠다···!"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숨을 참고 있던 저는 마침 물을 마시러
거실에 나온 오빠를 보고는 곧바로 방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제가 울며불며 어머니가 내 방에서 이상한 말을 하고 있다며
오빠에게 방을 좀 확인해 달라고 했는데 제 방을 슬쩍 들여다본 오빠가 이런 말을 하는 겁니다.

"야, 너 꿈꿨냐? 엄마가 어딨다고 그래? 엄마 지금 안방에서 주무신다."

어머니의 모습과 목소리를 너무도 선명하게 보고 들었는데 그게 꿈이라니···.
저는 두려움에 떨면서 안방으로 가 잠을 잤고,
그 후로도 크고 작은 악몽과 가위눌림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마음이 너무 괴로웠고 잠드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웠지만
제 상황을 누군가에게 선뜻 털어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하루는 어머니와 함께 외할머니 댁에 가게 되었는데 할머니는 치매 증상이 있어서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였습니다.
어머니는 장을 보러 나가고 그동안 제가 할머니 곁을 지켰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초점이 없는 눈으로 멍하니 허공을 보고 계시더군요.
그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져서 저는 그간의 모든 일들을 할머니께 쏟아 내듯이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께서 입을 뗐습니다.

"내 새끼, 많이 힘들었겠구나. 무서웠지? 네 엄마도 그러더니 어째 그런 것도 물려받았니. 이제 괜찮아. 이 할미가 지켜 줄게. 할미가 우리 애기 지켜 줄게."

그러면서 할머니는 저에게 기도를 해 주셨고,
그 따뜻한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안심이 되며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았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로 저를 괴롭히던 악몽과 가위눌림은 점점 줄어들었고,
지금은 꿈 한번 꾸지 않고 잘 자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몸이 워낙 약해서 자주 병원 신세를 지던 저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해 주셨던 할머니.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저를 지켜보고 계실 거라 믿고 있습니다.
할머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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