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공익 근무 중에 겪었던 일입니다.
저는 4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공익으로는 처음으로
경찰 관공서에 배치가 되어 선임 없는 1기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건물은 1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뻥 뚫려 있어서 1층 데스크에 서면 각 층의 복도가 모두 보이는 구조였습니다.
낮에는 중앙 현관과 동편, 서편 데스크에 각 한 명씩, 그리고 입구 초소에 두 명이 배치되어 근무했습니다.
저녁에는 모든 문을 잠그고 중앙에 한 명, 입구에 두 명이 배치되었죠.
제가 공익 배치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경들이 모두 전역을 하며 공익들이 모든 근무를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 시점에 어떤 여자 민원인의 スㅏ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 여자는 대낮에 화장실 창문 철창에 밧줄을 묶고 목을 매어 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공익 요원들은 한동안 TV의 스포트라이트, 군 당국의 압박을 견뎌 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사고 이후로 야간 근무자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1층 데스크에서 근무를 하고 있으면 여자 화장실의 센서 등이 계속 깜빡거리고,
손을 말려 주는 건조기가 스스로 작동을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3층과 4층 사이에서는 ‘또각 또각 또각 또각’하는 하이힐 소리가 들려온다고 했습니다.
경찰 관공서에서 근무하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곳은 여경이 얼마 없을뿐더러
야간에는 웬만하면 여경을 배치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희 관공서에서는 관내 근무 중에 무조건 단화를 신었기 때문에 그런 구두 소리가 들릴 리도 없었습니다.
그런 기이한 현상은 며칠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아침만 되면 너도 나도 근무를 짜는 저에게 찾아와서 야간 근무를 빼 달라고 부탁을 하는 겁니다.
저는 귀신을 본 적도 없고, 믿지도 않았었지만 한두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
같은 말을 하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제 눈으로 직접 상황을 확인해 보기 위해 야간 근무를 서기로 했습니다.
다음 날 저녁, 저는 당직 경사에게 근무 보고를 한 뒤 맞후임과 함께
입초에 있는 관사 내의 CCTV를 확인하며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후임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형. 저기 서편 데스크에 누가 앉아 있는데?"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히 서편 데스크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습니다.
야간에는 중앙 데스크 쪽에만 근무자를 세우기 때문에 서편에는 아무도 없어야만 합니다.
저는 중앙 데스크 근무자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야. 너 지금 서편 데스크 좀 가 봐."
잠시 후·····.
"형님, 아무도 없는데요?"
후임과 함께 다시 CCTV를 확인해 보니 서편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어? 아무것도 없네?"
"뭐야. 잘못 본 거 아니야? 에이, 씨··· 그럼 그렇지."
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시 근무를 했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 후, 중앙 데스크에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형님, 경찰 근무자 지금 그쪽으로 갑니다. 준비하세요."
"어, 알았어."
야간에는 경찰 근무자가 관내를 순찰하며 순찰함에 사인을 하고 다니는데
입구 초소에도 순찰함이 있어서 경찰 근무자가 항상 이곳을 들렀다 갑니다.
저와 후임은 보던 책과 PNP를 덮고 정자세로 근무자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근무자가 오질 않는 겁니다. 저는 1층에 전화를 했습니다.
"야, 너 장난쳐? 오긴 누가 와?"
"혀, 형님···. 분명히 여경이 그쪽으로 가는 걸 봤는데요···?
그리고 근무자요, 여자가 아니라 남자고요. 지금 1층 민원실에서 자고 있어요···.
그럼 대체 거기로 간 게 누구지···? 형님, 저 무서워 죽겠어요···. "
떨리는 목소리로 자리를 좀 바꿔 달라는 후임의 말에 저는 망설임 없이 1층 데스크로 갔습니다.
"하아··· 이거 괜히 좀 긴장되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관내는 조용했고, 긴장이 풀리며 허기가 몰려왔습니다.
데스크를 뒤지던 저는 컵라면을 들고 아무 생각 없이 정수기가 있는 4층으로 갔습니다.
계단을 올라가서 4층 복도 끝에 있는 정수기를 쳐다봤는데
누군가 정수기 물을 틀었다 껐다 하고 있는 겁니다.
‘뭐야, 순찰자인가? 컵도 없이 저기서 뭐 하는 거지? ·····어?!’
순간 왠지 등골이 오싹해진 저는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그런데 정수기를 만지작거리던 누군가가 저를 향해 몸을 휙 돌렸습니다. 그리고·····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뭐, 뭐, 뭐야, 저거···?!"
저는 컵라면을 냅다 집어던지고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2층과 1층의 중간 지점까지 갔을 때
"히히히히히히힛···!!"
머리가 옆으로 완전히 꺾여 버린 여자가 어떤 말을 중얼거리며 계단을 올라오는 겁니다.
저는 2층 복도 쪽으로 뛰어가서 대강당으로 들어갔습니다.
1층과 2층이 합쳐진 대강당은 마치 영화관처럼 발표대 앞을 기준으로 의자들이 계단식으로 놓여 있습니다.
저는 의자 틈에 몸을 숨겼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1층 발표대 옆에 있는 문에서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이런 구두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아, 진짜 미치겠네···! 저거 지금 나 찾는 것 같은데···.’
저는 낮은 포복으로 발표대 쪽으로 기어 갔습니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제발 가라···! 제발 좀 가라고···!’
잠시 후 소리는 강당 끝에서 멈췄고, 강당 안에는 한동안 정적이 흘렀습니다.
‘이제 간 건가···?’
저는 숨을 고른 후 의자 위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목에 둥그런 밧줄이 걸리는 느낌이 들더니 제 목이 위로 점점 당겨지는 겁니다.
"으윽···! 큭···!"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까 봤던 그 여자가 눈을 부릅뜬 채 입꼬리가 쭉 찢어지게 웃으며 밧줄을 당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떠 보니 제가 강당 발표대 위에 누워 있었습니다.
옆에는 아침에 출근한 경찰들과 119 구급 대원들이 놀란 얼굴로 저를 쳐다보고 있었죠.
반장님은 저에게 왜 그곳에 기절해 있었냐고 계속 물어봤지만 저는 기억이 안 난다며 대충 얼버무렸습니다.
창피하기도 했고, 제 말을 믿어 줄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었죠.
반장님은 근무자들에게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으셨던지 근무 인원을 늘리고,
야간 근무 때는 항상 두 명씩 근무를 서게 하셨습니다.
그 이후로도 몇 번의 목격담이 있었던 그 여자 귀신은 얼마 후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자살한 여자분의 시신이 부검을 마치고 화장되어 장례를 잘 마쳤다는 소식이 들리더군요.
그때 그 귀신과 자살한 여자분이 어떤 관계라도 있었던 것일까요.
장례식 이후로 귀신이 사라진 걸 보면 아마도 그 여자분이 좋은 곳으로 가시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해 봅니다.